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밥상머리에서
생각해보는

중용의 의미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논어(論語)』 선진편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성어가 있다.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더 현명한지 묻자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그럼 자장이 더 낫다는 뜻입니까”라 다시 물었고 이에 대한 공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논어와 더불어 사서에 속하는 『중용(中庸)』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오는데 ‘지혜로운 자는 지나치고, 어리석은 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중용이란 군자의 예(禮)로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이 한결같은 마음을 뜻한다.

‘공자는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지켜야 할 도리로 중용을 말했지만 중용의 이치는 사람의 말과 행동에만 있지 않다. 건강과 관련된 생활습관에서도 중용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습관이다.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 습관으로 식습관과 더불어 흡연, 음주, 운동, 수면 등이 꼽힌다. 모두가 다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 처방을 내리는 의사 입장에서 볼 때 건강한 식습관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습관과 달리 정답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와 술은 피할수록 건강에 좋고, 수면이나 운동의 경우엔 부족했을 때가 문제다. 애초에 답이 한쪽 방향으로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음식이나 영양소의 경우엔 지나쳐도 문제, 모자라도 문제다. 중용을 지키는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음식의 종류가 너무나 많은 것도 문제다. 흔히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무엇을 얼마만큼 먹어야 할지 모르니 다른 생활 습관과 달리 정답이 무엇인가부터 고민된다. 식습관의 정답, 중용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열량 관리

중용의 의미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음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자. 중용의 실천은 우선 매일 먹는 음식의 양에서 시작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음식의 열량이다. 기초 대사량에 일상 활동에 의한 대사량을 합치면 내게 필요한 열량이 나온다. 대개 하루에 여성은 2,000kcal, 남성은 2,500kcal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내가 필요로 하는 열량보다 꾸준히 더 많이 먹으면 체중이 늘어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 반대로 필요한 열량보다 적게 먹는 습관을 유지하면 체중을 줄일 수 있다.

유명 배우들이 배역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단기간에 체중을 늘리거나 줄였다는 기사를 가끔 보는데, 이들은 하루에 8,000kcal이상을 먹거나 반대로 800kcal 이하로 제한해 먹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적당함을 벗어나는 극단적인 방법은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다이어트 식단으로는 하루 1,500~1,800kcal 정도가 적당하다.

비만이라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경우, 평소 식사량에서 30%를 줄이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하루 500kcal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당분이 많은 간식이나 음료를 즐겨 먹는 경우 그것만 끊어도 효과는 더 커진다. 내가 하루에 먹는 음식의 열량이 궁금하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보자. 식단 분석 기능을 갖춘 애플리케이션만 해도 수십 종류다. 먹은 음식을 기록하면 열량뿐 아니라 영양소별 섭취량까지 분석해준다. 식사를 일일이 기록하기 번거롭다면 음식 사진만으로 분석을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두 번째, 개별 영양소 체크

식단 전체의 열량을 확인했다면 다음은 개별 영양소를 돌아볼 차례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뇌와 장기의 활동, 근육의 움직임에 쓰이는 연료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만드는 영양소는 3대 영양소, 흔히 탄단지라고 부르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에 4kcal, 지방은 1g에 9kcal의 열량을 만들어낸다. 비타민, 미네랄과 같은 영양소에 비해 섭취량이 많아 이들을 다량 영양소(macronutrient)로 분류하는데, 이들 영양소에 대해선 에너지 적정 비율(acceptable macronutrient distribution ranges, AMDR)을 두고 있다. 이는 총에너지(열량)에서 해당 영양소가 차지하는 비율의 적정 범위를 말하며, 탄수화물 55~65%, 단백질 7~20%, 지방 15~30%이다. 세 영양소 간의 비율과 균형이 깨지면 문제가 생긴다. 특정 영양소에 치우치지 않도록,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어야 하니 여기서도 중용의 이치가 적용된다 하겠다.

복잡하게 보이지만 한국인의 일반적인 식단만 유지해도 이 적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전체 열량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59:16:25로 적정 범위 내에 있었다. 하지만 이는 평균 수치일 뿐 모두가 적절히 먹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영양소를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먹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 전체를 보았을 때 나이에 따라 세 영양소의 비율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노인의 경우엔 탄수화물 과잉, 단백질과 지방섭취 부족이 주된 문제이고, 젊은 연령일수록 그 반대가 문제가 된다.

하루 필요 열량

다이어트 식단

하루 1,500~1,800kcal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다면

평소 식사량에서 30% 감량

총에너지에서
세 영양소가 차지하는 적정 비율

근감소증과 노쇠로 이어지는
노인 식단의 단순·빈약화

노인 연령에서 탄수화물 섭취가 늘고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줄어드는 것은 낮은 가계 수입, 사회적 고립, 건강 문제 등으로 다양한 음식을 먹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노인의 식단이 단순, 빈약해지는 건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로, 서양에선 이를 ‘tea and toast syndrome’이라 부른다. 차와 토스트로 대표되는 간단한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는 노인이 체중 감소, 근육 손실, 기력 저하 등 영양 결핍으로 인한 증상을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엔 밥, 국, 김치와 밑반찬 등으로 대충 때우는 식단이 전형적인 예다. 이 경우 육류나 생선이 없으므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된다.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도 60세 이상에선 탄수화물의 비율이 상한선인 65%를 초과하고 70세 이상이면 더 높아진다. 이렇게 탄수화물 비율이 너무 늘면 대사증후군, 당뇨병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단백질 섭취가 줄어들면서 근육량을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노인 건강에 특히 문제가 되는 근감소증과 노쇠의 위험도 커지게 된다.

포화지방 섭취량이 증가한 젊은 연령의 식단

지방 섭취가 많은 서양 기준에서 보면 한국인의 전통적인 식단은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사에 해당하지만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10년 전에 비하면 탄수화물의 비율이 5%정도 줄었다(그림). 특히 젊은 연령으로 갈수록 노인과 반대로 탄수화물 섭취가 줄고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단백질의 장기적인 과잉 섭취는 심혈관 질환, 암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일부에선 보충제 형태로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은 탄수화물과 단백질보다 두 배 이상의 열량을 만들어 내므로 지방의 과다 섭취는 비만과 대사성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포화지방의 섭취량이 젊은 연령에서 빠르게 늘고 있어 문제다.

한국인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섭취
비율 변화
(2011-2020 국민건강영양조사)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노인의 경우엔 탄수화물 과잉과 단백질 섭취 부족 문제가, 청년층의 경우엔 단백질과 포화지방 섭취 과잉 문제가 증가하는 원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서구식 식생활로의 변화가 꼽힌다. 1인 가구와 배달 음식으로 대표되는 주거 형태와 생활 패턴의 변화도 이유가 될 것이다. 또한 젊은 연령에서 체중 감소 목적의 저탄수화물 식단이 유행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은 단기적으론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나, 포화지방의 섭취가 지나치면 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이상 지질 혈증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적정 비율을 지켜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다. 식품군에 따라 곡류, 고기와 생선류, 채소류가 하루 식사에 골고루 포함되도록 한다. 노인의 경우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고기와 생선, 콩 등의 식품을 더 챙겨 먹도록 하고 청년의 경우엔 잡곡이나 통곡물 등을 위주로 한 탄수화물과 채소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적절한 양을 먹기 위해선 식사를 천천히 하고, 한 끼를 과하게 먹었다면 다음 끼니는 다소 모자란 듯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오늘도 밥상머리에서 중용의 의미를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게 좋다고 하는데, 이는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도록 하라는 공자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군자의 예를 체득하는 것이 어디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던가. 맛집이 넘쳐나고 손가락만 까딱해도 스마트폰으로 온갖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어제 저녁에도 SNS에 올라온 맛집을 찾아가 양껏 과식을 하고 말았으니, 중용의 실천이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