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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플 때
무슨 약, 어떻게 먹을까?

살다 보면 갑자기 아플 때가 있습니다. 급하게 약국에서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 중 통증을 낮출 수 있는 약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열을 내릴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나머지 하나는 열뿐 아니라 염증도 가라앉힐 수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하 NSAIDs)'입니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 모두 통증과 발열 및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감소시켜 통증과 열을 낮춥니다. “열나는데 왜 진통제를 줘요?”라고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두 가지 진통제 모두 열을 내릴 수 있으므로 해열제와 진통제는 각각 다른 게 아니라 같은 약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뇌와 척수에서 작용하는 반면, NSAIDs는 그 외 부분에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과 달리 염증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목이 잠기는 등 염증 증상이 있다면 NSAIDs를 먼저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NSAIDs가 작용하는 곳 중에는 위장이 포함되어 NSAIDs를 먹으면 속 쓰림 등 위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 위장이 약하다면 음식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이러한 위장 관련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에는 간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간 질환이 있거나 알코올 중독 병력이 있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지, 그 외 분들이 정상적인 용량을 사용한다면 뚜렷한 부작용은 없습니다. 그래서 생후 4개월 이상 소아부터 투여 가능한 약이기도 합니다.

약 성분을 확인해요!

이 두 가지 성분의 약은 아주 많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은 타이레놀, 세토펜, 챔프등이 있고, NSAIDs 성분의 약은 챔프 이부펜, 부루펜, 캐롤, 맥시부펜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너무 많아 다 소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두 성분 모두 종합 감기약 같은 약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같은 성분을 중복해서 먹지 않도록 약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나 파라세타몰(paracetamol)이라고 쓰여 있는 것은 아세트아미노펜이며, 그 외의 성분은 모두 NSAIDs입니다. NSAIDs에 해당하는 성분에는 이부프로펜(ibuprofen), 덱시부프로펜(dexibuprofen) 등이 있습니다. NSAIDs를 동시에 쓰는 건 추천하지 않고, 하나만 사용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해열제가 두 개인데 그 성분이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이라면 같은 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좌약도 먹는 약과 성분이 동일하다면 같은 약입니다.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인 먹는 약과 좌약을 동시에 사용하면, 아세트아미노펜을 두 번 먹는 것과 같습니다.

해열제는 신중하게 사용해요!

한 종류의 약을 투여한 후에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으면 다른 종류의 약을 교차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약을 사용하기 전 최소 2시간은 기다려야 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끼리는 4시간 이상, NSAIDs끼리는 6시간 이상 투여 간격을 두어야 하고, 나이와 체중에 따른 1회 복용량을 정확히 지킨다면 아세트아미노펜은 하루 최대 6번까지, NSAIDs는 4번까지 사용이 가능합니다. 적절한 1회 복용량은 나이나 체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투여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합니다.

해열진통제는 열이나 통증을 낮춰줄 뿐이지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상태가 좋은데도 단지 체온을 정상 범위로 낮추기 위해 해열제를 쓰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만 사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5세 이하의 아이가 열경련을 경험한 후에는 보호자들이 아이의 체온에 더 섬세하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체온 변화에 강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해열제 과용은 금물

아이의 전반적인 상태가 좋은데도 38℃가 넘었다고 바로 해열제를 주거나, 평소 체온으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 해열제를 주거나, 해열제의 알맞은 용량과 간격을 지키지 않고 쓰거나, 같은 성분으로 된 먹는 해열제와 좌약을 동시에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혹은 과하게 해열제를 사용하면 열의 원인인 감염성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모르고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해열제로 떨어뜨릴 수 있는 체온은 1~1.5℃ 정도 입니다. 그마저도 복용 몇 시간 후에 나타나는 결과이기 때문에 열경련 같은 상황에서 해열제를 투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해열제를 먹거나 넣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보호자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교차복용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방법입니다. 한 종류의 해열제를 쓴 후 다음 복용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힘드니까 그사이에 나머지 종류를 써보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 종류의 해열제만 사용해도 아이의 상태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드문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두 종류의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추천되는 용량보다 많이 쓰게 되므로 전문가의 조언이 꼭 필요합니다.

적절한 양과 방법으로 안전하게 사용해요!

최대한 약은 안 먹는 게 좋다며 아픈데도 참는 분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는 상태로 계속 있으면 신경이 손상되어서, 나중에는 통증의 원인이 사라져도 손상된 신경 때문에 계속해서 아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만성적으로 통증이 이어질 수 있고 치료가 힘드니 아픔이 느껴진다면 참지 말고 약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진통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열이 나면 위험하다며 보호자가 알맞은 1회 복용량이나 복용 횟수보다 약을 많이 투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열이나 통증은 그 자체가 병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어 부차적으로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해열진통제를 투여했는데도 조절되지 않으면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약을 무조건 안 쓰거나 많이 쓰지 말고, 적절한 양과 방법으로 안전하게 사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