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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헬스 케어의 키워드는

예방 의학, 유비쿼터스,
환자 맞춤형, 자기 주도적

의학의 발전과 첨단 기술의 발달은 인간 수명의 연장을 가져왔다.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자기 주도형 헬스 케어와 자가 건강 측정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끝없이 팽창하고 있다.

구승준 칼럼니스트·번역가

김 씨는 얼마 전부터 휴대폰 앱의 경고음이 자주 울리고 있단 걸 깨달았다. 그는 가슴과 머리에 착용하고 있던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동된 핸드폰 앱을 열었다. 심장판막증으로 인한 심근 기능 저하가 심해져 이제는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때가 왔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심장이식 수술에 동의 하시겠습니까? 동의하시면 줄기세포로 곧 환우님에게 맞는 심장을 생산하기 시작하겠습니다”는 메시지에 동의했다. 김 씨의 체중, 키는 물론 혈압, 심장 박동 등 바이털 사인(vital sign)까지 이미 근처 병원의 컴퓨터로 전송되어 김 씨의 건강은 원격으로 관리되고 있었으며, 그의 몸속에서는 나노 로봇이 유전자 신호를 감지하여 질병을 찾아내고 있었다.

한 달 후 AI를 탑재한 로봇이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 씨의 아내가 김 씨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 전 전신 마비가 왔었으나 뇌에 칩을 삽입하여 지금은 손발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위의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구성해 본 것이다.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다. ‘주문형 장기 이식’ 기술은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2022년 메릴랜드 대학교의 외과의들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한 적이 있다. 또한 작년 8월 한국의 가톨릭대학교 의과 대학에서는 성체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환자용 맞춤형 3D 바이오 프린팅 인공 기관(trachea)을 이식하고 6개월의 추적 결과 성공적인 생착을 확인했다.

또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 과학 회사 뉴럴링크에서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심는 데 성공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월 29일 보도했다. 뇌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을 삽입하고 이를 컴퓨터에 전달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임상 실험은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큰 그림의 시작일 뿐이다. 그는 사람의 육체를 인터넷을 통해 인공지능(AI)에 연결한다는 ‘인체 인터넷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 기술로 시각 장애인의 시력 회복, 사지마비 환자의 근육 운동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주도형 헬스 케어

질병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나노 로봇 또한 상용화 단계까지 접근했다. 1월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는 스페인에서 소변을 연료로 사용해 움직이는 나노 로봇을 개발해 방광암을 치료한 결과 암세포의 크기를 최대 90%까지 줄였다는 논문이 실렸다. 이처럼 AI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가까운 미래에 의사를 대체할 정도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다.

앞에서 예시로 든 김 씨의 사례에 적용된 기술은 이미 개발되었고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헬스 케어는 AI 기술, 나노 기술, 유전 공학, 맞춤형 장기 이식, 사물 인터넷 등의 기술을 토대로 ‘스마트 헬스 케어’로 진화하되, 몇 가지 경향성을 지니며 발전하고 있다.

우선 환자가 병원 등 의료 기관을 방문해 치료나 처방을 받는 것에서 언제 어디서나 진료와 치료가 가능한 ‘유비쿼터스 헬스 케어’로 전환되고 있다. 아울러 이미 발병한 후에 치료하는 게 아니라 발병을 막는 ‘예방 의학’의 차원으로 변하고 있다.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의료’도 스마트 헬스 케어의 특징이다. 앞으로는 환자 스스로가 주도하여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자기 주도형 헬스 케어’가 건강 관리의 기본이 될 전망이다.

자가 건강 측정 트렌드

스마트 기기와 센서 기술을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자신의 식사량이나 운동량, 혈압 등 건강 상태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자가 건강 측정’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 이런 경향성을 대변한다. 우리 몸의 생체 정보가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를 통해 24시간 지속적으로 제공될 것이고, 이 데이터는 의료 기관과 연계되어 환자는 원격으로 적절한 조치를 받게 된다. AI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히 처방하거나 조치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 보자. 올해 2월 1일 카카오헬스케어에서 모바일 혈당관리 서비스 ‘파스타’를 출시했다. ‘파스타’ 앱의 CGM 센서로 측정된 혈당 데이터가 블루투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스타’ 앱에 자동으로 표출된다. 이용자는 실시간 혈당 데이터와 함께 간편한 기록을 통해 생활 습관과 혈당의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음식을 촬영하면 음식 종류, 영양소, 열량 등을 알려주는 비전 AI 기능을 통해 편리하게 식사를 기록할 수 있으며, 운동, 인슐린 투여, 복약 등도 기록이 가능하다.

이미 상용화된 헬스 케어 서비스에서도 이런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박람회이며 매년 1월 초에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올해 전시된 헬스 케어 서비스 중에는 얼굴을 분석해 백 가지 지표를 진단한다든지, 소변 검사로 열 가지 항목 이상을 간편하게 측정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 데이터는 모두 플랫폼으로 보내지고 분석되어 다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그 외에도 많은 기업에서 개인화된 진단 도구로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이를 의료 데이터로 수집하며 플랫폼으로 데이터화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장 조사 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 케어 시장은 2020년 1,481억 달러(약 184조 원)에서 2027년 4,268억 달러(약 53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16.2% 고성장이 예상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

다만 스마트 헬스 케어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 빅 데이터로 가공된 환자들의 개인 정보를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빼돌리거나 해킹할 소지가 있기 때문. 실제로 다국적 빅 데이터 업체인 아이엠에스헬스가 2011~2014년까지 4,399만 명의 처방전 정보를 해외로 빼돌린 적이 있다.

개인형 맞춤 의료가 본격화될 경우 빈부 간 의료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며, 맞춤형 장기를 둘러싼 인간 배아 복제나 유전자 편집에 관한 윤리적 논쟁도 여전히 치열하다. AI 사용이 본격화된 후 발생하는 오진에 대한 책임 논쟁도 있다. 그러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헬스 케어는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가로막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