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friendly

1년에 먹는 미세 플라스틱이
밥 한 공기 반이라고?

2024년 1월 미국의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가 들썩였다. ‘생수병 1L에서 일곱 종류의 플라스틱 입자만 24만 개가 나왔고, 그중 미세 플라스틱이 90%에 달했다’는 내용이었다. 미세 플라스틱,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은하 칼럼니스트

최근 해외 생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상당량 검출되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자연기금(WWF)이 2019년 발표한 연구 결과는 ‘한 사람당 매주 평균 미세 플라스틱 2,000여 개를 섭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5g이며 신용카드 한 장 무게다. 간편하게 섭취하는 분말 비타민 C ‘비타그란’ 한 포가 2g이니 상당한 양이다. 1년으로 계산하면 250g이 넘는다. 우리가 흔히 먹는 즉석밥 한 공기인 200g보다 많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의도적으로 제조되거나, 기존 제품이 조각나면서 미세화된 크기 5mm 이하의 합성 고분자 화합물로 정의하고 있다. 각질 제거 기능의 세안 제품, 화장품 등에서 나오며, 큰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료가 조금씩 깨져 생기기도 한다. 합성 섬유를 세탁할 때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올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 얼마나 유해할까?

그렇다면 미세 플라스틱은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2019년 WWF의 연구에 의하면 미세 플라스틱은 호흡할 때 들어오거나 음식, 물을 통해 세포에 스며든다. 그런데 해당 연구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하지 않았다. 포유류의 경우 150μm를 초과하는 입자는 몸속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며, 150μm 미만 입자의 흡수율은 0.3% 이하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1μm* 미만의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떻게 흡수되며 어떤 기전을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연구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초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흡수된 미세 플라스틱은 조직 염증, 세포 증식, 괴사, 면역 세포 억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호흡기에 노출되면 간질성 폐 질환을 유발하여 기침, 호흡 곤란, 폐 기능 저하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미세 플라스틱 자체가 발암 물질이기도 하다.

올해 3월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 대학의 연구팀은 심장 질환과 뇌졸중이 미세 플라스틱이 연관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4월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초미세 플라스틱이 모체의 모유를 통해 자손의 대사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세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보고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1μm(마이크로미터)는 1m의 100만분의 1로, 0.001mm다.

플라스틱 사용 총량 줄이기

그렇다면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것이 기본이겠다. 일회용 종이컵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있으니 텀블러를 들고 다니길 추천한다. 가정에서 쓰는 국자나 도마 등을 플라스틱이 아니라 실리콘이나 나무로 바꾸는 것도 좋다. 미세 플라스틱은 가라앉으니 시판 생수를 마실 때는 물을 약간 남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을 끓이면 최대 90%까지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소금은 정제염이나 천일염을 500도 이상 끓인 자염을 섭취하는 게 좋다.

기업과 정부의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다. 플라스틱 사용 총량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재활용 분리가 쉽도록 유럽처럼 ‘일체형 병뚜껑’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페트병을 만들 때 미세 플라스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공정 개발도 필요하다. 국내 가전기업들은 미세 플라스틱 저감 세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3월 일본여자대, 와세다대 공동 연구팀은 숲이 미세 플라스틱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제 논리에 의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도심에 나무를 많이 심고, 신도시 건설 시 충분한 녹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