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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이상 반응 얼마나 될까?

불편한 증상이 있어도 약을 사용하지 않고 참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병원이나 약국에 갈 시간이 없다는 경우도 있으나 그보다는 약 부작용이나 내성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은 몸속에 들어가면 변화를 일으킵니다. 의도하지 않은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부작용’은 약을 정상적으로 사용했는데 발생한 모든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일컫는 말이고, ‘약물 이상 반응’은 이렇게 의도되지 않은 효과 중 ‘유해한’ 효과를 뜻합니다. 약물 이상 반응은 무엇인지, 증상은 어떠한지를 알아봅니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아주 낮은 약물 이상 반응 발생 빈도

약물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상호 작용이 있는 약 여러 개를 함께 사용해서, 환자 체질상 약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약을 잘못 사용하거나 많이 사용해서 등등 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약에서 약물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 약이 ‘좋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영화 <기생충>의 등장인물 중 다른 사람에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복숭아가 가정부에게는 심한 기침을 일으켰듯, 어떤 물질에 개인이 반응하는 정도는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세트아미노펜이 성분인 수많은 약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타이레놀’입니다. 타이레놀의 설명서 중 약물 이상 반응이 언급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쇼크, 아나필락시양 증상, 천식 발작, 혈소판 감소, 과립구 감소, 용혈성(적혈구 파괴성) 빈혈, 메트헤모글로빈혈증, 혈소판 기능 저하(출혈 시간 연장), 청색증, 과민 증상, 구역, 구토, 식욕 부진, 장기 복용 시 위장 출혈, 소화성 궤양, 천공(뚫림) 등의 위장관계 이상 반응, 발진, 알레르기 반응, 피부점막안 증후군(스티븐스-존슨 증후군), 중독성 표피 괴사용해(리엘 증후군), 장기 투여 시 만성 간 괴사, 급성 췌장(이자)염, 만성 간염, 신장(콩팥) 독성, 과량 투여 시 간장, 신장(콩팥), 심근의 괴사

대부분은 처음 들어 보는 약물 이상 반응입니다. 이렇게 심각해 보이는 증상이 많은데 타이레놀을 왜 안전한 약이라고 표현하는지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다른 약 설명서를 펼쳐 보면 약물 이상 반응만 종이를 가득 채우는 것도 많습니다.

타이레놀의 약물 이상 반응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임상 시험 중일 때 나타난 약물 이상 반응이 이 정도이고, 시장에 팔리기 시작한 후에 추가적으로 보고된 이상 반응도 있습니다. ‘매우 드물게: 아나필락시스 반응, 과민증, 두드러기, 소양성(가려움) 발진, 발진, 고정 발진’. 여기서 ‘매우 드물게’는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를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매우 드물게’는 1/10,000(0.01%)미만, ‘드물게’는 1/10,000(0.01%) 이상부터 1/1,000(0.1%) 미만, ‘흔하지 않게’는 1/1,000(0.1%) 이상부터 1/100(1%) 미만, ‘흔하게’는 1/100(1%) 이상부터 1/10(10%) 미만’, ‘매우 흔하게’는 1/10(10%) 이상의 빈도를 뜻합니다. 흔하게 나타난다고 표현되는 약물 이상 반응의 발생 빈도가 1%에서 10% 사이였다니 놀랍지 않으신가요?

이렇듯 약물 이상 반응은 사람들의 생각만큼 자주 나타나지 않습니다. ‘흔하다’고 표현되는 약물 이상 반응조차 발생 빈도가 1~10% 사이입니다. 그러므로 나타날 확률이 낮은 약물 이상 반응에 대해 걱정하며 약을 사용하지 않고 참거나, 임의로 양을 줄여 복용하거나 간격을 늘려 복용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추천되는 약을 올바른 용량과 방법으로 사용해 보고, 그 후 약물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면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좀 더 주의하며 사용해도 늦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어지러움, 졸린 증상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에서 비교적 자주 나타나는 약물 이상 반응에는 어지러움이나 졸음, 피부, 위장 증상이 있습니다.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약은 항고혈압제, 근육 이완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입니다.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거나 고개를 돌릴 때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세를 바꿔야 할 땐 천천히 움직여야 하고, 특히 밤중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을 가는 상황에선 벽을 짚고 찬찬히 움직이는 등 주의가 필요합니다.

졸음이나 피로감, 나른함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은 항고혈압제,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파킨슨병약 등입니다. 껌을 씹거나 물을 마셔 졸음을 떨쳐 볼 수 있으나 운전이나 기계 조작 등 잠시만 졸아도 위험해지는 행동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낮에 심하게 졸려 일상이 불편한 경우엔 의료진과 상의해 약물 복용 시간을 밤으로 바꾸거나, 용량 또는 약 종류 자체 변경에 대해 상의해 볼 수 있습니다.

입술과 입이 마르는 증상도 항우울제, 항불안제, 항히스타민제, 항고혈압제 등 다양한 약의 약물 이상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고, 껌을 씹거나 사탕을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항히스타민제, 이뇨제, 여드름약, 경구 피임약, 항생제 등은 광과민성 반응을 일으켜 햇빛에 노출됐을 때 발진, 가려움 등이 나타나게 하기도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바르고, 모자나 긴 옷을 활용해 최대한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장 장애 예방하려면
식후 즉시 충분한 물과 복용

‘빈속에 약 먹으면 속 쓰리다’며 약 먹기 전에 뭐라도 먹으라는 말을 많이 주고받습니다. 그만큼 속 쓰림은 널리 알려진 약물 이상 반응입니다. 속 쓰림이나 소화 불량 등 위장 장애를 줄이기 위해서는 식사 후 30분을 기다리는 대신, 직후에 충분한 물과 함께 약을 복용하고, 바로 앉거나 눕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심하다면 제산제나 소화제를 추가로 복용하거나, 위장 장애가 나타나게 한 약을 바꿔 볼 수도 있겠죠.

변비도 진통제, 철분제 등 다양한 약의 약물 이상 반응으로 손꼽히는 증상입니다. 물을 충분히 많이 마시고 활발히 움직이며 섬유질이 많은 식사를 하는 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철분제는 변 색을 검게 하며, 일부 결핵약은 소변과 땀, 눈물 색을 붉게 바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들은 약 성분으로 인해 분비물의 색이 바뀐 것이지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경우인지 판단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약물 안전카드로 이상 반응에 대비

약물 이상 반응은 원인과 증상, 심각성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약물 이상 반응이 의심되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 후에는 어떤 약으로 인해 약물 이상 반응이 나타났는지 본인이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몇 년 전부터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안전카드’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 카드에는 환자에게 약물 이상 반응을 일으켰을 거라고 의심되는 약 이름과 그 증상 등이 적혀 있습니다. 카드를 발급받은 환자는 본인에게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약에 대해 알 수 있고, 어떤 의료 기관에 가더라도 그 카드를 보여 줌으로써 약물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피하거나 미리 충분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약물 이상 반응이 두려워 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같습니다. 먼저 올바른 방법으로 약을 사용해 보고, 약물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면 전문가와 상의하여 그 약과 이상 반응에 대해 숙지, 그 후로 주의하며 사용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