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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복용 후
속이 쓰리다면?!

약을 복용하거나 투여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중 가장 흔한 것이 위장 부작용입니다. 이 중 속쓰림은 정도에 따라 복용 중인 약에 대한 거부감까지 느끼게도 하는데요. 약으로 인해 속쓰림 증상이 나타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속쓰림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은 아주 다양합니다. 그 확률이 0.01% 미만으로 ‘매우 드물게’로 표현되는 약까지 다 포함한다면, 속쓰림 부작용이 없는 약을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부작용 발생 확률이 낮은 약은 제외하고 적어도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1% 이상은 되어야 속쓰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표현합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약 중에 속쓰림 증상을 유발하는 약이 많기 때문에 ‘약 먹으면 속 버린다’는 말이 나오는 듯합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 아스피린, 스테로이드, 항생제, 고용량 비타민, 철분제 등은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는 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 흔히 쓰는 약입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단어가 낯설 수 있지만 해열제, 진통제, 소염제로 아주 많이 쓰는 약입니다. 이부프로펜(ibuprofen), 덱시부프로펜(dexibuprofen) 등 성분이 이에 해당합니다. 종합 감기약, 처방받아야 하는 전문 약,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 약을 가리지 않고 많이 들어 있습니다.

성분에 따라 다른 효과

속쓰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위산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위가 손상되는 경우입니다. 평소 위가 먹은 고기처럼 소화되지 않고 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여러 방어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위는 위를 손상하는 물질과 방어하는 물질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균형이 깨졌을 때 위를 손상하는 물질을 낮추는 공격 인자억제제나 위를 보호하는 물질을 높이는 방어 인자 증강제를 사용하면 속쓰림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공격 인자 억제제에는 제산제와 위산 분비 억제제 등이 있고, 방어 인자 증강제에는 위 점막 보호제 등이 있습니다. 원래 위장약은 ‘위와 장의 장애에 적용되는 약’을 뜻하지만, 일상에서는 속쓰림을 개선하는 공격 인자 억제제와 방어 인자증강제를 나타내는 말로 쓰입니다.

제산제는 위산을 중화하며 점막을 보호합니다. 겔이나 액체 형태로 되어 흡수가 빠른 약들이 많습니다. 흡수가 빠른 대신, 한두 시간 후면 약효가 사라지기 때문에 하루에 네 번 정도 복용합니다. 그리고 현탁액인 약은 가만히 두면 약 성분이 가라앉으니 복용 전 흔들어 약 성분이 고루 섞이도록 해야 합니다. 제산제는 다른 약의 흡수나 배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약과 제산제를 함께 복용해야 한다면 복용 간격을 두시간 정도 둬야 합니다.

위산 분비 억제제는 말 그대로 위산 분비 자체를 억제합니다. 제산제에 비해 작용 시간이 길어 하루에 한두 번 복용하면 됩니다. 파모티딘(famotidine)과 니자티딘(nizatidine) 등의 성분이 이에 해당됩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정도에 따라 용량을 반으로 줄여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위산 분비 억제제를 구입할 때는 약사에게 꼭 알려야 합니다.

점막 보호제는 위 점막의 점액이 많이 생기게 하거나 위의 손상된 부위에 붙어 보호막을 만듭니다. 레바미피드(rebamipide), 알긴산(sodiumalginate) 등의 성분이 이에 포함됩니다. 음식을 먹어서 위산이 나오기 전, 즉 식사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방받은 위장약 성분 확인하기

위장약은 속쓰림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의 부작용 중 속쓰림이 흔히 나타나는 편이라,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의사가 약 처방 시 위장약을 미리 추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잘 알려진 약에는 거의 대부분, 그리고 속쓰림이 나타날 확률이 높지 않은 약이지만 그 종류와 개수가 많을 때도 위장약이 흔히 추가됩니다. 그러니 약을 먹은 후 속이 쓰리다면 복용 중 인 약 중에 위장약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약의 성분이 공격 인자 억제제라면 방어 인자 증강제를 추가해 보고, 방어 인자 증강제라면 공격 인자 억제제를 추가해 볼 수 있습니다.

확인 없이 위장약을 추가하면 같은 종류의 약을 여러 개 먹고 권장 복용량을 넘길 수도 있습니다. 약 복용량을 늘리면 약효뿐 아니라 부작용 확률도 함께 커지는데, ‘권장 복용량’을 넘으면 약효보다 부작용 확률이 더 커집니다. 그러니 특별한 이유 없이 환자 임의로 권장 복용량을 초과하여 복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복용법도 살펴보기

위장약 외의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름에 ‘필름코팅정’ ‘당의정’ ‘장용정’ 등이 포함된 약들은 그 자체로 먹으면 복용이 불편해서 일부러 ‘필름’이나 ‘설탕 옷(당의)’, ‘위가 아닌 장에서 녹는 껍질(장용)’ 등으로 약 표면을 감싸 놓은 것입니다. 이런 약을 씹거나 부숴 먹으면 약 성분이 그대로 나와서 속이 더 쓰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에 ‘서방정’이 있는 것은 약 성분이 천천히 녹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를 부숴 먹으면 약이 빠른 속도로 녹아 위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무슨 약이든 부숴 복용한 후 속쓰림을 느꼈다면 알약 그대로 복용해 보세요.

약 먹는 시간도 중요합니다. ‘식후 30분’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때 약을 먹으면 위 점막에 자극이 덜 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 혈당조절제처럼 복용 시간을 변경하면 치료에 큰 영향을 미쳐서, 권장 복용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철분제처럼 공복에 복용하면 흡수가 잘되기는 하지만 속쓰림 때문에 힘들다면 무리할 필요 없이 식사 후로 복용시간을 옮길 수 있는 약도 있습니다. 그러니 복용 시간을 옮길 수 있을지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진통제가 필요할 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아닌 아세트아미노펜이 성분인 약을 복용하면 속쓰림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식사 후에 바로 눕지 않고,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음주나 흡연을 줄이는 것도 속쓰림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속쓰림의 원인이 복용 중인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 다른 질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2주 이상 복용해도 속쓰림이 그대로라면 도리어 위장약의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커지니 더 이상 복용하지 말고, 다른 질환 때문은 아닌지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