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이야기

매일 12시간
문 여는 약국

편집실 사진송인호 영상 김수현

완주 십자약국 김태성 약사*

완주군 고산면 고산로 병원 사거리의 십자약국은 아침 7시면 불이 환하게 밝혀진다. 아침 첫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온 마을 주민들이 병원 문이 열리길 기다리기도 하고 밤새 잠 한숨 못 자게 한 증상을 호소하는 곳이기도 하다.

# 마을 주민의 살가운 이웃

병원 사거리로 불리는 완주군 고산로는 가정의학과 의원 세 곳과 내과 의원 한 곳이 자리한 곳이다. 또 약국 세 곳이 사거리의 세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완주군 여섯 개 면의 중심지인 이 사거리는 과거 4일과 9일이면 장이 섰었다. 그때는 사거리가 북새통을 이루었다. 서로 어깨가 부딪혀 걸어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1년에 인구가 200여 명씩 감소하다 보니 상인들도 떠나고 시장 형성이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그래도 환자들의 발걸음은 꾸준하다.

“이곳에서도 20~30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는 마을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고혈압, 당뇨병, 퇴행성 관절염 등의 진료를 받고 약을 지으러 오시는 사거리입니다. 완주군에서 가장 병원이 많이 모여 있는 거리다 보니 약국도 이곳에 자리 잡게 됐어요.”

1979년 길 건너편에 약국 문을 열었고 지금의 자리로 옮겨서 이어진 세월이 어느덧 46년째. 매일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 토·일요일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평소와 같이 문을 연다.

“할머니, 약은 여기 장바구니에 담아 드렸어요.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하시자마자 약을 꼭 드셔야 해요. 잊어버리지 마시고요. 그래야 아프지 않게 지내실 수 있어요.”

약국에 함께 나와 일손을 돕는 아내는 주로 어르신들의 조제약을 가방에 챙겨 넣어 드리고 복용 시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리는 역할을 한다. 약국 문을 열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게 살펴 드리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 46년간 이어 온 약사의 길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69학번인 김태성 약사는 병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보며 약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학교 졸업 후 고향인 완주로 내려와 약국을 차린 것도 혼자 계시는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약국을 오픈하고 비염이나 천식 약 조제를 많이 했어요. 찾는 사람도 많았고요. 한약을 같이 넣어서 조제했는데 그때 제가 지은 약을 먹고 천식과 비염 증상이 없어졌다며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 그 학생들이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도 고향에 왔다면서 찾아옵니다.”

약국에 들르는 이들과 옛날얘기를 할 때면 ‘약사가 되길 참 잘했다’며 보람을 느낀다고. 김태성 약사는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기 위해 전북약사회 완주분회장으로 20여 년간 활동했고, 4년간 전라북도 도의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금은 약국 운영에 매진하기 위해 본업에만 충실히 임하고 있다.

“2년 전 옆에 있던 미용실이 폐업해 그 자리에 약 보관실과 조제실을 만들었어요. 약국이 1.5배 정도로 넓어진 셈이죠. 보시는 것처럼 수납장에는 수백 가지 종류의 전문 의약품을 보관하고 있어요.”

약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수납 칸 아래에 번호를 기입해 찾기 쉽게 정리했다. 주문한 약을 받으면 컴퓨터에 약 이름과 수납장의 위치를 기록해 둔다고 한다. 자주 사용하는 약은 어디에 있는지 금방 찾을 수 있는데, 가끔 사용하는 약은 파일을 열어 위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 한결같은 친절함으로 소통

십자약국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면이 있는 주민들이다. 그래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지난번에 타 간 약은 다 드셨는지는 물론, 진료받으러 오는 주기도 대략 알 만큼 가족처럼 챙긴다. 또 병원 사거리에 나온 주민들은 오며 가며 들러 건강상담은 물론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예전에는 밤에도 전화가 오면 자다가 나와서 약을 지어 드리기도 했어요. 병원은 멀고 급하다고 하는데 모르는 척할 수 없잖아요. 그렇게 오랜시간 함께한 분들이기에 매일 봐도 반갑죠.”

도시와는 다른 따스함이 느껴지는 십자약국. 이 곳을 찾는 어르신들에게는 멀리 사는 자녀보다 김태성 약사가 더 살가운 이웃이다. 김태성 약사도 자신을 믿고 찾는 주민들과 함께 오래도록 병원 사거리를 지켜 나갈 수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