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사전

신인류의 시대
‘호모 프롬프트’로 살아가기

어느새 AI와의 공존이 시작된 현재. 어떤 인간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래서 도출된 개념이 호모 프롬프트다. 생성형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지만 인간다움을 간직한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구승준 칼럼니스트·번역가

2016년 인간이 AI에 바둑을 진 것은 충격이었다. 가로, 세로 각각 열아홉 줄인 바둑판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X10의 170승이라고 하는데, 이는 관측 가능한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 많다고 한다. AI는 그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인간을 꺾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서막에 불과했다. 2022년 11월 대화형 AI 서비스인 ‘ChatGPT’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충격을 넘어 두려움에 빠졌다. 사람들이 떠올리던 일반적인 챗봇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신기술의 정점을 누리는 일론 머스크도 ‘두렵도록 좋다(scary good)’며 놀랐다.

AI와 상호작용하는 능력

기존 AI의 머신 러닝은 얕은 학습법이었으나 대략 2010년 이후부터 인간의 두뇌 신경망을 흉내내 복합적인 연산을 하는 딥 러닝이 개발된 것이 성능 향상의 이유다. 작년 3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지금까지 10년 동안 훈련한 AI 모델의 성능이 100만 배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10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향후 10년 내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며, 인류 지혜 총합의 10배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년 내에 인간의 지능을 1만 배 뛰어넘는 ‘초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라며, “AI를 활용하지 않는 인간은 금붕어와 같다”고 덧붙였다.
AI와 공존하며 이를 잘 사용하는 능력이 필수 요소로 부각되며 도출된 개념이 ‘호모 프롬프트’다. 프롬프트란 컴퓨터가 명령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신호를 말하지만, 이 용어에서는 사용자가 내리는 명령의 의미로 사용된다. 특히 생성형 AI의 응답 품질은 프롬프트에 좌우되는데, AI와 상호 작용하며 더 나은 답변을 유도할 줄 아는 인간을 일컬어 ‘호모 프롬프트’라고 한다.

중요한 키워드는 결국 인간

호모 프롬프트를 활용하려면 우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야 한다. 특히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특정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해 내는 인공지능 기술이기 때문에 역할과 목표, 형식을 명확히 해야 구체적이고 도움이 되는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적어도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좀 더 시야를 넓혀 보면 호모 프롬프트는 과도기적인 개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PC의 초기 운영 체계인 DOS 환경에서 뭔가를 복사하려면 텍스트 기반의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지만 현재 윈도우 체계에서는 마우스로 클릭만 하면 된다. 사물 인터넷이나 휴머노이드 기반의 생활 밀착형 AI가 인간의 막연한 요구를 구체적으로 추론해 낼 수 있다면 명령어는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따라서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이 AI와 공존하며 필수 도구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시대적 요구에서 나온 개념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점은 명석함보다는 도덕성이다. 현재 일론 머스크는 뇌에 칩을 심어 컴퓨터로 전송하고 이를 AI와 연결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일부 실험이 성공했다. 그런데 인간을 복제한 다음 뇌를 생성형 AI와 연결하여 개인의 돈벌이나 군사적 용도로 쓴다면 어떨까. 호모 프롬프트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호모’, 즉 인간이며,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다움은 절대로 잃지 않아야 함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