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해소제와 피로 회복제
어떤 기능이 있을까?
집안일, 육아, 간병, 학교생활, 업무 등 일상생활만 해도 피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모임, 여행 등의 계획이 생겨 평소보다 더 많이 활동해야 하거나 휴식이 부족해질 것이 예상되면 숙취 해소제와 피로 회복제 복용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이런 건강 기능 식품을 섭취할 때 주의점은 무엇일까요?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숙취 해소제, 피로 회복제로 알려진 제품에는 주로 간에 작용하는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예전 한 광고에서 피곤은 ‘간 때문이야’라며 간 기능을 회복시키면 피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흥미를 끌기도 했죠. 실제로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다 보니 그 과정에 작용하는 성분이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숙취는 알코올을 섭취한 후 겪는 두통, 구토, 목마름, 피로감, 인지 능력 감소 등의 증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며칠씩 지속되기도 합니다. 숙취의 원인에는 탈수, 위 자극, 수면 장애,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간에서 일어나는 알코올 분해 과정에 작용하는 성분이 숙취 해소용으로 쓰입니다.
일반 의약품 VS 식품
‘숙취 해소제’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과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그 종류가 다릅니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숙취 해소제는 간 기능 보조제나 간 보호제인 ‘일반 의약품’이며 ‘피로회복제’로도 쓰입니다.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숙취 해소제는 엄밀히 표현하자면 숙취 해소 ‘음료’로 약이 아닌 일반 ‘식품’입니다.
숙취는 몸과 정신에 불편함을 일으키는 증상이고 이를 해소한다는 제품은 약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25년부터 숙취 해소 기능성을 표시하고 광고하기 위해선 인체 적용 시험을 통해 알코올 숙취 정도가 의미 있게 개선되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만큼, 관계자들은 2025년부터는 과학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한 제품들이 사라지는 등 숙취 해소제 시장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숙취 해소제, 즉 간 기능 보호제나 간 보호제에 해당하는 성분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숙취 해소로 효능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알코올을 분해하는 간 기능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이 쓰이죠. 밀크시슬은 식품의 약품안전처에서 ‘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서양 엉겅퀴인 밀크시슬에서 효능을 가진 성분인 실리마린을 추출하여 쓰기도 합니다. 밀크시슬, 서양엉겅퀴, 카르두스 마리아누스, 실리마린, 실리빈은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는데 이 중 밀크시슬, 서양엉겅퀴, 카르두스 마리아누스는 같은 말이며 실리마린과 실리빈은 밀크시슬에서 추출해 낸 성분입니다.
우리가 섭취한 수많은 물질을 대사하는 간에서는 활성 산소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주위의 단백질과 지방을 과산화하고 DNA를 손상시킵니다. 밀크시슬은 이 활성 산소종을 제거해서 간세포 파괴를 막습니다. 또 단백질 합성을 자극해 손상된 간세포를 재생시킵니다.
UDCA는 ursodeoxycholic acid의 줄임말로, 우리 몸의 담즙산 성분 중 하나입니다. 담즙산은 지방을 작은 덩어리로 쪼개서 몸에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UDCA를 복용하면 간세포를 손상시키는 독성 담즙산이 상대적으로 줄어 간세포가 보호됩니다. 아르기닌은 간에서 일어나는 분해 과정에서 생긴 독성 물질을 다른 물질로 바꾸어 제거하는 과정에 필요합니다. 그리고 혈관을 확장하여 혈액이 잘 흐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간에서 일어나는 분해 과정에 작용하는 시트르산(구연산)과 오르니틴 아스파르트산, 그리고 글루타치온과 베타인, 비타민 B도 숙취 해소제에 쓰입니다.
지나친 의존은 위험
숙취 해소 음료에는 생약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중 특히 익숙한 재료로 헛개나무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 간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건강 기능 식품으로 인정된 원료인 밀크시슬 추출물, 표고버섯 균사체 추출물, 새싹보리 추출물 등 일부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또한 숙취의 원인 중 하나가 혈당 저하라 설탕이 다소 많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당뇨 환자 등 혈당을 관리해야 하는 분들은 복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숙취 해소제로 알려진 일반 의약품이나 음료에는 간 기능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복용하면 간에서 일어나는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히드도 적어지겠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숙취를 빠르게 해결해 준다는 임상적 근거는 약한 상황입니다. 또한 술로 인해 손상된 소화관 점막을 보호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속쓰림 같은 증상은 가라앉히기 힘듭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제품을 복용하면 술을 많이 마셔도 괜찮다는 인식이 정말 위험합니다. 간 기능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있을지라도 실제로 간질환 치료에 쓰이는 양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양이기 때문에 과다한 음주로부터 완벽하게 간을 지키거나 회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피로의 근본 원인 파악이 우선
피로 회복을 목적으로 복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시적으로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어서, 피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장기간 사용하다 보면 점점 복용량이 늘기 쉽습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간이 안 좋아서 피곤할 정도이면 이미 간 상태가 나빠진 상태라 보조제로 해결할 수 없고 바로 진료를 받아 문제의 원인을 치료해야 합니다. 그리고 피로의 원인이 간 문제가 아니라면 간 기능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는 해결할 수 없겠죠. 피로는 육체적 노동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질병의 징후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피로하다면 간 보조제만 믿지 말고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을 하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각자에게 맞는 보충제를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