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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복용 금물
마약류 전문의약품

질병 치료제로 쓰이는 마약류 전문의약품은 오남용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릅니다. 특히 비만과 ADHD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약류 전문의약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아봅니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마약류를 한번 사용하면 자꾸 사용하고 싶어지는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이 있고, 사용할 때마다 양을 늘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지며, 사용을 중단하면 고통과 부작용이 따르고,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이라 정의합니다.

마약류의 특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의존성, 즉 중독입니다. 마약류를 투여하면 뇌에서 많은 도파민이 나옵니다. 도파민은 보상, 감정 조절 등에 관여하는 물질로 우리는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그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즐거울 때 분비되는 도파민보다 마약 투여 시 분비되는 도파민이 훨씬 많기 때문에, 마약을 한번 투여하고 나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의 평범한 자극으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가 없게 되어 계속 마약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마약에 중독되어 여러 번 사용하다 보면 같은 양을 투여해도 느껴지는 자극이 점점 줄어듭니다. 그래서 전과 같은 쾌감을 얻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양을 더욱 자주 투여해야 하죠. 결국에는 마약을 투여해도 자극을 느낄 수 없게 되지만 이쯤 되면 자신의 의지로는 조절할 수 없습니다. 약물을 투여해야만 하는 충동을 강하게 느끼며 그 외에 대한 자제력과 판단력을 잃어버리죠. 니코틴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가 담배, 술을 끊고 싶어 하는데도 계속해서 흡연하고 음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마약류’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약에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체중 조절과 성적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약에 마약류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위험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식욕 억제제

체중 조절을 위해 사용하는 약 중 식욕 억제제로 쓰이는 마약류는 뇌의 신호를 바꾸고 몸을 긴장 상태로 만들어 배고픔을 못 느끼게 합니다. 식욕 억제에 효과가 있으나 중독, 내성, 금단 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해당 약물은 체질량 지수가 30kg/m2 이상인 19세 이상의 비만 환자에게 체중 감량의 보조 요법으로 최대 3개월 동안 처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엄격한 규칙에 따라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투여해야 하는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년 전 많은 병원에서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도 식욕 억제제를 처방하고 있다는 기사에 이어, 이를 악용해 마약 중독자가 식욕 억제제를 처방받아 마약 대신 사용했다는 후속 기사도 나왔습니다. 식욕 억제제를 복용했을 때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의 부작용인 환각이나 환청을 경험한 사람들이 이를 또 느끼기 위해 점점 더 강한 마약을 찾으며 중독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정상인 경우 강한 자극의 부작용을 불러오는 ADHD 치료제

ADHD(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 치료제를 성적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ADHD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 중 하나인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는 공부 잘하게 하는 약, 집중력을 높여주는 약으로도 불립니다. ADHD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도파민 등 신경 전달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서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약물들을 ADHD 치료제로 사용합니다. ADHD 환자들이 이 약물들을 복용하면 부족했던 도파민이 적절한 정도로 올라가며 집중력이 강화됩니다.

하지만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투여하면 혈당이 정상 수치로 떨어지지만 일반인이 투여하면 혈당이 낮아져 오히려 위험해지듯이, 도파민의 양이 정상적인 일반 청소년에게 ADHD 치료제를 투여하면 도파민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집니다. 그러면 뇌가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겪기 힘든 아주 강한 자극을 느끼는데, 이 자극에 의해 ADHD 치료제에 중독됩니다. 즉, ADHD가 아닌 아이에게 ADHD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은 도파민이 지나치게 분비되고 그 약에 중독되게 할 뿐, 집중력 감소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신경 전달 물질이 정상인 아이의 집중력 감소 원인은 체력 저하나 피로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아도 ADHD 치료가 필요 없는 아이에게 약물을 투여할 경우 학습 능력 증진 효과가 어떠한지에 대해 확실히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심지어 익숙한 과제를 수행할 때는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지며 충동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반면에 부작용과 중독의 위험은 명백합니다.

중독과 부작용의 위험이 큰 마약류

마약류의 부작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식욕 억제제가 필요한 비만 환자나 ADHD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에게 조심스럽게 사용해도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사용 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부작용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특히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메틸페니데이트를 투여하면 뇌졸중, 심근 경색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약류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식욕 부진과 소화 불량, 가슴 두근거림, 두통, 불면증이 있습니다. 입안이 건조해지고 구역질도 흔히 나타납니다. 심할 경우 환각, 우울, 공격적 행동, 자살 시도 등 정신 질환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의료용이라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이 아닙니다. 의료 목적으로 투여하기 시작한 마약류를 잘못 사용하면 마약 중독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마약류를 오남용하면 청소년기 특성상 또래 사이에 빠르게 전파되기 쉽습니다. 또한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마약은 영화에 나오듯 주사하거나 코로 흡입하는 형태이고 조금만 투여해도 바로 몽롱해지는 약이라 생각하며 내 주위에는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약류라는 걸 안다 해도 병원에서 처방받았으니 안전하다고 믿으며 지인들과 나눠 먹어도 되겠지, 먹다 남았는데 팔아도 되겠지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무슨 약이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올바른 방법으로 투여되어야 약이지, 그렇지 않으면 독입니다. 특히나 마약류는 조금만 투여해도 중독이나 부작용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잘못된 사용도 있어선 안 됩니다.

작년 초 정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마약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약이 무엇인지,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 얼마나 쉽게 중독될 수 있고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얼마나 힘든지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마약류는 꼭 의료 용도에 한해 주치의의 치료 계획과 목적에 따라 사용해야 하고, 절대 임의로 구해서 투여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