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

어제의 공간에 오늘의
이야기를 담은 골목
인천 개항로

개항로로 불리는 인천 중구 경동 일대는 한때 인천의 중심지로 고급 가구점과 백화점이 있었던 구도심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전의 화려함과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에 남은 건 낡을 대로 낡은 건물과 휑한 거리 풍경뿐. 그 거리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편집실 사진 송인호, 윤선우

경동사거리에서 배다리 헌책방거리까지 천천히 걷다 보면 낡은 건물들 속에 스며든 레트로 감성 가득한 가게들을 발견하게 된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담은 공간에 현재의 감성을 더해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도심을 떠난 사람들 뒤로 남겨진 건물들은 재개발만을 기다리며 서서히 생명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도 일상은 이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개항로는 또 다른 의미의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칠이 벗겨지고 낡은 외벽 너머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담은 공간이 생기고 그곳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개항로통닭, 메콩사롱, 파랑새방앗간, 라이트하우스, 개항백화, 브라운핸즈 등 카페와 음식점, 전시 공간이 골목에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다. 가게마다 독특한 콘셉트와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항로 골목과 이어지는 인천 개항장 거리도 구경할 만하다. 1883년 개항하며 한반도 1호 항구 역할을 한 인천의 140년간 역사가 스민 건축물과 기록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발품을 팔아 차이나타운과 동화마을까지 둘러본다면 인천에서의 시간 여행은 더 완벽해진다.

개항로의 베트남 맛집

메콩사롱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 메콩사롱은 1, 2층으로 이어진 베트남 레스토랑이다. 시그니처인 메콩 쌀국수와 메콩 반미는 맛있기로 입소문이 나 있으며 팟타이와 분짜, 스프링롤, 매운 쌀국수 등 메뉴도 꽤 다양하다. 짙은 컬러의 나무 재질로 마감된 1층과 초록 식물이 온실 느낌을 주는 2층은 분위기가 다르니 계단을 올라 2층도 꼭 눈에 담아 보길. 베트남 현지 맛을 충실히 살렸다는 평이 달리는 음식점이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가득한

파랑새방앗간

‘참기름을 짜는 방앗간이자 참기름과 잘 어울리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콘셉트인 파랑새 방앗간은 1층에 실제로 참기름 짜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1층에서는 참기름만 살 수 있고, 2층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파랑새 비빔밥, 한우육회비빔밥, 강된장비빔밥, 버터간장비빔밥, 그리고 육회와 새우미나리전이 준비되어 있다. 일곱 가지 채소와 밥 위에 얹힌 달걀프라이에 참기름을 조르륵 부어 비벼 먹는 파랑새 비빔밥이 시그니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