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이야기

지역 주민의
따뜻하고 믿음직한 친구

편집실 사진백기광, 송인호 영상 김수현

목포 건승약국 강성실 약사*

항구 도시의 분주함은 예전만 못하지만 한자리에서 60년 가까이 약국을 운영해 온 강성실 약사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활기찬 목포항이 자리한다. 지역 주민의 건강 지킴이이자 희망을 전하는 이웃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목포항을 지척에 둔 건승약국은 1966년 8월 문을 열었다. 이 지역에 자리 잡은 지 58년이나 됐으니 유달동 터줏대감인 셈이다. 전남순천이 고향인 강성실 약사가 조선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친구와 함께 목포로 온 것이 그를 목포 유달동 사람으로 만든 계기가 됐다.

“목포의 모 의약품 도매상 약국에 근무하면서 목포와의 인연이 시작됐어요. 도매상 사장님이 앞으로 이 지역 상권이 발전할 것이니 약국을 차려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사장님 조언대로 이곳에 약국을 개업했고, 그 친구와 저 둘 다 지금까지 이 지역을 지키는 약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건승약국이 자리한 유달동은 조선소, 철공소, 삼양사, 수협 공판장 등이 들어서 있어 무척이나 분주하고 유동 인구도 많은 지역이었다. 강성실약사는 자신의 이름처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성실하게 약국을 운영했고, 그 덕에 고객이 계속 늘어났다.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밤 8시에 문을 닫는 것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어요. 병원도 제대로 없던 시절, 동네 주민에게 건승약국은 아프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죠. 저도 주민들 건강을 위해 잔소리를 많이 했고요.”

유달동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약국 운영에 재미를 붙일 즈음, 청년 두 명이 찾아와 이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단다. 강 약사는 약국 운영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봉사 또한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청년들과 함께 주민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지역 주민의 복지 향상을 위해 다양한 일을 시작했다.

“청년회를 조직해 노인정과 지역 소외 계층을 찾아 도움 줄 수 있는 일에 힘을 보탰고, 어민회 회장의 요청으로 경비대를 조직해 수산물 불법도난을 막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시작한 봉사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지요.”

강 약사는 동 주민 자치 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으며, 유달동 지역 아동 센터, 극동방송 굿네이버스에 꾸준히 후원하며 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있다.

# 삼촌의 병을 고쳐 드리고자 선택한 약사의 길

“어릴 때부터 함께한 시간이 많았고 저에게 늘 잘해 주시던 삼촌이 제가 고등학생 때 큰 병에 걸리셨습니다. 삼촌의 병을 고쳐 드리고자 의사가 되려고 마음먹었는데, 의사는 공부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 약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죠. 대학생 때 삼촌이 소천하셔서 공부의 의미를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무사히 졸업하고 지금까지 약사로 살고 있습니다.”

약사가 되어 삼촌의 병을 고쳐 드리고 싶었던 조카의 마음을 아셨는지 약대생이 되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까지 지켜보다 소천하신 삼촌을 떠올릴 때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강성실 약사. 삼촌이 약사의 길로 이끌어 주셨기에 약사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한 지역을 지키는 건강 지킴이 역할을 자처한 것이기도 하다.

“주변에 손자와 단둘이 사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손자가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셔서 교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게 하는 등 돌봐준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생활하는 걸 보면 참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강 약사가 약국 운영과 지역 주민을 위한 봉사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 현재 종합 병원 의사인 아들이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입원을 권유했다. 약국 문을 닫고 병원에 입원했지만 강 약사는 서둘러 퇴원해 약국 문을 다시 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강 약사보다 연세가 많은 마을 어르신들이 병원에 찾아와 ‘어서 나아서 우리 약을 지어 달라’며 처방전을 놓고 갔던 것. 강 약사는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고마운 마음에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 유달동 주민의 영원한 약사

“이 동네 살다가 멀리 이사 간 주민들 중에 지금도 저한테 처방전을 보내서 약을 지어 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신안이나 무안, 영암 같은 먼곳에서도 말이죠. 가까운 곳에 약국이 있어도 문자나 팩스로 저한테 처방전을 보내 놓고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약을 찾아가요. 그러면서 다른 일반 의약품도 사 가고요. 참 고마운 분들이시죠. 그런 분들이 저한테는 지금까지 약국을 운영하게 하는 힘인 것 같아요.”

조선소, 철공소 일과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대부분인 지역 특성상 관절염·신경통약과 파스, 간장약, 위장약 등을 찾는 사람이 많았고, 강 약사는 이러한 약 조제 방법을 연구하고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특성에 맞게 약을 지어 주며 신뢰를 쌓았다. 지금은 조선소와 철공소에 외국인 노동자가 더 많고 목포항의 경기도 예전만 못하지만 강 약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약국 문을 계속 열고 싶다고 한다. 그러기에 규칙적인 생활과 걷기 운동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유달산도 가깝고 목포역을 따라 구경할 만한 곳도 있어서 걷기에 참 좋아요. 이 지역이 더 발전되어서 주민들이 더 잘살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건승약국은 제 아버님이 약국을 개업할 때 ‘건승’하라고 지어 주신 이름인데, 오래도록 유달동 주민 곁에서 ‘건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민들도 건강하게, 저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