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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꽃에
웃을 수 없는 이유

3월 초에 벌써 봄꽃이 만발한 지역이 있고 벚꽃 축제 날짜도 앞당겨졌다. 일찍부터 꽃을 볼 수 있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기후 변화가 그만큼 심각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 실천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김은하 칼럼니스트

봄꽃? 겨울꽃?

이제는 ‘봄꽃’이 ‘겨울꽃’으로 이름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가장 먼저 피는 봄꽃 중 하나인 매화는 1월 15일 제주, 2월 6일 부산에서 개화가 관측됐다. 올해 부산에서는 이미 3월 초에 매화,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다. 벚꽃은 봄꽃 가운데에서도 가장 늦게 피는데 이미 부산에서 개화가 관측됐다. 서울의 벚꽃 개화 시기는 서울기상관측소의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하는데 작년 3월 25일에 꽃이 피었다. 보통 개화 시기가 4월 8일경이니 100년 만에 두 번째로 빨리 핀 것이다. 진해 군항제는 역대 가장 이른 날짜인 3월 22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기후 변화가 그 이유다.

지난 2월 전국 97곳의 주요 관측 지점 가운데 22곳에서 2월 일평균 기온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를테면 서울의 2024년 2월 14일은 12.9도였고, 양산은 무려 16.7도를 찍었다. 전국 단위 기상 측정이 처음 시작한 1973년 당시 우리나라의 봄 평균 기온은 11.5도였는데 2023년에는 13.5도로 올랐다.

지구 온난화에 영향받는 우리 식탁

꽃이 일찍 피어서 좋다고 넘길 게 아니다. 한국인의 주식인 벼에서 쌀알이 맺히는 비율과 정상적인 쌀알의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2년 기후 위기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2040년 67.4%, 2050년 5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바닷물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우리나라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 연근해어업 통계가 감소 추세다. 1986년 172만 톤에 이르던 생산량이 2022년 88만 톤까지 줄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던 명태나 오징어, 고등어를 수입해 온 지 오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세계 곳곳에서는 대규모의 화재와 홍수, 태풍, 이상 저온, 이상 고온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올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와 환경』에서 북극의 빙하가 앞으로 10년 내 녹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북극의 빙하는 태양열의 반사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약 녹아 없어진다면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화된다.

작은 실천이 중요한 때

세계기상기구는 2021년 보고서에서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대 이전에 비해 1981~2010년 즈음까지 평균 1.2도 정도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지구 온난화라고 한다. 인간의 활동이 주된 원인이 아니라 자연적인 변화 때문이라는 학설도 있으나 현재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가 주범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1997년 ‘지구 온난화 방지 교토 회의’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의해 전 세계 는 국가별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와 연간 배출 허용량을 정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12년부터 법적 근거를 마련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있다.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소가 개설돼 기준치보다 높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배출권’을 돈으로 사야 한다.

선진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후진국에서는 여전히 숲이 사라지고 있으며 강물과 바닷물이 오염되고 있다. 당장 먹고살기가 급하니 환경 보호는 배부른 소리다. 그렇다고 우리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일단 할 일은 하고 자연의 형벌을 기다려야 한다. 생활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