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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로 열리는
맞춤형 의학 혁명

맞춤형 유전자 치료는 각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화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의학적 접근법이다. 이는 한 사람의 유전적 특징에 따라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방법을 선택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김진경 의과학 전문 칼럼니스트

2024년 11월 22일 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폐암 환자에서 종양의 돌연변이를 분석해 항암제에 대한 약제 내성을 대량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폐암에 걸리면 표적 치료제로 치료를 한다. 치료 초기에는 좋은 반응을 보이지만 약물 사용 후 1~2년이 지나면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 치료 효과가 감소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폐암 환자에서 표피 생장 인자 수용체(EGFR) 변이는 전체 폐암환자의 30%에서 발견되는데, 이 돌연변이로 인해 암세포가 과도하게 성장하고 분열한다. 이러면 잘 쓰던 약이 갑자기 듣지 않게 된다.

종양 조직을 채취해 배양한다 치더라도, 돌연변이는 환자마다 다르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추적이 어려웠다. 하지만 인공 지능(AI) 기반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인 프라임 편집기를 이용하면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돌연변이 여부를 밝힐 수 있고, 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표적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게재되었다.

유전자 맞춤형 기술은 의학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CRISPR-Cas9’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제 ‘카스게비(Casgevy)’를 승인했다는 소식은 의료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치료제는 주로 ‘겸상 적혈구 빈혈증(Sickle Cell Disease, SCD)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된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에 걸리면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형되어 피가 잘 흐르지 않게 된다. 피는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므로, 쉽게 생각하면 이 병에 걸린다는 것은 ‘고산병에 걸린 듯한 증세’를 겪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숨이 가쁘고 어지러우며 일상생활이 힘들다. 병증이 깊어지면 심각한 통증과 함께 뇌나 장기가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유전병이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병이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흔하며, 미국 내 환자 수가 약 10만 명에 달한다.

한편, 일본과 한국 등에서는 최근 특정 유전자 변이를 지닌 환자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인슐린을 제공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이 밖에도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적의 치료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30억 염기쌍에서 찾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의 비밀

맞춤형 유전자 치료는 특히 암, 유전 질환, 대사질환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맞춤형 치료는 약물의 선택뿐만 아니라, 치료의 시기와 방법, 지속 시간 등도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게 조정할 수 있어 기존의 표준 치료법보다 더욱 효과적이다.

유전자 맞춤형 치료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CRISPR-Cas9’와 같은 ‘유전자 가위’ 기술이 있다. 유전자 가위라고 불리는 이유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수십억 개의 염기쌍 중에 우리가 원하는 유전체 부위를 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책에서 특정 단어를 찾는 것처럼 DNA에서 우리가 바꾸고 싶은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고, 지정한 부분의 DNA를 치료한다. 현재까지 유전자 가위는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개발됐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병증 DNA 외 다른 것들의 손상 없이 보다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유전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게 된 것은 인간이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질병 치료에 대한 접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199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로서 그 첫발을 내디뎠고, 2003년에 인간 유전체의 약 92%를 해독하며 공식적으로 완료하였다. 그러나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나머지 8%는 해독되지 못했다. 이후 2022년 4월 국제 과학자 컨소시엄인 ‘텔로미어-투-텔로미어(T2T)’가 남은 8%를 모두 해독하여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3년 5월에는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가 지원하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인종과 민족의 유전적 다양성을 반영한 ‘인간 범유전체 참조 지도’의 첫 번째 초안을 완성했다. 이 지도는 47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기존보다 더 정확하고 폭넓은 유전적 다양성 정보를 담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2016년부터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울산시가 주관한 ‘한국인 만 명 게놈 해독 프로젝트’를 통해 1만 44명의 한국인 게놈 정보를 수집·해독하여 2021년에 완료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신약 개발과 정밀 의료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인간의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조합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단 6개의 번호로 이루어진 로또 1등의 당첨 확률이 800만분의 1 수준인데, 하물며 30억개의 염기쌍을 추적하는 것은 마치 태평양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인간이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맞춤형 유전자 치료의 향후 발전 방향과 전망

맞춤형 치료는 미래 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특히 인공 지능과의 결합을 통해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공 지능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치료 방법을 예측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유전체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유전자 분석의 정확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연구는 특히 희귀 질환이나 난치병, 암과 같은 복잡한 질병 치료에 혁신적인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다. 맞춤형 유전자 치료에는 몇 가지 문제점도 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유전체 데이터를 비롯하여 국제 협력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은 유전체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특정 인구 집단에 대한 맞춤형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유전자 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된 우려가 있다. 유전자 정보가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는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유전자 분석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비용이 매우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앞서 말한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법의 예를 들면, 미국에서 승인된 CRISPR 기반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제인 카스게비의 비용이 약 220만 달러(한화 약 29억 원)에 달한다.

다행히 시간이 더 흐르면 이런 문제는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 데이터가 더 많이 축적되고 유전자 정보에 대한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비용도 저렴해질 것이다. CT가 처음 도입된 1970년대에는 비용이 500만 원에 달했고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5~30만 원 정도에 그친다.

개인 유전자 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는 의료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비록 비용, 윤리적 문제, 기술적 한계 등 도전 과제가 존재하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발전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