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보내는 위험 신호에
귀 기울이기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백효채 센터장
글 편집실 사진 송인호
폐는 온종일 많은 일을 해낸다.
성인은 1분당 평균 14번의 호흡을 하고, 매 호흡당 평균 500ml의
공기를 들이쉬고 내쉰다. 이처럼 소중한 폐의 역할을 우리는
간과하고 살 때가 많다. 폐는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장기인 만큼 50대 이상 장년층은 매년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고,
호흡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어렵고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폐 이식 분야의 선구자로서
400례 이상의 폐 이식 수술을 집도한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백효채 센터장으로부터 폐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어떤 증상이 있으면 폐에 이상이 생겼다고 의심해야 할까요?
기침, 호흡 곤란, 가래 등이 제일 많이 올 수 있는 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혹 흉부에 통증을 느끼기도 하는데, 흉부 통증은 폐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기침하고 가래가 나오는 증상이 감기와 유사합니다. 이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평소와 다르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흉부 CT 촬영을 통한 검사를 진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폐 질환이 발견되면 어떤 치료가 진행되나요?
폐와 관련한 질환은 다양합니다. 그중 폐기종은 초기에 증상이 없다가 질환이 진행되면서 만성 기침, 가래, 호흡 곤란이 나타나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숨이 찬 증상으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조직이 굳어서 심각한 호흡장애를 불러일으키는 폐섬유증은 이식의 가장 많은 원인질환이기도 하지만, 이 경우 약물 치료로 폐 섬유화를 늦추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 폐가 굳어지는 증상을 완전히 멈추거나, 섬유화된 조직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물이나 산소치료로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폐는 손상을 입으면 회복이 어려운 장기이기 때문에 점차 상태가 나빠져 결국 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나 에크모를 걸어야 하는 환자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런 환자들은 다른 검사에서 이상이 없고 폐만 나쁘다고 진단받으면 이식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오랜 기간 환자들을 많이 봐 오셨는데, 폐 질환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는지요?
폐 관련 질환은 흡연이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어서 폐암 중에서도 편평상피세포암은 흡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시대 변화라고 한다면 예전에 비해 여성 폐암 환자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흡연과 상관없이 생기는 선암 환자들이 많아졌는데,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요인이 의심되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변화라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폐에 뿌옇게 보이는 간유리음영과 같은 폐암 전 단계의 병변이 발견되는 확률이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폐를 유지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나요?
당연히 담배를 멀리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심폐 기능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데, 걷기, 조깅, 등산, 수영, 자전거가 대표적인 운동이죠. 폐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한두 번 하고 쉬었다가 또 한참 뒤에 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서너 번씩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날 내 폐 기능이 엄청 좋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폐 질환이나 폐암 환자는 대부분 이식이 가능한가요?
폐 이식의 대상이 되는 질환은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폐섬유증, 폐동맥고혈압, 선천성 심장병의 합병증으로 야기되는 아이젠멩거 증후군 등이며, 그중에서도 원인을 모르는 특발성 폐섬유증이 이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뇌사자의 장기 중 폐장은 아주 쉽게 손상될 수 있어 전체 기증자의 약 20-25%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폐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기증자 수 보다 많기 때문에 공여장기는 항상 부족한 상황입니다. 폐암 환자의 경우 폐암 수술 후 5년 이내 암의 재발 위험이 있고 공여 폐는 부족하기 때문에 폐 이식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폐암 환자라 하더라도 오래전에 수술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은 분들이 다른 질환으로 인해 폐가 망가져 이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이식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실제로 폐 이식을 진행한 케이스는 몇 번 있었습니다.
고령의 폐 질환자들도 이식이 가능한가요?
최근 명지병원에서 71세 고령 환자의 폐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체격이 좋고 건강하신 분이셨는데 심한 호흡 곤란으로 한쪽 폐만 이식을 했고, 지금 건강한 모습으로 외래를 잘 다니고 계십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75세가 넘어도 폐 이식을 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국제 폐 이식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한쪽 폐만 이식하는 경우 65세, 양쪽 폐는 60세까지로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기준을 두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한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어서 다른 장기가 다 건강한 상태이고 폐만 나쁘다면 이식을 고려해 봐도 괜찮지 않겠나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폐 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단계의 환자라면 힘들더라도 적극적인 운동과 영양 섭취로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몸담고 계신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의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센터는 흉부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좋은 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개소한 이래 지금까지 19건의 폐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수술팀과 마취팀, 간호 인력, 전담 코디네이터의 지원과 협업이 잘 이루어지는 가운데 특히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영상의학과 선생님들이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신장, 간, 심장, 폐 등 4대 장기 이식 수술이 가능한 국내 10대 병원 반열에 오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국내 최다 폐 이식 수술 집도의가 전하는 메시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은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심합니다. 숨 쉬기가 곤란해 잠을 잘 수도 없고 밥을 먹을 수도 없다 보니 평온한 일상생활은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이식은 다른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고, 누군가로부터 기증을 받아야 가능하다 보니 기다리는 사람은 많은데 수술 건수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폐 이식 환자들은 엄청난 불안증을 안고 살아가며, 이식을 받고도 혹시나 자다가 숨 막혀 죽지는 않을까 잠 못 이룰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멘탈 케어 차원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힘든 대수술임을 알면서도 폐 이식을 결정하시는 점을 잘 알기에 늘 당부드리고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이식 대기 기간 중에 적극적으로 운동하고 충분한 영양섭취로 수술을 견딜 체력을 만들어야 수술 후 빨리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의 루틴
규칙적인 생활 습관 지키기
건강을 위해 특별하게 뭔가를 하기보다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지키고자 노력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영양 밸런스를 맞춘 하루 세 번의 식사, 그리고 운동.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일주일에 여러 번 시간 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