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경고
자연의 복수와
우리의 생존 전략
2008년 개봉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해프닝>에서는 식물이 인간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을 위협한다고 인식한 것이다. 식물이 내뿜은 독소에 노출된 사람들은
목을 매기도 하고 빌딩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이 영화 초반 TV 뉴스 장면에서는 “최근 들어 꿀벌이
대규모로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라는 보도가 나온다. 영화에서 ‘꿀벌의 감소’는
자연의 이상 징후를 드러내는 상징으로 등장하며, 이후 일어날 재앙의 전조이기도 하다.
글 김은하 칼럼니스트
식물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건 황당무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자연이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살펴보면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꽃은 꿀벌에게 ‘달콤한’ 제안을 한다. 꿀을 줄 테니 열매를 맺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꿀벌은 꽃에 있는 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이 꽃 저 꽃을 왔다 갔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술의 꽃가루가 다른 꽃의 암술에 묻는다. 이로써 열매가 맺힌다. 이를 ‘화분 작용’ 혹은 ‘수분 작용’이라고 한다.
물론 꿀벌 외에 나비, 파리 등도 꽃가루를 옮기지만, 현재로서는 꿀벌이 가장 활발하게 중매쟁이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특정 농작물은 90% 이상 생산량이 줄어들고, 전체 농작물의 평균 생산량은 40%까지 감소한다고 한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2,350억 달러에서 5,770억 달러에 이른다. 한화로 환산하면 310조에서 761조다.
꿀벌이 사라진다?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2006년 미국 농무부와 유럽연합 식품안전청 등에서 처음 보고하기 시작했다. 이를 ‘꿀벌 군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매년 30~40% 내외의 꿀벌 군집이 손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도 대략 10%~30%의 꿀벌 군집이 해마다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진흥청에서 2010년과 2011년 겨울 사이에 미국이나 유럽과 유사한 CCD 현상이 일어났다고 보고했다. 이후부터 매년 20~40%의 꿀벌 군집이 없어지고 있다.
주요 원인은 꿀벌을 숙주로 하는 ‘바로아 진드기’라는 기생충, 과도한 농약 사용, 꿀벌에 생기는 곰팡이 등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온도 상승이 일어나자 바로아 진드기가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 방제제를 쓰는데, 약제에 점점 내성을 띠면서 통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서양 꿀벌 품종 일변도인 것도 저항력이 낮아진 이유다. 서양 꿀벌은 꿀 생산량이 많고 춥고 더운 날씨 모두에 적응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집단 폐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
지속적인 농약 사용도 꿀벌을 죽인다. 대규모 태양광 패널로 인해 꿀벌 서식지가 파괴되고, 빛 반사가 꿀벌의 귀가를 방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바로아 진드기를 퇴치하기 위해 새로운 약제를 개발 중이고, 천연 물질로 퇴치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지만 그다지 신통하지 않다. 꿀벌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의 일환으로 농촌진흥청에서는 토종 꿀벌 복원 및 증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농약 사용을 자제하고, 꿀벌의 서식지가 넓어질 수 있도록 숲을 살리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미봉책으로는 꿀벌이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