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복용 시 언제나 조심
약물 상호작용
일반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으로 안전하면서도 손쉽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늘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약국 또는 약을 처방한 병원에 문의하여 같이 복용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전문 의약품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구할 수 있고, 잘못된 방법으로 쓰거나 많은 양을 투여하면 일반 의약품에 비해 위험이 큽니다. 반면 일반 의약품은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인 전문 의약품에 비해 편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처방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진료의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하는 가벼운 증상에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 빈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다른 약과 상호작용이 발생해 의도치 않게 약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 부작용이 생기거나, 반대로 효과가 줄어들어 증상이 좋아지지 않을 수 있으며 다른 질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일반 의약품은 전문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을 뿐, 인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약이란 점은 같기 때문입니다.
매년 대한약사회에서 일반 의약품 부작용 신고를 장려하며 그 사례를 공유하고 있는데, 해열진통제 성분에 대한 부작용이 가장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반 의약품 중 해열 진통제 성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이죠. 아세트아미노펜으로만 이루어진 약은 타이레놀이 대표적이지만 타이레놀 외에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으로 만들어진 약은 아주 많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겪는 열과 통증을 완화할 목적으로 쓰이는 성분이기 때문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만성 질환자에게도 열이나 통증 해결을 위해 제일 먼저 쓰도록 추천되는데, 이는 열과 통증 해소에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성분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와 비교했을 때 장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이며 여기엔 아주 많은 성분이 포함됩니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덱시부프로펜 등 다양하죠. 이 성분들은 신장 기능을 떨어트릴 수 있고 그로 인해 부종, 혈압 상승, 혈액의 칼륨 수치 상승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 신장 질환자, 고혈압 환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보다는 우선 아세트아미노펜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혈압 환자가 비스테로이드성소염 진통제 중 하나를 이틀간 복용 후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통이 생긴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환자분이 놀라서 혈압을 재어 보니 평소보다 높은 180mmHg였다고 합니다. 또 기관지를 수축시켜 천식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천식환자도 마찬가지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보다는 아세트아미노펜을 먼저 쓰는 것이 좋습니다.
아스피린과 소염 진통제
한편 심근 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경험한 환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는 아스피린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아스피린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 모두 위장관 궤양과 위장관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함께 복용하면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그리고 항혈소판 제제나 항응고제 혹은 스테로이드를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에도 위장관 출혈의 위험이 커지니 이런 경우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을 먼저 사용하면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도 약이기 때문에 무한정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를 일반 의약품으로 사용할 때는 병의 원인을 치료하기 위함이 아니라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며칠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용량을 늘리거나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해열 진통제 성분들은 두통약, 감기약, 근육통약, 알레르기약 등 다양한 약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성분을 중복으로 복용하게 되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기 쉬우니 이 점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당뇨병, 고혈압 환자는 비충혈 제거제 주의
알레르기약, 종합 감기약에 포함된 비충혈 제거제 성분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충혈 제거제는 교감 신경을 자극해 코점막의 혈관을 수축시켜 부기를 가라앉히며 코 막힘을 개선합니다. 슈도에페드린, 자일로메타졸린이 대표적입니다. 비충혈 제거제는 교감 신경을 자극해 효과를 나타내는데, 교감 신경이 자극되면 혈당이 올라갑니다. 그러면 당뇨병 환자들은 평소보다 혈당을 조절하기 어려워집니다. 또 비충혈 제거제로 인해 자극된 교감 신경은 소변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에 전립선 비대증으로 배뇨 곤란을 겪는 환자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충혈 제거제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올릴 수 있습니다. 고혈압약은 혈관을 넓혀서 혈압을 떨어뜨리는 원리인데 비충혈 제거제는 반대로 작용함으로써 고혈압약의 효과를 상쇄합니다. 마찬가지로 안압이 올라간 상태인 녹내장 환자의 증상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약, 종합 감기약에는 세트리진 같은 항히스타민제가 흔히 포함됩니다. 이러한 약을 여러 가지 복용하는 경우 어지러움이나 졸림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낙상을 유발할 수 있고, 운전이나 기계를 다루는 상황에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통제, 감기약, 자양 강장제 등 많은 약에는 졸음을 막기 위해 카페인을 들어 있는데 이를 모르고 여러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면 불면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면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 또 약을 추가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죠.
여러 가지 약을 동시 복용할 때는
꼭 전문가와 상의
사용하는 사람 스스로가 일반 의약품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으면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약 또는 건강 보조 식품을 사용하거나 다른 질환이 있는 상황에서 일반 의약품을 추가로 사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같은 약 성분이 중복해서 과량 투여되거나, 이미 복용 중인 약의 효과나 기저 질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저 질환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일반 의약품 복용 전에 약 성분이나 첨가물에 대해 전문가와 꼭 상의해야 합니다. 콩과 땅콩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이 콩에 포함된 기름이 든 약을 복용하고 부작용을 호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약을 사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 의약품과 일반 의약품 모두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약임을 잊지 말고,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해야 할 때에는 먼저 전문가에게 복용 중인 약을 알리고 상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