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면역력을 기르자

오범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면역력이 떨어졌나 봐', '면역력을 올려야 하는데' 등의 말을 자주 듣고 또 자주 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 잘 걸리고 잘 낫지도 않을뿐더러 여러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알고 있는데, 면역력은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까?

[사례]

62세 여성 A 씨는 고혈압과 골감소증으로 3개월마다 외래를 방문해 약을 처방받고 있는데 주치의에게 한 가지 불만이 생겼다. 평소 면역력이 약해 진료 때마다 이를 이야기하지만 주치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서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동안 세 번이나 코로나로 확진되었던 그녀는 그 후유증 때문인지는 몰라도 항상 피곤하고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또 감기에 걸리면 남들보다 훨씬 오랜 기간 증상이 지속되곤 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받아서 섭취하게 된 건강 기능 식품과 비타민의 종류가 조금씩 늘어서 이제는 하루에 세 번씩 여러 종류의 알약들을 한 움큼씩 입에 털어 넣어 보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여서 이제는 체질이겠거니 포기하고 지내고 있다.

면역력이란?

면역(免疫)력이란 세균, 바이러스 같은 병원성 미생물에 대항하여 적절하게 방어를 하는 인체의 방어 시스템에 관련된 용어다. 넓은 의미로는 병원균, 독소 같은 외부 항원뿐만 아니라 암세포와 같이 건강을 해치는 모든 위험 요소에 대해 인체를 보호하고 질병으로 진행되지 않게 하는 방어력을 대중적으로 면역력이라고 부른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크고 작은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데, 대표적인 질환으로 잦은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피부염, 방광염 등이 있고 헤르페스와 대상포진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도 있으며, 폐렴이나 암의 경우에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면역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이유다. 이러한 관심은 코로나 감염의 전 세계적 유행이 수년간 지속되는 동안 면역력을 키워드로 하는 건강 기능 식품 시장의 엄청난 팽창을 가져왔다. 따라서 적절한 건강 관리를 위해 면역에 대해 바르게 아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필요하다.

면역력? 면역?

면역력과 관련해 의사로서 알리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과학적으로 면역력(力)이라는 용어는 없고 다만 면역(免疫)이라는 생물학적인 현상이 있으며, 생체 내에는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다양한 세포들에 의해서 구성되는 면역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객관적 지표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없다는 것이다. 즉 내가 간염에 대한 항체가 있는지, 빈혈이 있는지, 당뇨가 있는지 궁금하면 혈액 검사를 통해 정상치를 벗어나는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반면 면역력, 정확히는 ‘면역능’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검사가 있지만 이는 전체 면역의 일부분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수치로 ‘면역력이 좋다’는 식의 해석이 불가함을 알 필요가 있다. 이를 알고 있지 않으면 면역력을 확인하기 위해 불필요한 고가의 검사를 받으러 병원 쇼핑을 다니고, 불필요한 건강 기능 식품이나 보충제를 구입하는 데 막대한 지출을 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면역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
건강한 생활 습관

면역력이라는 것이 명확한 실체가 없고 측정이 어려운 것임에도, 우리 주변에는 사례자처럼 남들보다 감기에 자주 걸리고 늘 피곤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면역은 우리 몸의 다양한 부위에서 여러 종류의 세포들에 의해서 수행되는 방어 능력이기 때문에 한두 가지 방법으로 면역 전반을 끌어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면역은 그 체계를 담당하는 조직과 세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통해서 기능을 향상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뻔해서 간과하기 쉬운 것들, 충분한 수면과 휴식, 위생적인 환경과 청결 유지, 규칙적인 운동 및 금연, 절주 등이 그것이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습관 OO가지’와 같은 정보를 자주 접해 피로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최근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생물학적 나이를 줄이고 더 건강하게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생활 습관 여덟 가지(Life’s Essential 8)를 공개했다.

소위 말하는 생물학적 노화는 유전자 기능이 연령 증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면역 시스템, 대사, 심혈관계 질환, 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고 되돌리기 위해서 건강한 생활 습관이 지속되어야 함은 경험을 통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는데, Life’s Essential 8은 이 목록과 목표치를 구체화한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생활 습관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면역력 증진은 물론이요, 건강하게 장수하는 데에 확실한 효과를 볼 것이기에 필자는 외래 진료에서 면역 관련 질문을 하는 환자들에게 이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있다.

Life’s Essential 8

① 건강한 식단

② 적절한 신체 활동

③ 금연

④ 충분한 수면

⑤ 체중 관리

⑥ 콜레스테롤 관리

⑦ 혈당 관리

⑧ 혈압 관리

출처 :

미국심장협회 American Heart Association

첫째, 건강한 음식을 섭취한다. 통곡물과 콩류, 과일, 채소 등을 충분히 먹고 육류의 기름 부위는 피하고 최대한 생선이나 지방이 없는 살코기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알코올과 설탕이 든 음료나 가공식품은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이 외에 천천히 적정량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적절한 신체 활동을 지속한다. 성인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중간 강도의 운동을 150분 혹은 격렬한 강도의 운동을 75분 한다.

셋째, 금연한다. 흡연이 폐암의 강력한 원인임은 상식처럼 알고 있는 내용이고, 궐련과 전자담배 등을 비롯해 니코틴을 흡입하는 제품 사용은 예방이 가능한 주요 사망 원인이다.

넷째,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수면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생리적 과정으로, 적절한 수면 시간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일 7~9시간 정도의 수면을 권장한다.

다섯째, 체중을 관리한다. 체질량지수가 25면 이상적인 것으로 본다. 18.5~25면 정상 체중, 이보다 낮으면 저체중, 25~29.9는 과체중, 30이상이면 비만으로 간주한다. 바람직한 체중 관리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비만과 저체중은 만병의 원인이 되므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머지 세 가지는 만성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여섯째는 콜레스테롤 관리(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 미만으로 권장), 일곱째는 혈당 관리(공복 혈당의 건강한 범위는 100mg/dL 미만으로 간주), 여덟째는 혈압 관리(최고 혈압 120mmHg 미만, 최저 혈압 80mmHg 미만이면 건강한 것으로 판단)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도 심혈관계의 위험 요인이지만 심근경색, 뇌졸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며, 정상 범위를 많이 벗어나면 약을 복용해서라도 적정 수준을 유지하여야 한다. 건강한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한 식단과 운동으로 꾸준히 조절하는 생활 습관이 필수적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하루하루를
규칙적으로 건강하게!

사례자의 경우 불안감으로 인해 오랜 기간 수면 장애가 있었고, 식사를 불규칙적으로 하면서 한 끼는 폭식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으며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에 지나치게 많은 건강 기능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매일 똑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수면습관을 실천하면서 하루 30분 이내의 산책을 지속하고 ‘미련할 정도로’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 것을 한 달만 실천해 볼 것을 권했다. 결과는 피로감 회복에 효과가 좋아서 두세 달 더 실천해 보고 그동안 감기에도 안 걸렸다며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도 알려 줄 정도가 됐다.

이렇듯 생활 습관의 교정은 큰돈이 들지 않고 비록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균형 잡힌 생활 습관은 실천과 유지가 힘들지만 하루하루 실천해 보면 내 몸이 건강해지는 ‘왕도’임을 기억하고 도전해 보길 권한다.

'올바른 생활 습관 실천 수칙과 함께 국가건강검진을 받고 성인 예방 접종을 챙기는 노력을 함께 한다면 면역력 증진을 넘어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희망이 현실이 될 것이다.

면역력을 지키기 위한
생활 속 건강 수칙

운동

저·중강도의 적당한 활동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향상한다.

유산소 운동은 주 3~5회, 1회당 30~50분 정도

*저·중강도의 운동이란 최대 심박수의 40~70%의 운동

최대 심박수
개인이 1분 동안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심박수 (220-나이)

음식

당근, 버섯, 단호박, 무 같은 신선한 채소와 불포화 지방산이 함유된 고등어와 같은 생선, 비타민이 풍부한 사과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비피더스 등)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관리와 수면

취미생활을 갖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수면 문제가 있을 경우 멜라토닌 보충이 도움이 된다.

멜라토닌
낮과 밤을 구별 지어 주며 생체 리듬에 관여한다.

예방 접종

예방 접종을 함으로써 특이적인 면역 반응을 통한 해당 질병의 이환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다. 특히, 만성 질환자나 노약자의 경우 시기에 맞는 예방 접종이 꼭 필요하다.

출처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