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talks 2

담낭염과 맹장염,
증상이 반복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치료 지름길

청병원
조성훈 원장

편집실 사진 윤선우 영상 홍경택

쓸개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고, 식사 후 담즙을 배출해 소화를 돕는 기관입니다. 담낭염은 담석, 종양 혹은 담낭의 기능 이상 등으로 담낭관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막히면서 담낭 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통증이 거의 없는 경증부터 패혈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는 만큼 정확한 검사와 치료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복강경 수술을 2만례 이상 달성한 청병원 조성훈 원장님에게 담낭염과 충수염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았습니다.

담낭염은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담즙이 쓸개에서 내려가지 못하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담낭염으로 진행됩니다. 초기에는 소화 불량이나 윗배에 가스가 차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체했다고 여기거나 위 내시경을 받고 위염 약을 먹고 나면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화 불량이 반복되고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거나 과식을 한 후 두 시간 정도 지나서 속이 불편하면 담낭 때문일 수도 있단 점을 기억하시고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담낭염은 경증인 경우 소화 불량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점점 염증이 심해지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우측 갈비뼈 아래가 아파 오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염증이 더 심해지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게 됩니다.

담낭염은 반드시 수술해야만 하나요?

대부분의 환자는 ‘불편한 것’과 ‘아픈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하지만 아프지는 않다고 여겨 몇 년간 증상을 가지고 있다가 극심한 통증으로 진행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과 의사가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순간인데요. 이런 경우 염증이 꽤 많이 진행되어서 간을 비롯한 주변으로 염증이 번질 위험도 높고, 담낭벽도 염증으로 인해 많이 녹기도 합니다. 수술하는 의사도 힘들고 환자 회복도 어려우며 합병증의 위험도 있는 만큼 담석이 진단되고 불편한 증상이 몇 차례 반복된다면 수술하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맹장염인지 모르고 위험한 경우까지 가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되는데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맹장염으로 진단받은 후 약물로 회복하는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환자가 너무 어려 보호자가 원하거나 초기 충수염일 때는 항생제를 써볼 수 있지만, 환자가 수술받을 컨디션이 된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맞습니다. 맹장염은 시기가 늦어지면 충수가 천공돼 복막염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제가 경험한 환자 중에 30대 중반 남성이 충수염 진단을 받고도 진통제로 버티다가 응급실로 실려와 결국 패혈증으로 3일 만에 사망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충수염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약으로 아물게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환자의 심폐 질환이 중증인 탓에 마취가 부담스러워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 이외에는 충수염은 수술적 치료가 최선의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되고 있는데, 이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복강경 수술은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고 회복이 빠르단 것이 장점입니다. 2007년 당시에는 환자 열 분 가운데 여덟 분이 충수염 수술을 왜 복강경으로 하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왜 충수염 수술을 개복으로 하느냐고 의아해할 정도로 복강경 수술이 표준화되었습니다. 단, 심폐 질환자에게는 복강경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복강경의 특징이 복압을 올려 복강안에 탄산 가스를 주입하고 배를 터널 모양으로 부풀리는 방식이다 보니 심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심폐 질환자는 더 주시가 필요합니다.

최근 고령 환자가 증가하면서 만성 질환 유질환자의 수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단지 고령이기 때문에 수술을 못 받는 것이 아닙니다. 관건은 현재 가지고 있는 기저 질환이 무엇인지,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입니다. 복강경 수술은 협심증이나 심장 질환 시술을 이미 받은 분들은 병이 있더라도 가능합니다. 또 급성 담낭염이나 급성 충수염은 병의 특성상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큼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출혈을 감수하고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충수염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도 37개월 영유아 환자부터 94세 어르신을 복강경 수술로 치료해드린 바 있습니다. 나이보다는 평소 컨디션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청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협력 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수 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지금, 2차 병원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청병원은 2007년 외과 전문 병원으로 시작해 현재 종합병원 규모의 시설과 의료진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순천향병원 등 상급종합병원과의 진료 협약을 통해 응급 상황 발생 시 즉시 이송 및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산병원에 간 이식 교수로 몸담고 있다가 종합병원을 개원한 것은 의료 전달 체계를 제대로 자리 잡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현실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환자가 넘쳐나 충수염이나 담낭염과 같은 수술을 커버할 여력이 없습니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할 2차 의료 기관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어서 의사, 환자 모두가 고충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럴 때 힘이 되는 병원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개원했고, 저와 똑같은 고충을 겪을 후배들을 위해 전원으로 받는 수술 환자를 모두 우리 병원이 담당하겠다는 각오로 지금까지 임하고 있습니다.

중증 환자는 3차 의료 기관이 담당하고, 담낭염이나 충수염과 같은 수술은 2차 종합 병원에서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이상적인 의료 시스템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의 루틴

‘화내지 않기, 피트니스,
캐럼(carom) 당구’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바쁜 일정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시간 나는 대로 러닝 머신 등 피트니스를 하고, 6년 전부터 취미를 붙인 캐럼 당구가 재미있어서 스스로 만족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병원 규모가 커지고 응급 환자가 늘어나자 골프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운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캐럼에 흥미를 가지게 됐는데요. 좋은 사람들과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