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friendly

폐그물, 사과,
파인애플, 옥수수가
옷이 된다고?

여러 가지 이유에서 친환경 의류가 떠오르고 있다. 작년 6월 한국소비자원의 한 설문에 따르면 90.7%의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MZ세대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대인 만큼 앞으로도 친환경 제품은 중요한 트렌드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하 칼럼니스트

화학 섬유로 만든 최초의 옷은 레이온이다. 1884년 프랑스의 화학자 샤르도네가 비단의 대체품을 찾으려고 연구하던 중에 개발했다. 우리가 입는 옷은 거의 대부분 화학 섬유이며 주로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에서 추출한 합성 물질을 원료로 한다. 화석 연료의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소모되며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 또한 화학 섬유의 제조 과정에서도 다량의 화학 물질이 사용되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뿐 아니라 세탁 과정에서 방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인간은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해양 생물을 다시 섭취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폐기물 활용

친환경 의류란 생산, 사용, 폐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의류를 말한다.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유기농 면이나 대나무 섬유, 마, 리넨과 같은 천연 섬유다. 재배할 때나 폐기할 때 토양을 덜 오염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화학 섬유를 재활용하는 의류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몇몇 기업은 폐그물을 활용해 가방이나 의류, 모자를 만들고 있다. 원래 폐그물은 쓸모를 다하면 육지로 가져와 폐기물로 버려져야 한다. 하지만 과정이 번거롭고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 주로 바다에 버려지는 상황이다. 폐그물은 화학 섬유라서 분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한다. 또 버려진 그물에 물고기가 걸리기도 하는데, 이를 보고 달려든 상위 먹이사슬의 물고기까지 함께 죽게 된다. 폐그물을 재활용하면 이와 같은 해양 오염을 막고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며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페트병을 활용한 섬유 가공은 이미 많은 기업들이 선택, 도입한 방식으로, 페트병을 잘게 분쇄하여 열 처리를 한 다음 실로 뽑아내는 것이다. 과일이나 채소로 만든 인조 가죽은 비건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패션계에서는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쓰지 않겠다는 ‘퍼 프리(Fur Free) 선언’을 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안은 비닐이나 폴리우레탄 등에 미세한 구멍이나 요철을 만든 인조가죽을 이용하여 기존 가죽 제품을 대체했다. 그러나 이는 소재 생산과 가죽 제조, 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환경 호르몬이 다량 배출되며, 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사과와 옥수수로 만든 인조 가죽

사과 가죽은 사과 껍질에서 섬유질을 추출한 다음 폴리우레탄 소재와 섞어 가공한 것이다. 생분해가 되지만 100% 천연 소재는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이에 미국의 한 기업이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가방을 내놓았다. 버섯의 균사를 뽑아 압축 가공하면 가죽처럼 질긴 소재가 되는데 이를 이용한 것이다. 한국의 한 기업에서는 옥수수를 원료로 한 인조 가죽을 개발해 자동차의 시트 재료로 공급하고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진작부터 파인애플의 잎을 이용한 인조 가죽 시트가 소비되어 왔다.

최근에는 ‘슬로 패션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옷의 개수보다는 품질에 중점을 두고, 일시적인 유행보다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옷을 오래 입으며, 해져도 버리지 않고 바느질로 수선하여 입는 것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2023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2040년 전에 지구 온도가 1.5℃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환경을 위해서 우리도 친환경 의류에 관심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