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실천,
저속 노화 식단
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핵심은 식단이다. 노화를 유발하는 경로를 차단하는 식단을 꾸준히 실천하면 자연히 모든 건강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고, 이것이 바로 천천히 늙는 방법이다. 노화를 늦추는 식사법,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 보자.
노화를 가속화하는 경로
우리 몸에는 노화를 유발하는 경로가 존재한다. 바로 엠토르라고 불리는 경로다. 단순당, 정제곡물, 튀김, 붉은 고기 등이 이 경로를 자극해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엠토르(mechanistic target of rapamycin, mTOR)는 세포의 분열, 성장, 근육의 단백질 합성 등에 관여하지만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노화를 앞당기는 호르몬이다. 엠토르는 엠토르 억제제로 조절할 수 있지만, 약으로 억제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엠토르에는 두 가지 아형(subtype)이 존재하는데 mTORC1(mechanistic target of rapamycin complex 1)은 근육 성장에 필수적이나 염증을 심화하는 등 노화의 가속 페달이고, mTORC2(mechanistic target of rapamycin complex 2)는 대사 건강에 꼭 필요한 경로다. 엠토르 억제제는 둘을 모두 억제하므로 장기간 사용하면 인슐린 저항성, 이상 지질 혈증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식습관으로 엠토르를 억제하면 부작용이 없다. 마인드(MIND) 식사법에서는 단순당, 정제곡물, 튀김, 붉은 고기 등을 제한적으로 섭취하길 권한다. 그중에서도 붉은 고기의 제한적 섭취를 가장 강조하는데 이유는 붉은 고기에 많이 포함된 류신, 이소류신, 발린 등의 가지 사슬 아미노산(Branched-Chain Amino Acid, BCAA)이 엠토르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인슐린 저항성 관리
인슐린 분비도 노화 경로 중 하나인 만큼 노화를 방지하려면 혈당 관리가 필수다.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면 우리 몸은 항상성(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어 갑자기 오른 혈당을 낮추고자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고, 그러면 혈당이 또 빠르게 떨어진다. 이와 같이 혈당의 급격한 상승-하강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오면 심한 졸음과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식욕도 폭발한다. 혈당이 떨어지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글루카곤,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 등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같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해도 예전만큼 혈당을 낮추지 못하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2형 당뇨병으로 악화될 수 있고, 노화의 관점에서는 혈관 손상, 지방 축적, 전신 염증, 산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세포와 조직에 노화가 온다. 노화가 가속되는 것이다. 당뇨뿐 아니라 비만이 될 수도 있다. 몸, 특히 배에 지방이 많이 쌓이기 때문이다. 배가 나오고 팔다리는 마른 ET 체형이 되면 인슐린 저항성은 더 심해진다.
인슐린 저항성은 뇌에도 악영향을 미쳐 뇌의 신경 세포(뉴런)가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게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알츠하이머의 발병 기전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생성이 빨라지는 반면 제거는 어려워진다. 아밀로이드가 세포 바깥으로 나와서 뭉치면 신경 독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실험 연구 결과가 있다. 거기다 해마 기능도 떨어진다.
이와 같이 당뇨병이 치매 위험성을 2~5배 증가시키는 것은 필연이다. 인슐린 저항성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이 워낙 커서 치매를 ‘3형 당뇨병’이라고도 한다. 중장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소규모의 실험적 연구에서 고혈당 상태가 정보 처리, 작업 기억, 집중력, 기분, 활력 등에 악영향을 준다고 밝혀졌다.
한국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마인드 식단
노화를 느리게 하려면 이에 적합한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저속 노화 식사법이다. 이 식사법은 마인드(MIND) 식단을 한국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것으로, 지중해식 식단과 대시(DASH) 식단의 구성 요소를 기반으로 자연 식물식에 중점을 두고 동물성 음식과 포화 지방이 많은 음식의 섭취를 제한한다.
지중해식 식단은 지중해 주민들이 전통적으로 먹던 음식을 ‘식사법’으로 정리한 것으로, 복합 탄수화물과 식물성 단백질, 올리브유 섭취를 강조하며 동물성 단백질, 특히 붉은 고기를 피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대시(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ASH) 식단은 혈압을 낮추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여 칼륨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나트륨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인드(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 MIND) 식단은 특정 음식이 뇌 건강을 증진하고 알츠하이머병 등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 Rush University Medical Center의 연구진이 만들었다. 지중해식 식단과 대시 식단의 원칙을 결합하되,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인지 기능 강화, 치매 위험 감소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한 식사법이다.
저속 노화 식사법이 필요한 이유
저속 노화 식사법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국민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49세 남성의 비만율은 1998년 30.6%였으나 2018년에는 49.3%까지 높아졌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 비만율은 1998년 24.8%, 2018년 24.3%로 큰 변화가 없지만, 문제는 평균 체지방률이 2021년 기준 29.9~31.1%(정상 20~25%)에 달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절반은 비만, 여성의 절반은 마른 비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나쁜 식습관을 들 수 있다. 지난 50년간 당류 섭취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젊은 성인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율이 높은 반면 잡곡과 과일 섭취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단순당과 정제 곡물을 많이 먹고 있는 셈이다.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젊은 성인 중 많은 이가 가속 노화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르게 말하면 부모 세대보다 일찍 만성 질환이 찾아오고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수명은 연장되어 오랜 기간 병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필자가 저속 노화 식사법을 강조하는 이유다.
마인드 식단의 기본 원칙
마인드 식단의 기본 권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푸른잎채소는 일주일에 6회분( 1회분: 신선한 푸른잎채소 1컵) 이상 섭취
▷ 기타 채소는 매일 1회분(절단한 생채소나 조리한 채소 1/2컵) 이상 섭취
▷ 베리류는 일주일에 2회분(1회분: 생·냉동 1/2컵, 건조 1/4컵) 이상 섭취
▷ 견과류는 일주일에 5회분(1회분: 1/3컵) 이상 섭취
▷ 통곡물은 매일 3회분(1회분: 1/2컵) 이상 섭취
▷ 생선은 일주일에 1회 이상 섭취
▷ 콩은 일주일에 3회 이상 섭취
▷ 가금류는 일주일에 2회 이상 섭취
▷ 올리브유를 주된 요리용 기름으로 사용
▷ 붉은 고기는 일주일에 4회 미만 섭취
▷ 버터와 마가린은 하루 1큰술 미만 섭취
▷ 치즈는 일주일에 1회 미만 섭취
▷ 튀김류, 패스트푸드는 일주일에 1회 미만 섭취
▷ 페이스트리와 단 음식은 일주일에 5회분(1회분: 페이스트리 70g, 초콜릿 30g) 미만 섭취
나의 식사는 몇 점?
푸른잎채소란 말 그대로 잎이 푸른색인 채소를 뜻한다. 배추, 양배추, 상추, 로메인상추, 깻잎, 시금치, 근대, 쑥갓, 브로콜리, 케일, 청경채, 루꼴라, 호박잎, 겨자잎 등이 있다. 신선한 푸른잎 채소의 섭취를 말하므로 김치는 해당되지 않는다. 베리류에는 블루베리, 크랜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아사이베리, 딸기, 복분자, 오미자, 오디, 꾸지뽕 등이 해당한다. 통곡물은 현미처럼 도정하지 않은 곡물을 뜻하고, 가금류에는 닭, 오리, 칠면조 고기 등이 있다.
콩 섭취를 권고하는 이유는 마인드 식단에서는 단백질을 동물성 단백질이 아닌 식물성 단백질로 섭취하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콩류 중 단백질 함량이 많기로 손꼽히는 렌틸콩의 경우 건조 중량 100g당 단백질 25g이 들어 있다. 같은 무게의 닭가슴살과 소고기 안심에는 단백질이 각각 30g, 25g이 함유되어 콩류가 고기에 절대 밀리지 않는다.
마인드 식단에서는 붉은 고기를 제한하라고 권고한다. 붉은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가속 노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염소고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말한 바를 정리하면 다음의 점수표가 만들어진다. 오늘 나의 식사 점수는 몇 점인지 계산해 보고, 그에 따라 식습관을 교정해 보자. 만점은 15점이며 8~10점대이면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는 편이다.
MIND 식단 점수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