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 연고, 안약 등 외용제
놓치기 쉬운 올바른 사용법
‘약’이라 하면 먹는 알약이나 시럽, 주사를 먼저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외에 점막이나 피부같이 몸 바깥에 투여하는 약도 있습니다. 파스, 연고, 안약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외용제입니다. 먹거나 주사하는 약에 비해 전신 부작용이 드물기는 하지만, 외용제를 붙이거나 바른 후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격한 운동을 하면 말초 혈관이 확장되면서 약물이 과하게 흡수되어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외용제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봅니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피부 이상 반응에 주의해야 하는 패치제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이 쓰는 외용제 중 하나는 패치제입니다.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 통증이 느껴지는 곳에 붙이는 각종 파스가 대표적인데요. 패치제는 부직포나 플라스틱 필름 등에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 등을 발라 놓은 것입니다. 지속시간에 따라 하루에 1~2번 부착하는 등 사용 횟수가 다릅니다.
파스에는 소염 진통제 성분과 국소 자극제 성분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습니다. 소염 진통제 성분에는 케토프로펜(ketoprofen)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 외에 차갑거나 따뜻한 느낌을 주는 여러 성분도 함께 쓰입니다. 차가운 것은 다친 부위가 붓거나 열이 날 때, 접질리거나 삐었을 때 사용하면 저온 효과로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줍니다. 따뜻한 것은 운동 후 알이 배길 때처럼 근육이 뭉쳤을 때, 오십견 같은 만성통증, 손목 터널 증후군에 사용하면 근육을 풀어 주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차가운 것은 부상 초기 부기가 있을 때 쓰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에, 파스 중에 붙인 초기는 시원하다가 점점 따뜻해지는 제품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이상 반응은 파스를 붙인 부위가 발진, 화상, 피부 벗겨짐 등으로 손상되는 것입니다. 파스를 잘 고정하기 위해 붙이는 밀착포가 함께 든 경우가 있는데 밀착포의 접착제 성분 때문에 염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의료용 테이프, 붕대로 고정하거나 스프레이형 파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피부 이상 반응이 심하면 바로 파스를 떼어 내고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청결에 특히 신경 써야 하는 외용제
연고나 겔 형태로 된 외용제도 흔히 쓰입니다. 이런 약은 용기 안에 여러 번 쓸 수 있는 양이 들어 있습니다. 모든 양을 한 번에 다 쓸 수 없으므로 땀 등으로 인한 변질을 막기 위해 면봉 같은 깨끗한 도구로 덜어 내어 사용해야 합니다. 바를 부위를 청결히 한 다음 물기를 가볍게 닦아낸 후 바르고, 맨손으로 연고를 발랐다면 손에 묻은 연고가 다른 부위에 묻지 않게 손을 잘 씻어 내야합니다.
피부 부위마다 약이 흡수되는 정도가 다르므로 필요한 부위에만 적당한 양을 바릅니다. 점막에서는 다른 곳보다 약이 훨씬 많이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얼굴이나 엉덩이 등 점막 근처의 부위에 바를 때는 연고가 점막에 닿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스테로이드 복합제를 바른 부위를 밴드나 붕대로 덮으면 밀봉되어 전신에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덮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항생제 연고를 광범위한 부위에 장기적으로 사용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5일 이상 사용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올바른 사용법으로 약효 유지
안약도 많이 쓰는 외용제입니다. 안약을 넣을 때는 손으로 눈꺼풀을 만지기 때문에 먼저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콘택트렌즈를 끼고 있다면 뺍니다. 안약 통 입구에 아무것도 닿지 않도록 조심해서 열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아래쪽 눈꺼풀을 밑으로 당겨 안약이 들어갈 공간을 만듭니다. 안약이 들어갈 때 눈을 깜박거리지 않도록 위를 보고 넣고, 안약을 넣은 후에는 비비거나 깜박거리지 말고 1분 이상 눈을 감습니다. 이때 손가락으로 눈과 콧대 사이의 눈물샘을 눌러주면 안약이 코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눈 밖으로 흘러나온 안약은 닦아줍니다.
안약이 한 번에 흡수될 수 있는 양은 많지 않으니 여러 방울을 떨어트리지 않습니다. 여러 개의 안약을 넣어야 한다면 각 안약 사이에 5분 정도씩 간격을 두도록 합니다.
귀에 넣는 점이제도 있습니다. 사용 전에 손으로 쥐어 약을 체온과 비슷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약이 현탁액이라면 사용 전 미리 충분히 흔들어 줍니다. 준비됐다면 약을 넣어야 하는 쪽의 귀가 위를 향하도록 머리를 옆으로 기울입니다. 귓불을 잡아당기고 귀 내부로 약을 떨어뜨리면 되는데, 이때 스포이트를 귀 안쪽까지 넣으면 귀안에 상처가 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항문이나 질에 넣는 좌제도 있습니다. 다른 외용제 사용 시에도 마찬가지지만 좌제 사용 전후에는 특히 손을 더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좌약의 뾰족한 부분이 몸 안을 향하도록 깊이 삽입한 후, 약이 도로 나오지 않도록 20분 정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 투여한다면 보통 자기 전에 투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삽입이 어렵다면 손으로 쥐어 표면을 살짝 녹이거나, 물을 살짝 묻힌 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유효 기간과 개봉일은 꼭 확인!
외용제는 먹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유효 기간에 신경을 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가정집의 약통에는 언제 뜯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연고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용제도 약이기 때문에 약효가 보장되는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포장지에 적힌 유효 기간은 포장 상태 그대로 적당한 보관 조건에서 보관했을 때 약효가 유지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개봉하는 순간 유효 기간이 새로 정해집니다. 그러니 모든 상비약에는 개봉일을 적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연고나 크림은 개봉 후 6개월, 안약이나 시럽 병에 소분된 약은 1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은 적절한 보관 조건을 갖췄을 때 약효가 보장되는 기간입니다.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언급되지 않은 대부분의 약은 상온이나 실온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상온은 15~25℃, 실온은 1~30℃인데 여름철, 특히 자동차 안의 온도는 이 범위를 훌쩍 넘기니 주의해야 합니다.
무작정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상온인 15℃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약의 층이 분리되거나 약효가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면 냉장고 안의 습기에 약이 변하지 않도록 지퍼백 등 추가 포장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