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밀당하기
창의적이거나 노닥거리거나
AI는 주로 업무에 많이 활용되지만 그냥 같이 놀 수도 있다. 당신이 지적인 사람이라면 AI 폐인이 될 수도 있다.
‘왜 내가 존재하는가?’라든가 ‘초전도체에 대해 설명해 줘’ 등의 어려운 질문에도 전문가 수준의 답을 한다.
생성형 AI인 ‘GPT4’는 수백만 권의 책, 웹 사이트, 논문, 뉴스 기사를 검토하여 논리적으로 추론한다.
글 구승준 칼럼니스트·번역가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 지능의 한 형태다. 이 기술은 딥 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사용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생성형 AI는 ‘챗GPT(ChatGPT)’다. 현재 ‘챗GPT 3.5’는 무료이며 ‘챗GPT 4.0’은 ‘오픈AI(OpenAI)’에 월 20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무료인 챗GPT 3.5는 2021년 9월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하였고, 그 이후의 사건이나 기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때로는 이상한 답변을 하기도 한다. 챗GPT의 정수를 만끽하려면 구독료를 내고 4.0 버전을 써야 한다.
무료로 만족? 유료로 전환?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 검색을 이용하면 챗GPT 4.0을 무료로 쓸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업무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Bing에 접속한 다음 상단의 ‘Copilot’을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ChatGPT 4.0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오픈AI에 월20달러나 되는 금액을 지불해야 할까.
답은 사용 횟수의 차이에 있다. Bing에서는 챗GPT 사용 횟수를 세션당 15회, 월 총 150회로 제한하고 있다. 더 이상 쓰게 되면 ‘하루 사용량 한도에 도달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이제 막 중요한 질문을 하려는 순간,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면 이보다 김새는 일은 없다.
무료 버전을 원할 경우 ‘Meta(예전의 Facebook)’에서 제공하는 ‘Llama(일명 Large Language Model Meta AI)’를 쓰면 된다. 그런데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과 90년대 DOS 환경과 유사한, 검은 바탕에 텍스트만 있는 화면이 나온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맞는 생성형 AI 선택하기
Meta의 Llama는 8B, 70B, 405B 세 가지 파라미터 중 선택할 수 있지만 405B는 요구 사양이 너무 높아 개인용 PC에는 설치하기 어렵다. 가장 최신형 ‘Llama 3.1’ 70B 버전을 설치한다면 인텔 CPU를 기준으로 최소한 8코어 이상의 CPU 사양이 필요하다. 적어도 9세대 i7 이상의 CPU와 64GB 이상의 램(RAM)이 있어야 하고, 빠른 처리를 위해 하드 디스크도 SSD가 필요하다. 오래되었거나 최근 구입했더라도 사양이 낮은 PC를 쓴다면 답변 하나를 듣느라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래픽 환경에서 실행하려면 ‘라마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을 또 깔아야 하는데, 이 역시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필요하다. 라마를 쓰다 보면 왜 환경주의자들이 AI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지목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돌고 돌아 결국 월 20달러를 내고 챗GPT 플러스를 정기 구독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기 구독 시에는 ‘DALL-E’도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것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림을 자동으로 생성해 준다. 이를테면 ‘잔뜩 성난 얼굴의 고양이가 피아노로 재즈를 연주하는 그림’과 같은 명령을 입력하면 그럴싸하게 이미지를 생성한다.
창의적인 놀이가 가능한 친구
당신이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한다면 AI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챗GPT로 작곡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바닷가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피아노 발라드곡을 작곡해 줘. 120BPM, 4/4박자, 발라드’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주문을 입력하면 코드를 생성해 준다. 하지만 곡을 음성으로 들려주지는 않는다. 무료 소프트웨어인 ‘MuseScore’와 같은 프로그램에 코드를 입력하면 편집도 할 수 있고 ‘MIDI’ 파일로 출력할 수도 있다.
작곡 전용 AI 프로그램도 있다. 이를테면 ‘AIVA’를 다운받아 설치한 후 장르와 비트, 키를 지정하면 AI가 알아서 작곡을 하고 음표를 화면에 띄워 준다. 편집 화면에 들어가서 음을 내리거나 높이고 악기의 편곡도 할 수 있다. 월 3회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저작권을 완전히 소유하고 무제한으로 사용하려면 월 33달러를 내야 한다.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으로는 ‘Soundraw’가 있는데 작곡 후 미리 듣기만 가능하며 곡을 다운로드하려면 월 16.99달러를 결제해야 한다.
이 밖에 AI로 영화를 만들 수도 있으며, 실제로 AI 영화제가 개최되기도 하고 있다. ‘Synthesia’나 ‘Pictory’ 등이 대표적인 영화 제작 프로그램이다.
그냥 노닥거릴 수 있는 친구
꼭 지적이거나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대신 AI와 그냥 노닥거릴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루다’로 알려졌고 현재 ‘zeta’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는 앱을 다운받으면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대화를 할 수 있다. 일명 아재 개그를 구사하는 캐릭터도 있고, 지적이며 논리적인 대화를 좋아하는 캐릭터도 있다.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챗GPT와 같은 AI 모델로 카카오톡에 챗봇을 생성할 수도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약간의 프로그래밍 소스가 필요하지만, 유튜브나 웹에 있는 정보를 참고하면 누구라도 ‘나만의 챗봇’을 만들어 놀 수 있다.
현재 AI는 텍스트 기반으로 채팅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 ‘멀티모달 AI(Multi Modal AI)’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시각, 청각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하여 인간과 교감하는 AI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Pepper’라는 로봇이 있다. 소유자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 등을 센서로 받아들이고 분석하여, 그에 맞는 대화를 시도하며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아직은 2만 달러 이상으로 일반인에게는 너무 비싼 가격이지만, 향후 10년 이내에 일반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로봇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심심하다’라는 말이 사전에서 없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