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씹고
맛보는 즐거움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글 이지현 울산대학교병원 치과 교수
구강 관리를 소홀히 하면 나이가 들수록 씹고 맛보는 일이 힘겨워진다. 소리 없이 찾아오는 치주 질환(잇몸병)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에 따르면 2022년 노인 진료 환자 수 1위 질환이 바로 치주 질환(치은염·치주염)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7년 대비 40% 정도 증가한 수치다. 치주 질환 중 하나인 치주염의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조기 치료를 놓치기 쉬운 치주 질환
구강은 크게 치아와 잇몸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풍치라고 불리는 치주염은 잇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주 질환은 염증의 정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구분한다. 단순히 잇몸에 생긴 염증은 ‘치은염’, 더 악화하여 잇몸뿐만 아니라 잇몸뼈까지 염증이 진행된 상태는 ‘치주염’으로 분류한다.
원인은 입안의 세균으로, 세균이 독소를 뿜어내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입안이 전쟁터로 변한다. 잇몸이 붓고 망가져서 치아를 지탱하는 뼛속까지 세균이 침식하면 잇몸뼈 손실을 동반한 치주염이 발생한다. 정도가 심하면 발치, 즉 치아를 뽑아야 하는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치주염은 초기 증상이 없어 초기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치통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3대 통증 중 하나로 불리는 데 반해 잇몸에 발생하는 염증, 치주염은 통증이 쉽게 동반되지 않는다. 치아보다 잇몸이 상대적으로 통증에 둔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치료 시기를 미루거나 놓치는 경우가 충치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병원을 방문했을 땐 이미 치주염까지 상당히 진행된 환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건강한 잇몸과 치주 질환 상태의 잇몸]
영양 부족과도 직결되는 치주 질환
치주 질환은 섭식 기능과도 직결된다. 노인의 경우 치아 부실이 저작 능력과 소화 흡수 기능의 저하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영양 부족 상태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입은 우리 몸에서 1차 소화 기관의 역할을 한다. 음식물을 잘게 씹어서 삼키면 위에서 화학 작용을 일으켜 신진대사가 원활해진다.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지면 소화 기능도 떨어져 영양 공급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 치아가 많고 저작 기능이 잘 유지되어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치주 질환은 단순히 잇몸에 생긴 질환이 아니라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식생활의 변화로 젊은 층에서도 치주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은 영양 상태와 면역력, 호르몬 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신체 중에서도 입안에서 발생하는 염증 반응이기 때문에 식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원인과 결과의 문제는 아니지만, 젊은 층에서 예전보다 당뇨병 환자가 늘어난 만큼 치주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단 음식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양소 섭취가 불균형하고 과일보다 과즙 음료에 익숙한 환경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치주염은 당뇨병에서 오는 합병증의 하나이기도 하다.
치주염 치료법과 예방법
치주염 치료는 크게 3단계로 나눈다. 흔히 아는 스케일링 즉, 치석 제거술을 일차적으로 시행한다. 잇몸 위의 치석을 제거하는 것으로 기초 치료에 해당한다. 치주염이 상대적으로 더 진행된 경우는 마취하에 잇몸 아래 치석과 염증 조직을 긁어내는 치주 소파술인 잇몸 치료를 2단계로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치주 소파술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있는 치석을 제거하거나 뼈 이식을 하기 위해 3단계인 치은 박리 소파술, 즉 잇몸 수술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만성 질환으로 당뇨병·고혈압·비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을 만성 질환이라고 하는 이유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기는 약을 처방받거나 주사를 맞는 등 즉각적인 치료로 해결할 수 있지만 만성 질환은 꾸준히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치주염도 만성 질환이다. 주기적인 관리만이 치주염을 예방하며, 치주염이 발병하더라도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다. 치석을 제거하는 기본적인 스케일링은 6개월마다 하는 것을 권하며, 1년에 최소 1회는 치과를 방문해서 구강 상태를 점검하기를 권장한다. 또 생각보다 올바르게 양치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올바른 양치법을 다시 익히는 것도 필수다.
치주 질환 자가 진단
치주 질환은 농양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있다면 이미 발치해야 할 정도로 질환이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증상이 하나라도 나타났다면 치주 질환일 가능성이 높으니 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도록 한다.
① 출혈 : 칫솔질 혹은 음식 섭취 시 출혈이 있다면 치주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출혈이 심하다고 반드시 치주 질환이 심한 것은 아니며, 스케일링과 같은 가벼운 치료로 해결될 가능성도 높다.
② 동요도 : 치아가 흔들리는 경우, 외부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치주 조직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발치해야 할 가능성이 높지만, 치주 질환을 치료한 후에 치아의 예후를 확인할 수 있다.
③ 치아 시림 : 치아 시림은 치주 질환의 증상은 아니지만, 치주 질환으로 인해 잇몸이 내려가서 생길 수 있으므로 치과에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④ 부종 : 잇몸의 부종은 치주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부종이 나타난 경우 반드시 치과에 내원하여 치주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치아의 뿌리 부분에 부종이 나타났다면, 치아 신경 손상으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으므로 구별이 필요하다.
⑤ 변색 : 잇몸의 변색은 염증으로 인한 것으로 경증~중증 치주 질환에서 모두 나타난다.
궁금해요! 스케일링
스케일링 후 치아가 더 시리다?
치아의 가장 바깥 부분은 법랑질이라는 단단한 재질로 싸여 있고 그 안쪽은 상아질이라는 상대적으로 무른 재질로 되어 있다. 상아질에는 상아 세관이라고 하는 미세한 관들이 있는데 치은 퇴축 또는 치아 마모 등에 의해 상아 세관이 구강 내에 노출되면 냉온 자극 또는 기계적 자극, 삼투압 등에 의해 시린 증상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스케일링을 통해 마모된 치아나 퇴축된 치은 위를 덮고 있는 치석을 제거하면 더 시린 증상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치석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추위를 피하고자 몇 년 동안 빨지 않은 더러운 옷을 겹겹이 껴입고 세균 감염과 질병 위험에 스스로를 방치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시린 증상은 일시적이고, 불편감이 지속될 경우 지각과민 처치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니 치과 의사와 상의해 보자.
스케일링을 받았는데 치아를 다 깎아 내서 이가 망가졌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스케일러라는 기구는 미세한 초음파 진동을 이용해 치석을 떨어뜨리는 원리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절삭력을 가진 기구가 아닌 만큼 치아를 갈아 내거나 깎아 낼 수 없다. 스케일링을 받고 치아 사이가 벌어졌다고 호소하는 경우, 대부분 치아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있던 치석이 제거되어 그 공간이 노출되기도 하고 잇몸의 부기가 가라앉으면서 공간이 커진 것이다. 치석으로 덮여 있던 치아에서 치석을 벗겨 내면 시린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스케일링을 했더니 이가 흔들리고 잇몸이 더 나빠지는 것 같다?
스케일링을 오랫동안 받지 않았거나 치주염이 진행된 경우 스케일링 후 치아가 더 흔들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치아와 치아 사이를 메워 물리적으로 지지대 역할을 해 주던 치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치조골소실이 동반되지 않은 단계에서 스케일링 후 치아 동요가 있다면 대부분 1주일 정도 안에 회복될 수 있지만 치은염 단계를 지나 치주염으로 진행되었다면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석 제거를 대충 해서 치석이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치석이 가장 잘 생기는 부위를 꼽자면 하악 전치부 설측을 들 수 있다. 혀 밑에는 악하선(턱밑샘), 이하선(귀밑샘)과 더불어 침을 분비하는 3대 침샘 중 하나인 설하선(혀밑샘)이 존재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침은 다른 부위보다 점액이 풍부하기 때문에 치태에 섞여 치석을 만들기 쉽다. 특히 남들보다 점성이 높은 타액을 가진 사람의 경우 스케일링 후 한 달 만에도 치석이 다시 쌓이는 경우를 볼 수 있으므로 치아 표면에 빠짐없이 칫솔이 닿을 수 있도록 꼼꼼히 칫솔질해야 한다. 매번 닦을 때마다 플라크가 남지 않도록 닦아야 하며, 플라크가 쌓여서 치석이 되면 칫솔질로는 제거할 수 없다. 또 치아 표면 자체가 울퉁불퉁한 경우 치석이 덜 제거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