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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꼭 맞는
철분제 섭취하기

어지럽거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 빈혈을 의심하곤 합니다. 빈혈은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빈혈 증상을 완화하는 철분제는 종류도 다양하고 부작용도 있으니 내 몸에 잘 맞는 철분제를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가장 흔한 것은 철 결핍성 빈혈입니다. 핏속의 혈액 세포 중에는 신체 곳곳으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있는데요. 산소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혈색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이 필요하고, 부족하면 몸에서 혈색소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해 철 결핍성 빈혈이 발생합니다. 원인은 철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거나, 과하게 손실되기 때문입니다.

철은 음식으로 섭취할 수 있는데 다이어트를 하거나 철이 불충분한 식사를 하면 철이 부족해집니다. 성장기나 임산부처럼 철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상대적으로 적게 섭취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철이 손실되는 것은 지속적인 출혈 때문입니다. 가임기 여성에게 가장 흔한 지속적 출혈 원인은 생리입니다. 반면 남성이나 생리를 하지 않는 여성에게 가장 흔한 지속적 출혈 원인은 위장관 출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 결핍성 빈혈로 진단받더라도 그 원인을 알아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 또한 달라집니다.

내 몸에 맞는 철분제 고르기

철 결핍성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철이 충분한 음식을 먹는 식이 요법과 약물 요법의 병행이 필요합니다. 달걀, 육류, 생선, 우유 등 철분이 많이 든 식품을 섭취하고, 철분 흡수에 도움이 되는 채소와 과일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식이 요법만으로는 치료가 힘들기 때문에 약을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먹는 철분제로 떨어진 수치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2주 후면 혈색소 수치가 1~2g/dL 정도 상승합니다. 하지만 혈액 수치가 정상이 되었다 해서 바로 약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반년 정도는 계속 철분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철은 적혈구의 혈색소뿐 아니라 저장 철(storage iron) 상태로도 있어 저장 철도 충분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먹는 철분제는 성분도 다양하고 시중에 출시된 제품도 많습니다. 철분제 성분 하나로만 되어 있기도 하고 다른 비타민이나 엽산(폴산, folinic acid) 등과 함께 종합 비타민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철분제에는 2가철(제1철) 제제와 3가철(제2철) 제제가 있습니다. 이는 철이 전자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2가철(ferrous, Fe2+)과 3가철(ferric, Fe3+)로 변하며 특징이 바뀌기 때문에 구분된 것입니다. 2가철은 몸에 흡수가 잘 되지만 위장관 점막 자극이 3가철보다 강해서 소화 불량, 변비, 오심, 구토 같은 증상을 느끼는 비율이 3가철에서보다 더 높습니다. 하지만 3가철은 2가철보다 비싸고 흡수율 또한 다소 낮습니다.

국내에 출시된 먹는 철분제 성분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황산제일철(ferrous sulfate)은 2가 철 무기염 성분입니다. 빠르고 흡수율이 높으며 저렴해서 많이 쓰이지만 위장 장애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 ②푸마르산철(ferrous fumarate)은 2가철 유기염 성분으로 위장 장애 부작용이 다소 줄어든 성분입니다. ③글루콘산제이철나트륨착염(sodium ferric gluconate complex), 폴리말토오스수산화제이철착염 혹은 수산화제이철폴리마토스복염(ferric hydroxide polymaltose complex)은 3가철 유기염 성분입니다. 2가철인 황산제일철, 푸마르산철보다 위장 장애 부작용이 낮으나 흡수율 또한 낮습니다. ④철아세틸트랜스페린(iron acetyl transferrin)은 단백질 결합 철로 기존의 유기염에 비해 몸속 철단백과 구조가 비슷하여 흡수율이 높습니다.

흔한 위장관계 부작용

철분제 부작용으로 위장관계 증상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철분 흡수를 돕기 위해 식사 한 시간 전, 식사 두 시간 후인 공복에 비타민 C와 함께 복용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위장관계 증상 때문에 이를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변 색이 까맣게 변하는 것은 철분제에 들어있는 철이 대변으로 나오는 것이며 정상입니다. 하지만 속쓰림, 복통, 변비, 더부룩한 증상은 생활에 불편을 줍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개 복용하는 철분 용량이 높을수록 많이 나타납니다. 위장관계 부작용이 심해 철분제 복용이 힘들다면 복용 횟수나 양을 줄이거나, 증상을 느끼지 못하도록 취침 전으로 복용 시간을 바꿔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빈혈 증상이 심하지 않아 철분제 투여가 급하지 않다면 낮은 용량부터 서서히 증량해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 해소를 위해 철분제 용량을 줄이다 보면 빈혈 치료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위장관계 부작용을 해소해 주는 약을 추가하거나 철분제 자체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장에서 녹도록 특수 코팅한 알약이나 캡슐에 싸인 철분제는 위장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 코팅된 알약을 자르거나 씹어 먹거나 캡슐을 벗기면 철분제 성분이 한꺼번에 녹으면서 위장관계 부작용이 오히려 더욱 심해질 수 있으니 원래 상태 그대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가철 성분의 철분제를 복용 중이라면 3가철 성분으로 바꾸는 것도 좋습니다. 대부분의 위장관계 증상들은 철분제 복용을 시작했을 때 심하게 나타났다가 점점 줄어들고, 공복 시간대가 아닌 식사 때 복용하면 많이 나아집니다.

부작용 관리는 필수!

철분제 복용 후 변비나 속쓰림이 생겼을 때 변비약이나 제산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중 칼슘이 포함된 약들은 철분 흡수를 낮출 수 있습니다. 특히 제산제는 칼슘이 들어 있지 않더라도 위의 산성도에 영향을 주며 철분제 흡수를 방해합니다. 또한 일부 항생제도 철분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들은 철분제와 두 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복용하면 철분 흡수 방해 영향이 줄어드니, 복용 중인 다른 약이 있다면 복용시간 조절에 대한 확인이 꼭 필요합니다. 탄닌도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녹차, 커피, 홍차 등 탄닌이 든 음식들과 간격을 두고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마다 필요한 철분 양이 다릅니다. 한국인의 영양 권장량은 성인 남자 10mg, 성인 여자 18mg이며, 성장기 어린이나 임부는 이보다 철분의 요구량이 높습니다. 어지러움 등 빈혈로 의심되는 증상을 느꼈어도 원인이 빈혈이 아닐 수 있고, 혈액 검사에서 빈혈로 의심되는 수치가 나왔어도 철분 부족이 원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선은 철 결핍성 빈혈이 맞는지 정확하게 진단받고, 그 후 철분제 복용이 필요하다면 유의 사항을 잘 지켜 복용해 주세요. 혈액 수치가 회복되고 나서도 몇 달 동안은 더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부작용 관리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