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내 몸 경영'건강검진

박상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증상이 나타났다면 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고 그만큼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필요한 것 중 1순위는 바로 건강검진이다.

건강에 자신 있는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이르면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고 열심히 관리해야 한다. 40대 이후부터 고혈압, 당뇨, 이상 지질혈증 등 만성 질환 유병률이 높아지고, 암 발생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방문해 진단받으면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오랜 기간 건강 문제가 누적되면 나중에 합병증으로 더욱 고통을 겪는다. 아무 증상이 없을 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건강검진의 효과

우리나라는 많은 국가 예산을 들여 전 국민 대상으로 국가건강검진을 제공한다. 신체검사로 비만과 고혈압 여부를 측정하고, 혈액 검사를 통해서는 당뇨나 빈혈, 고지혈증, 간 기능, 콩팥 기능 이상을 살펴보며, 요검사와 흉부 엑스레이로 단백뇨나 결핵 여부 등을 확인한다. 생애전환기 검진에서는 골밀도 검사나 노인 신체 기능 검사 등이 추가적으로 제공된다.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서는 40세 이상 성인은 2년마다 위 내시경 검사 또는 위장 조영술 검사를 통해 위암 여부를 확인하고, 50세 이상은 1년마다 분변 잠혈 검사를 받고 대장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54세 이상 74세 이하 남녀 중 30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폐암 고위험군은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2년마다 받을 수 있다. 여성의 경우는 20세 이상부터 자궁 경부암 검사가 가능하며, 40세 이상부터는 2년마다 유방암 검사로 유방 조영술을 받을 수 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검진 프로그램이 실제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무궁무진하다.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병원에서 당뇨병을 진단받은 사람은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진단된 당뇨병 환자보다 사망률이 약 네 배 높았다. 청년 시기부터 국가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은 경우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2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위암 검진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국가암검진을 받은 사람이 받지 않은 사람보다 21% 정도 사망률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국가건강검진 항목은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 △조기에 발견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 것 △검진 방법 수용성이 있을 것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클 것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 것을 고려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신중히 결정한 것이다.

적절한 건강검진의 범위

그렇다면, 국가건강검진 항목보다 더 항목이 많은 고급 정밀 검진이 건강에 더 이로울까? 2022년 국립암센터가 검진 경험자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검자 대부분이 추가 검사 항목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PET-C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로 숨어 있는 암을 빨리 발견할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70%였고, 혈액 검사인 종양표지자 검사가 암 검진에 도움이 되므로 받겠다는 비율도 90%로 나타났다. 하지만, 불필요한 검진은 과도한 추가 검사와 함께 오히려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젊은 시절 과도하게 받은 CT 촬영이 추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지 않는 건강검진은 오진, 위양성, 위음성, 과잉 진단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2023년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내놓았다. 의학한림원이 권고하지 않는 암 검진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갑상선 초음파 검사

2) 일반인의 저선량 흉부 컴퓨터 단층 촬영(LDCT)

3) 무증상 일반인의 췌장암 검사

4) 암 검진 목적의 PET-CT 검사

5) 기대 여명이 10년 미만인 고령자의 암 검사

또한, 건강한 성인에 대한 연례적인 건강검진,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 D 검사와 뇌 MRI 검사, 증상이 없는 노인에게 일상적인 치매 건강검진,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에게 건강검진 목적의 관상동맥 CT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이득이 위해보다 크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위해가 큰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양해야 하는 과도한 검진

예를 들면 20대 여성이 유방 촬영술 검사를 매년 받을 필요는 없다. 조기 검진을 위해 엑스레이 검사를 받아 방사선에 노출되면 이 자체가 유방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갑상선암 조기 검진을 위해 갑상선 초음파를 받을 필요도 없다. 갑상선암은 수년간 국내 발생률 1위 암인데, 5년 생존율이 100%에 달하는 ‘착한 암’이다 보니 과잉 검진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 국가암검진 권고안에서도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 검사는 무증상 성인에서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건강검진 센터에서 흔히 시행되는 뇌 MRI 검진에 대해서도 의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 아직까지 뇌동맥류 선별 검사의 비용 효과를 분석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없어서, 무증상 성인의 뇌동맥류에 대한 선별 검사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 또한 무증상, 저위험군의 관상동맥 CT 검사도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해가 더 클 수 있어서 선별 검사로 권고되지 않는다.

미국·캐나다·영국·일본 등에서는 검진 권고 등급을 고려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배제하자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잘 공유하여 검진에 대한 이득과 위해, 그리고 비용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불필요한 검진을 받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근거 중심의 건강 증진 실천이 중요

검진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검진 후 결과에 따른 근거 중심의 건강 증진 실천을 하는 것이다. 보통 검진 결과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 안심하는 경우가 많다. 폐 CT 검사상 폐암이 아니라는 결과에 안도하여 계속 흡연한다면, 차라리 검진받지 않고 담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이 더 낫다. 과체중이나 지방간 소견을 들어도 절주나 운동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비싼 검사비만 낭비한 것이다.

한편, 유방이나 갑상선에 물혹이 있다고 들은 후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불필요하게 물혹 제거 시술을 받기도 한다. 검진 결과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단골병원의 의사에게 결과지를 가져가 문의하는 것이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주치의에게 최근 받은 검진 결과지를 공유하며 필요한 추가 검사나 개선할 건강 습관에 대해 맞춤형으로 권고받는 것이 무조건 큰 병원을 가는 것보다 훨씬 좋다.

자기 개발, 자기 경영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내 몸을 잘 경영하는 것(내 몸 경영)이다. 중년 이후에는 일 경영뿐 아니라 내 몸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내 몸 경영’의 실천은 올해 건강검진 계획을 세우고 지금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챙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