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밤에 잠들지 못해요

흔한 요즘
사람들의 ‘불면증’

방영롱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삶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은 신체 활동이 멈춘 상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몸 안에서는 체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신체와 근육 기능을 회복하고, 생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저장하며 생성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피로를 해소할 뿐 아니라 뇌, 심혈관, 위장관, 호흡, 면역, 내분비, 대사, 성기능 등의 생체 기능을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한다.

나도 혹시 불면증?

밤에 자꾸 깨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경우 내가 잠을 얼마나 잘 못 자는건지, 불면증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걱정되기도 한다. 잠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자다 깨거나, 깬 이후로 잠이 오지 않는 등 수면의 양 또는 질이 불만족스러운 주관적인 증상을 불면증이라고 한다.

스스로 불면증이라고 여겨 병원을 찾게 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상담을 통해 불면증의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찾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원에서 잠을 자면서 호흡, 근긴장도, 이상 행동 등을 모니터링하는 수면 다원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고, 큰 병원에서 혈액 검사나 영상 의학적 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불면증을 일으킬 만한 다른 질환이 없고, 수면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음에도 1주일에 3일 이상 잠을 못 자고 그로 인해 상당한 고통과 지장을 받는 것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정신생리성 불면증, 또는 불면 장애라고 진단한다.

간혹 해외로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온 후 시차로 인해 불면증이나 주간 과다졸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체 내부의 생체 시계와 외부 환경의 일주기가 불일치하여 생기는 현상으로, 전신 피로 등의 일상생활 기능 장애까지 동반되면 ‘시차 장애(jet leg)’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교대 근무 스케줄로 인한 불면증 또는 주간 과다 졸음이 생기고 직업적 기능에 지장이 생길 때 ‘교대 근무 수면 장애(shift worker disorder)’라고 한다. 두 가지 모두 일주기 리듬 수면 각성 장애에 속하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원인을 찾는 것이 치료의 시작

불면증은 진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왜 생겼는지 ‘원인’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가 몸에 열이 나면 병원에 가서 무엇 때문에 열이 나는지 알아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코로나에 걸려서 열이 날 수도 있고, 결핵이 원인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발견되지 않은 암이 발열의 원인일 수도 있다. 불면증도 정신 질환, 신체적 질환, 물질 중독,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잠을 잘 못 잔다면 원인을 찾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불면증인 줄 알고 병원에 방문했다가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정신 질환을 진단받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특히 불면증은 우울증에서 가장 흔한 증상으로 많게는 우울증 환자의 90%가 불면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치료 초기부터 우울증과 불면증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중년 이상에서는 수면 무호흡증, 하지 불안 증후군처럼 수면을 심하게 방해하는 다른 질환이 불면증의 원인일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일반적인 수면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외에 과도한 카페인 섭취, 잠을 방해하는 약물 복용, 지나친 음주 및 야간 시간대 휴대폰 의존 등이 불면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생활 습관에 대한 철저한 확인도 필요하다.

수면 부족은 심혈관 질환, 당뇨병, 대사 증후군 및 정신과적 질환과 관련이 있고, 이런 질환들로 인해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다만, 적절한 수면 시간이란 사람마다 나이, 유전적인 특성, 생활 양식 등 여러 요소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보통 성인의 경우에는 하루 7~9시간 정도가 적절하다. 부지런한 우리나라 국민은 OECD 국가 중 가장 수면 시간이 짧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직장인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을 겨우 넘긴 수준으로 너무나 짧다. 국가 통계를 봐도 수면 장애로 진단받는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지 행동 치료가 우선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불면 증상을 유발한 원인과 심각성에 따라 달라진다. 신체적 또는 정신과적 질환이 불면증을 일으킨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그 질환에 대한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한다. 만약, 약물이나 카페인, 알코올 같은 물질이 원인이라면 갑자기 끊기보다는 의사와 상의하여 점진적으로 줄여 나간다.

다른 원인이 없는 1차성 불면증이라면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전문가가 불면증 치료법으로 약물 치료보다는 불면증 인지 행동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권고한다. 불면증을 일으키거나 지속시키는 생각이나 환경, 행동적인 요인을 찾아서 교정하는 것이다.

다만, 개인의 특성이나 현실적인 제약에 따라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약물의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 상태와 특징적인 수면 패턴, 약물 상호작용 등을 고려해서 적절한 약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은 기본

불면증이 있다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일어나는 시간, 식사 시간, 운동하는 시간을 정해서 최대한 지키는 것이 도움 된다. 어쩌다 피곤해서 낮잠을 자더라도 15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퇴근 후에 운동을 하는 경우는 적어도 취침 2시간 전 까지는 운동을 마치고 신체적, 정신적 흥분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침대는 잠만 자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졸릴 때만 침실에 가야 하고 침대에서 스마트폰, TV 시청, 독서, 업무, 다음날 계획 세우기 등은 하지 않아야 한다. 또 침대 근처에 시계가 있다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치운다. 시간을 확인하거나 알람을 맞춰야 할 경우는 알람 시계나 스마트폰을 침실 밖이나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 두고 자면 도움이 된다.

건강한 수면을 위한 지침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일어난다.

낮에 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잠자기 3~4시간 내의 과도한 운동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피한다.

낮잠은 가급적 안 자도록 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한다.

잠자기 4~6시간 전에는 카페인(커피, 콜라, 녹차, 홍차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하고, 하루 중에도 카페인의 섭취를 최소화한다.

담배를 피운다면 끊는 것이 좋은 수면에 도움 된다. 특히 자다가 깼을 때 담배를 피우면 다시 잠자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잠을 자기 위한 목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졸음을 유도하지만, 수면 구조를 더욱더 깨뜨리고 잦은 각성을 유발한다.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나 수분 섭취를 제한한다. 공복 역시 수면을 방해하므로 간단한 스낵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잠자리에 소음을 없애고, 서늘하고 어둡게 온도와 조명을 조절한다.

수면제는 매일, 습관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처방을 확인한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하고 이완하는 것(요가, 명상, 가벼운 독서 등)을 배우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고 20분 이내로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 호흡 훈련 등을 하다가 다시 졸음이 오면 잠자리로 돌아간다.

아무리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도 평소 일어나는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