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응하는 기후 테크
AI와 데이터 분석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에 기여하는 혁신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AI로 인해 빠른 증가세인 데이터 센터가 기후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단 우려도 있지만,
AI를 활용한 기후 테크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글 김은하 칼럼니스트
한국 기상청이 2020년부터 도입해 현재까지 쓰고 있는 슈퍼컴퓨터 5호기는 ‘레노보 SD650’으로 최고 성능은 51페타플롭스(PFlops)다. ‘페타플롭스’라는 단위는 쉽게 말해 초당 1,000조 번 계산하는 것으로, 51페타플롭스는 초당 5경 1,000조 번의 연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가정용 PC의 연산 능력이 최대 초당 1조 번 정도이니 일반 PC 수천 대를 한꺼번에 운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셈.
그런데도 한국 기상청 예보는 ‘일기 예보’가 아니라 ‘일기 중계’라는 비꼼을 당하기도 하고, 정확하기로 유명한 노르웨이 기상청의 앱을 깔아 한국 날씨를 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기상청도 온갖 노력을 하지만 최근 빈번한 이상 기후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나더 레벨의 AI 일기 예보
AI는 아예 다른 차원에서 일기 예보에 접근한다. 작년 11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AI 일기 예보 모델인 ‘그래프캐스트(Graphcast)’를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그래프캐스트는 과거 기상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식의 ‘기계 학습 기반 기상 예측 모델’인데 기존 기상 예보보다 매우 정확하고 빠르다. ‘딥러닝’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상 예보는 수치 예보 모델(Numeric Weather Predict, NWP)을 사용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수 초 단위의 기상 데이터를 짧은 단계마다 계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딥러닝은 과거 40년간의 기상 데이터를 AI가 학습하여 더욱 세밀한 예측을 한다. 최근 이런 AI를 활용한 기후 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기후 테크란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을 주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혁신 기술을 말한다.
기후 변화 대처도 AI가 대세
스타트업 기업인 원컨선(One Concern)은 AI를 이용하여 기후 변화로 인해 건물이나 자산에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를테면 7일 동안 홍수가 발생해 전력망이 중단될 경우, 기업에 어떤 피해가 가는지를 알려 준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은 사고 예방을 위해 공장이나 물류의 위치를 재배치할 수 있다. 피해 예방을 위한 투자금과 피해로 인한 손실액을 비교 분석하고 미래 전략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일반 기업뿐 아니라 보험 회사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서는 AI를 이용하여 농부들이 비료와 물 사용량을 줄이고, 전력 회사에서는 효율을 높이고, 물류 회사에선 배송 경로를 최적화하여 연료를 아끼고 있으며, 공장에서는 폐기물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으므로 AI를 활용한 기술은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20%가 산림 벌채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아웃랜드애널리틱스에서는 벌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톱 소리나 자동차 소리를 잡아내어 산림감시원에게 경보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중남미의 아마존을 고해상으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탓에 지금까지는 불법 벌목 활동을 알면서도 전전긍긍할 따름이었지만, 엘리먼트 AI는 저비용 또는 무료로 촬영한 다수의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만들어 불법 벌목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
여러 환경 단체는 AI 활용으로 인해 세계 각지의 데이터 센터가 늘어 오히려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이 올해 1월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경영자 중 거의 절반인 45%가 AI 등 첨단기술 발전과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사업이 10년 안에 실패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세를 막을 수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