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놓쳐서는
안 되는 건강 지표
고혈압

박상우 울산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간한 ‘2023 고혈압 팩트 시트’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1,230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중 60대 이상에서는 약 절반이 고혈압 환자며, 70세 이상의 노인에서는 고혈압 유병률이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는 증상이 없지만, 여러 합병증을 유발한다. 높은 혈압은 심장에 부담이 된다. 증가한 부하로 인해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구조적 변화(좌심실 비대)가 발생하고, 결국 심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높은 압력이 혈관벽을 손상하고 염증을 일으켜 동맥 경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만성 콩팥병, 망막 출혈에 의한 시력 장애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고혈압은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고려하여 장기적인 위험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심장은 인체의 각 부분에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펌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혈압이란 혈액이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면서 동맥벽에 미치는 혈액의 압력을 말한다. 혈압을 측정하면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두 개의 수치가 나온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기 위해 수축할 때 동맥벽에 가해지는 압력이며,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기 위해 확장할 때 동맥벽에 가해지는 압력이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으로 높아진 경우를 고혈압이라고 한다.

고혈압의 90% 정도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이를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본태성 고혈압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대표적인 원인으로 유전적 소인, 고령, 흡연, 과음, 운동 부족, 짜게 먹는 식습관, 스트레스, 환경적 요인 등이 있다. 나머지 5~10% 정도의 고혈압은 신장 질환, 혈관 이상, 부신 질환, 갑상선 질환, 수면 무호흡 증후군 등의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 경우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면 고혈압이 해결될 수 있으며, 이를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고혈압의 분류 기준

정상
혈압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그리고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
고혈압
전단계
수축기 혈압 130~139mmHg 또는 이완기 혈압 80~89mmHg
1기
고혈압
수축기 혈압 140~159mmHg 또는 이완기 혈압 90~99mmHg
2기
고혈압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고혈압의 진단은?

고혈압의 진단, 치료, 예후 평가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다. 고혈압으로 진단하려면 올바른 혈압 측정 방법으로 최소 두 번 이상 혈압을 반복 측정한다. 혈압 측정 30분 전부터 흡연이나 커피를 금해야 하고, 혈압 측정 전 최소 5분 동안은 안정을 취해야 하며, 혈압을 잴 때는 말을 하면 안 된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바르게 기대고 앉아 팔을 심장 높이에 두고 혈압을 측정한다.

국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분류하고,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120/80mmHg 미만일 때를 정상 혈압으로 분류한다. 정상 혈압은 임상적으로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 혈압을 의미한다. 수축기 혈압이 130~139mm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80~89mmHg일 때는 고혈압 전단계에 해당한다. 수축기 혈압 140~159mmHg 또는 이완기 혈압 90~99mmHg은 1기 고혈압,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은 2기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혈압 측정 외에도 위험 인자, 합병증, 동반 질환, 심장, 신장, 뇌, 눈의 손상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액 검사로 공복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과 같은 지질 검사, 간 기능, 신장 기능 등을 확인하고, 요 검사로 단백뇨, 혈뇨, 요당 등을 확인한다. 흉부 X-선 촬영, 심전도 등을 시행하고 필요시 심초음파, 경동맥 검사나 안저 검사 등도 실시한다.

실제 혈압은 정상이나 병원에서 측정한 진료실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백의고혈압’이라 하며 이때는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해 보거나 검증된 자동혈압계를 이용한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 검사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혈압의 변화를 확인해 보기도 한다.

고혈압의 증상은?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합병증이 없는 한 혈압 상승과 관련된 특이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대부분 우연히 혈압 상승을 발견하거나, 합병증에 의한 증상으로 진료실을 찾는다. 두통은 흔히 혈압 상승으로 인한 증상으로 여겨지지만, 중증 고혈압 외에는 뚜렷한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에서 발생하는 두통은 고혈압과 무관한 긴장성 두통인 경우가 많다. 고혈압과 관련된 두통은 대개 뒤통수 부위에 국한하고 잠에서 깨는 이른 아침에 발생해서 몇 시간 후에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 외에 혈압 상승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 어지럼증, 두근거림, 피로감 등이 있다.

고혈압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뇌출혈을 들 수 있는데, 고혈압으로 뇌혈관이 파열되어 출혈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뇌조직의 손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뇌출혈이 발생하면 갑자기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고 감각 이상이 오거나 말을 못 하게 되며, 심한 두통 및 구토와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수일 이내에 호흡 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고혈압으로 심부전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호흡 곤란 및 부종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며, 그 정도가 심해지면 안정 시 또는 누워 있는 자세에서의 호흡 곤란이 악화돼 앉아서 숨을 쉬게 되는 기좌 호흡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고혈압 환자는 심장이 커져 산소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협심증이 더 쉽게 그리고 더 심하게 나타난다. 고혈압이 오래되어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빈혈이 오거나 얼굴과 사지가 붓는다. 또한, 고혈압으로 인한 안과적 합병증으로 망막이 분리되거나 안구의 혈관이 터져 시력을 잃기도 한다.

고혈압의 치료는?

고혈압의 치료 목표는 혈압을 조절하여 혈압 상승에 의한 심뇌혈관 질환, 신장 질환과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미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한 환자에서는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재발을 막음으로써 사망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혈압 조절을 한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동맥 경화가 빨리 진행되며 혈관 협착이나 파열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혈압의 수치, 심뇌혈관 위험 인자 및 표적 장기 손상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약물 치료의 시작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비약물 요법(생활 요법)은 다른 동반 위험 인자가 없는 경우에 한해 3~6개월 이내로만 시행한다. 그 외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약물 치료와 생활요법을 병행해야 합병증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궁금해요! 고혈압

Q.
뒷골이 당기면 고혈압을 의심해야 하나요?

대개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 상승과 관련해서 특이한 증상이 없다. 고혈압에 의해 나타나는 두통은 보통 뒤통수 부위에 나타나며, 잠에서 깨어나는 이른 아침에 잘 발생하고 몇 시간 후에 저절로 사라진다. 따라서 이와 유사한 두통이 나타나면 고혈압을 의심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두통(긴장성 두통)이 있을 때도 혈압을 측정하면 통증으로 인하여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흔하므로, 혈압은 통증이 없는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해보는 것이 좋다.

Q.
고혈압 약은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성은 떨어지고 혈압은 점차 상승하는 자연 경과를 보이며, 고혈압이 흔히 발생하는 연령대에서 기존 생활 습관을 극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기에 고혈압 약을 한번 먹으면 평생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투약 중인 고혈압 약을 혈압이 괜찮아 보여 자의로 중단하는 경우에 혈압이 다시 상승하여 장기적인 예후가 불량해질 수 있다.

다만 혈압이 수년간 잘 조절되는 환자 중 생활 요법을 철저히 시행하는 일부 환자의 경우, 전문의 상담하에 고혈압 약을 감량하거나 중단해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혈압이 언제든 다시 상승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혈압을 잘 측정하면서 다시 혈압이 상승하는지 점검하고, 생활 요법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Q.
고혈압 약을 오래 먹으면
콩팥 기능이 나빠지나요?

그렇지 않다. 일부 고혈압 약제가 일시적으로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대부분은 회복된다. 오히려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고 오랫동안 고혈압을 방치하면 콩팥이 손상돼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콩팥 기능이 완전히 망가져 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있는데, 당뇨병 다음으로 고혈압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고혈압 약은 오히려 콩팥을 보호한다고 할 수 있다.

Q.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만 잘해도
고혈압 예방이 가능한가요?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만 잘한다고 해서 고혈압을 전적으로 예방할 수는 없다. 다만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려면 운동, 체중 감량, 건강한 식습관과 같은 생활 요법을 시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생활 요법이 혈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다. 덧붙여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고지혈증은 고혈압과 함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고혈압과 함께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고혈압 환자는 카페인이 든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시면 안 되나요?

그렇지 않다. 많은 연구를 통해 커피는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혈압 환자에게 카페인의 섭취가 금기시되지는 않는다. 카페인의 섭취는 단기적으로만 혈압을 상승시키기에 직접적으로 고혈압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절되지 않는 중증의 고혈압 환자에게는 하루 두 잔 이상의 커피 섭취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환자들도 하루 한 잔의 커피는 부작용이 없으며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커피에 설탕, 시럽, 연유, 크림 등을 첨가해서 섭취하면 체중, 혈당, 혈중 지질 수치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주의하는 편이 좋다.

고혈압 예방 및 관리 수칙

① 지방질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한다

②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③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④ 담배는 끊고 술을 삼간다

⑤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한다

⑥ 살이 찌지 않도록 알맞은 체중을 유지한다

⑦ 음식을 골고루 싱겁게 먹는다

출처 :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유병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