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이 최선의 치료
당뇨병
글 유원상 단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糖尿(당뇨)’는 사탕(당분)을 나타내는 糖(당)과 소변을 나타내는 尿(뇨)로 이루어진 단어다. 즉 당이 포함된 소변을 본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당뇨를 현대인의 질병으로 알고 있지만, 조선 시대 문헌에서 ‘소갈증이 생기면서 자꾸 살이 빠지고 눈이 멀어지며 죽어 가는 병’이라고 소개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듯하다.
당뇨병이란 고지방식과 고열량식을 섭취하는 서양인의 병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2’를 보면 2000년대 이후 계속해서 증가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으로 진단되었으며, 65세 이상 성인에서는 10명 중 3명(30.1%)이 당뇨병 환자로 파악되고 있다. 당뇨병 위험군인 당뇨병전단계(2019~2020년 통합 통계)는 30세 이상 성인 약 10명 중 4명(44.3%)이 해당되며, 65세 이상 성인에서는 2명 중 1명(50.4%)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렇게 많은 당뇨병 환자 중에서 자신이 당뇨병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10명 중 3명이라는 통계다.
당뇨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당뇨병을 알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과 ‘포도당’이라는 영양소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포도당이란 우리가 밥을 먹고 나면 소화, 분해되어 혈액 내에 나타나는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로서 사람은 포도당을 통해서 숨 쉬고 생각하고 움직인다. 이처럼 중요한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몸속 세포에 전달하고 먹여 주는 일을 하는 것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에 이상이 생겨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 내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혈액 내 당 농도(혈당)로 진단한다. 여덟 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한 상태에서 혈당이 126mg/dL 이상, 75g의 당분을 섭취하고 두시간 후 혈당이 200mg/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으면서 혈당이 200mg/dL 이상, 이 중 한가지라도 해당되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변화된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손상을 입어 더는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게 되어 생기는 1형 당뇨병과 내장 지방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여 생기는 2형 당뇨병으로 나눌 수 있다. 당뇨병의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 약물, 췌장 손상(췌장염, 췌장 수술) 등이 있고, 이 외에 환경적인 요인인 불규칙한 식사, 운동 부족, 비만, 술, 임신, 감염등도 원인일 수 있기에 발병 기전에 대하여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패스트푸드와 같은 음식의 섭취가 늘고 운동 부족이 만연화되면서 점차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사실은 비만을 동반하는 당뇨병 환자가 2020년 기준 50%이며 2단계 이상의 비만을 보이는 경우도 12.9%라는 보고가 뒷받침한다. 특히 복부 비만의 비율이 63.3%로, 당뇨병 환자의 반 이상이 복부 비만을 동반한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 중 상당수가 서구화된 식생활과 생활 습관의 변화로 당뇨병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또 한 가지 우리나라 당뇨 현황에 대해서 주의해서 봐야 할 사항은 65세 이상의 노인 당뇨병의 폭발적인 증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급격히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의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65세 이상 노인 중 3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로 확인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췌장의 인슐린 분비와 작용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당뇨병 인구도 같이 증가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에 따른 치료비 증가와 사회적 문제 등은 단순히 의료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정치, 경제 분야와 같은 많은 영역에서 당뇨병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분명하다.
당뇨병의 예방법 세 가지
당뇨병은 만성 질환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질병인 만큼 예방이 최선의 치료이다. 당뇨병 예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식이 조절을 철저히 한다.
당뇨병은 식이 조절 없이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식이 조절이 중요하다. 자신의 체격에 알맞은 하루 열량 섭취량을 알아야 하며,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고 단백질 섭취는 늘릴 것을 권장한다. 특히 지방의 경우 트랜스 지방이나 포화 지방은 가능한 섭취를 금하고 불포화 지방과 같은 건강한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 좋으며, 설탕이나 꿀, 아이스크림, 빵, 떡, 라면 같은 단당류와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췌장과 간에 독성 물질로 작용하는 음주와 흡연은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둘째,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운동은 혈당과 혈압을 낮추어 주며, 칼로리 소모를 통해 체중 감량과 콜레스테롤 감소, 심장 기능 향상, 혈액 순환 증진 등에 효과가 있는 등 모든 면에서 당뇨병을 조절하고 예방해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특히 운동은 여러 암 예방 효과도 나타나는 만큼 주 3회 이상, 1회 당 최소 30분 이상 운동하되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 종류를 선택하여 알맞은 강도로 하여야 한다.
셋째, 당뇨병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증상이 거의 없는 질환임을 알아야 한다.
다음, 다뇨, 다갈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모두 당뇨병이 상당히 악화된 이후에야 나타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반드시 건강검진을 통해 당뇨병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전문가와의 상담 및 치료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안타깝게도 당뇨병을 예방하고자 열심히 노력했지만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뇨병 치료법이 매우 발전하여 초기에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적절한 혈당을 유지할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존의 당뇨병 치료와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다. 우선 약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더 극대화하는 약물들이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인크레틴이라는 장내 호르몬을 이용하는 약물이라든지, 소변에서 혈당 흡수를 억제하여 혈당과 함께 체중까지 줄이는 약물 등이 개발되었고, 여러 임상 연구에서 췌장 보호 효과와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되어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치료법을 권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또한 인슐린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환자별로 상황에 맞게 인슐린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좀 더 세밀한 혈당 조절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무채혈 혈당 측정기, 연속 혈당 측정기, 스마트 인슐린 펌프 등 최신 기술이 도입되는 등 당뇨병 환자들이 필연적으로 겪어 왔던 채혈이나 인슐린 주사의 통증에서 벗어나는 길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췌장 이식이나 인공 췌장을 이용해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길도 조금씩 열어 가고 있다.
2035년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5억 9,000만 명이 당뇨병으로 진단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당뇨병이 일종의 전염병처럼 대유행하는 시대가 예상되는 만큼 일부 선진국들은 이를 국가 시스템으로 예방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여러 분야에서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당뇨병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한 문장으로 말하라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말하고 싶다. 당뇨병은 관심을 가져야만 진단되고 예방되는 질환이고, 의사가 치료하는 병이 아니며 환자 스스로가 생활 습관의 교정을 통해 극복하는 병이다.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그 어렵다는 당뇨병도 반드시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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