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5일
언제나 열린 약국
글 편집실 사진송인호 영상 김수현
군산 전북약국
송만성•성아 약사*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만큼 오래전부터 약국이 있던 자리. 군산 역전시장 상인들의 건강 상담소이자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이곳은 전북약국이 들어서기 전부터 약국이 자리했다. 5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온 전북약국은 지금도 고객과 더 소통하는 약국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약국 앞은 노점상이 늘어놓은 과일과 채소가 옹기종기 자리하고 대로변이라 차량 통행도 빈번하다. 역전종합시장, 군산양키시장 등 큰 시장을 지척에 두고 있어 오래전부터 상인들이 주 고객이다. 조선대 약대를 졸업한 송만성 약사가 부모님의 건물에 약국을 개업한 건 1977년. 전에도 이 자리엔 언제나 약국이 있었다는데, 약국 앞에 놓여진 비석을 보면 그 역사를 알 수 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 속 주인공 초봉이 근무하던 제중당약국의 배경이 된 곳이자 군산을 통틀어 오래된 약국 중 하나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 온 곳이 바로 이 전북약국이다.
“새벽에는 상인들이, 밤에는 유흥가를 찾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새벽 5시 반이나 6시에 문을 열고, 밤 11시, 12시까지 영업을 했어요. 새벽 시장에 나오는 상인들은 영양제나 소화제를 많이 사 갔고, 또 시장에 들른 인근 주민들이 필요한 약을 한꺼번에 많이 사 가기도 했죠.”
지금은 주변에 약국이 여러 곳 생겼지만 당시엔 일대에서 단 한 곳뿐이던 약국이었다. 시장 상인들이 유일하게 건강 상담을 하고 약을 살 수 있는 곳이었던 것. 요즘도 전북약국을 찾는 고객의 30% 이상이 오래전부터 시장을 지켜 온 단골 상인들이다.

# 2대가 함께 운영하는 약국
2022년부터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덕여대 약대를 졸업하고 종합 병원과 대형 약국의 조제 약사로 경험을 쌓은 딸 성아 씨가 약국 운영에 합류해 전북약국은 2대가 함께 운영하는 약국이 됐다.
“서울에서 약사로 일하다 고향으로 내려온 지 3년 차인데, 지금도 아버지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약국에 들어오셔서 아버지부터 찾으시는 분이 많으세요. 5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 온 시간의 힘이 큰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아버지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약국을 차리기보다 고향에서 아버지의 약국을 함께 운영하면서 경험을 쌓고 장차 약국을 인수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자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왔다. 그러나 막상 개인 약국 운영을 해 보니 녹록지 않았다. 단골 고객들에게는 병원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하고, 새벽과 밤, 휴일을 가리지 않고 약국을 찾는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고, 또 오랜 고객들에게는 저마다 원하는 건강 정보를 알려 주기 위해 근무 약사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있다.
“고령의 고객이 많다 보니 단순 노화가 아닌 ‘노쇠’한 분들을 많이 접합니다. 한두 달 전에 뵀을 땐 정상적으로 활동하시던 분이었는데 어느 순간 넘어져서 중상을 입으셨다거나 아니면 갑자기 식사를 못 하다가 입원하셨고, 퇴원했지만 거동을 못 하신다거나…. 이런 분들은 통증에 시달리고 기력이 없어 활동에 제약이 많습니다.”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병원에서 퇴원하는 분들에게 통증 개선과 기력 회복을 위해 어떤 약을 드려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약으로만 해결될 부분이 아니니 생활 습관 개선이나 식사 방법, 영양 보충 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드리고 있다고. 약국을 찾아오실 때마다 거동을 살피고 식사나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르신들의 상태를 살핀다고 한다.

# 고객과 소통하는 약국으로
성아 씨가 합류하면서 약국 리모델링을 했다. 리모델링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고객과의 소통. 고객이 대기 공간에서 조제약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일반의약품을 고를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처럼 진열해 두고 직접 고를 수 있게 하니 개인 취향 등이 반영되면서 구매 상승효과도 나타났다.
“약국을 찾는 분들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365일 문 여는 약국으로 운영해 온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365일 문 여는 약국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어요. 예전에 아버지께서 새벽 5시, 6시부터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 두셔서 지금도 새벽이나 밤에 연락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여전히 하루도 쉬지 않고 약국을 연다. 오전 7시반에 문 열고 오후 7시에 문을 닫는다고. 단골 고객이 많다 보니 어쩌다 사정이 생겨 하루만 문을 닫아도 왜 오늘 문을 닫았냐고 연락이 온단다.
“약국 문을 매일 열어야 하는 것이 의무가 아닌 의무가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 약국이 매일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부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아버지께서 50여 년간 성실하게 운영하신 결과겠지요. 지금처럼 주변 상인과 주민분들에게 언제나 아플 때 찾아갈 수 있는 약국으로 남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약국 자리로 이름난 곳인 만큼 그 명맥을 잘 이어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