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사전

소비의 기준은 나!
옴니보어 트렌드가 바꾸는
소비문화

옴니보어(Omnivore)는 2025년을 관통할 트렌드다. 원래 잡식성을 의미하는 단어지만, 최근에는 소비 패턴을 설명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소비자가 성별이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탐색하고 소비하는 ‘잡식성 소비 성향’을 뜻한다.

구승준 칼럼니스트·번역가

과거엔 소비자 분석에서 성별, 나이와 같은 인구 통계적 지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개인의 개별화된 취향을 중심으로 한 소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SNS의 발달과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 증가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위스키는 중장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위스키 소비가 활발하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2022년 20대와 30대의 위스키 구매가 전년에 비해 71% 늘어났다. GS편의점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 소비자 비율도 30%를 넘겼다. 이러한 수치는 전통적인 주류 소비 경향이 다양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성별, 나이의 고정관념을 깨는 소비

게임은 과거 남성 중심의 취미로 여겨졌으나 최근 여성 게이머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 게이머가 전체 게임 인구의 약 45%를 차지하며, 특히 20~30대 여성의 게임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여성 팬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의 여성 축구 팬 비율이 30%를 넘었으며, 스포츠용품 시장에서도 여성 소비자의 비중이 높아졌다. 2023년 기준 스포츠 의류 소비자의 약 40%가 여성이었다.

커피 머신, 와플 메이커 등 홈 카페 관련 가전제품의 인기도 옴니보어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과거에는 주로 가정을 위한 제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혼카페’를 즐기는 20대와 30대 남녀가 주된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홈 카페 기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35% 증가했으며, 20대 남녀가 소비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구독 서비스의 확산

구독 서비스는 옴니보어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기업은 고정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음료 구독 서비스나 의류 브랜드의 시즌 맞춤 의류 구독 서비스가 그 예시다.

이처럼 잡지와 신문에 국한되었던 구독 서비스가 이제 음료, 의류, 뷰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2024년 한국의 구독 경제 시장은 2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며, 구독 서비스 이용자의 60% 이상이 매달 두 가지 이상의 구독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밀키트와 같은 음식 구독 서비스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가사 노동을 줄여 주는 편리함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옴니보어 트렌드의 확산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와 SNS가 발달한 것을 중요하게 볼 수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은 특정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현재 소비자들은 자신의 개성을 중요시하며 개별화된 취향을 바탕으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 맞춤형 광고의 등장

옴니보어 트렌드를 반영해 기업들은 다양한 소비층을 겨냥한 마케팅과 제품 개발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옴니보어 트렌드로 인해 ‘초개인화 솔루션’, ‘초세분화 맞춤형 솔루션’도 등장했다. 기업들은 빅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개인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며,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개인의 구매 이력에 기반하여 맞춤형 추천 상품을 선보인다. 이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주류, 패션, 게임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전통적인 소비층을 넘어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류 업계는 젊은 층을 겨냥하여 하이볼 등 새로운 위스키 제품을 출시하고, 스포츠 업계는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스포츠용품 라인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긍정적, 부정적 양날의 검

옴니보어 트렌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지니고 있다. 소비의 개별화를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효과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각양각색의 소비층을 겨냥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은 산업 전반의 성장을 촉진한다. 주류, 패션, 게임 등 다양한 산업에서 옴니보어 트렌드에 맞춘 혁신이 이루어지며, 시장의 다변화와 수익성 확대가 기대된다.

이렇듯 옴니보어 트렌드는 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지로 인해 소비자가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소비자의 피로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소비자가 최적의 제품을 선택하지 못하는 ‘선택의 역설’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편, 가치관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소비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가치와 반대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또 옴니보어 트렌드는 많은 소비자를 FOMO에 빠뜨릴 수도 있다.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인 FOMO는 ‘남들이 경험하는 것을 나만 놓칠 것 같은 두려움’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활동을 보면서 자신은 그에 참여하지 못해 소외될까 봐 느끼는 불안감을 설명하는 용어다.

옴니보어 트렌드,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

옴니보어 트렌드는 한국 소비 시장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다양한 소비층을 만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 소비 트렌드의 확산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로 다가오고 있으며, 소비자에게는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옴니보어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다변화된 소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