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의 위험을 줄이는
뼈 건강법 제1항
‘근육을 잘 지켜 내자!’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골다공증 환자 수는 113만 명이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럼에도 대부분이 골다공증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골량이 감소하면 조금만 방심해도 골절로 이어질 수 있지만 뼈가 부러지기 전까지는 통증을 비롯해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유미 교수는 건강한 노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지금 당장 착실한 ‘뼈 저축’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 편집실 사진 송인호
골다공증과 골감소증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질환으로, 단순히 뼈에 구멍이 많아지는 것을 넘어 몸의 뼈대가 약해져서 뼈가 잘 부러지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골밀도 T점수가 -2.5 이하일 경우 골다공증으로 진단하는데, 정상 수치와 골다공증 수치 사이의 경계에 놓인 것이 골감소증입니다. 당뇨나 고혈압의 전 단계와 같은 개념이라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T -2.5라는 것은 뼈에 구멍이 많이 나서 작은 충격에도 아주 쉽게 부러질 것으로 생각되는 그 기준점을 잡은 것입니다. 따라서 전 단계인 골감소증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다든지, 질환을 앓고 있다면 골다공증이 아닌 골감소증 단계에서도 뼈가 쉽게 부러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골밀도 점수만으로 골절 가능 여부를 섣부르게 판단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골다공증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골다공증은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니까 노화가 제일 큰 위험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변화도 생기는데, 특히 여성의 경우 50대가 되면 완경기가 찾아옴과 동시에 여성 호르몬이 뚝 떨어지면서 골밀도도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러한 까닭에서 50대 이상 여성 80%가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을 가지고 있어서 ‘여자 병’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나이와 호르몬 변화 외에 또 하나의 원인으로 근 감소를 들 수 있습니다. 근골격계 변화로 인해 젊을 때 체격이 좋던 분들도 허리가 굽고 밸런스를 못 잡아 넘어져 다치는 경우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만약 부모님이 골다공증으로 골절을 겪었다면 자녀도 그럴 가능성이 60~70%가량 되므로 유전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는 없어요. 한편, 최근 젊은 여성들에게서도 골다공증이 발생하는데요. 살을 너무 많이 빼다보니 무월경 증상이 지속되면서 골다공증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만큼 극심한 다이어트는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골다공증을
의심하게 되나요?
우리나라 여성 10명 중 8명이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을 갖고 있는데, 10명 중 9명이 치료를 안 하고 있습니다. 뼈가 부러지기 전까지는 무증상이라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예요. 따라서 언뜻 사소해 보이는 변화에도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예전에 입었던 바지를 배바지처럼 올려 입어야 한다면 상체가 짧아진 것으로, 이는 키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키의 감소는 골다공증의 가장 중요한 증후입니다. 20대와 비교해서 키가 4cm 이상 줄었거나, 한 번이라도 뼈가 부러졌으면 바로 검사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골다공증에 취약한 중년 여성을 위해 54세와 66세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골밀도검사를 무료로 시행하고 있으니 자신의 골밀도 상태를 측정해 보고 점수가 낮으면 빨리 병원으로 오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위험군을 찾아내서 미리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호르몬과 관련된 변화는 반드시 뼈의 변화가 같이 오기 때문에 내분비 검사를 받아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골다공증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골감소증도 마찬가지로 골절의 위험도가 높다면 약제 치료가 시작되어야 합니다. 골절 없는 골감소증 단계라면 기본적으로 칼슘 및 비타민 D 복용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이것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약을 추가할지에 대한 판단은 전문 의료진에게 맡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골다공증 치료는 ‘덜 나빠지도록, 안 부러지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골다공증은 평생 치료해야 하지만, 약을 계속 투약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약을 쓰다가 좀 쉬어 갈 수 있으나 치료나 모니터링은 평생 해야 하므로 고혈압, 당뇨병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치료받고 어느 정도 좋아지면 병원에 그만 오겠다는 분이 상당히 많은데,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 있지 않다면 계속 치료를 받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설득이 어려워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 주세요.
우리가 은퇴하기 전에 열심히 저축하는 이유가 나중에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잖아요. 노후에 저축에서 조금씩 빼서 쓰듯이 뼈 건강도 마찬가지로 젊을 때 잘 비축해 둬야 합니다. 키 성장은 10대에 끝나지만 최대 골량치는 20대 후반까지 가기 때문에 근골격계를 잘 지켜 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운동하는 습관과 함께 칼슘과 비타민 D 섭취가 중요한데, 우리나라 여성들은 운동을 너무 안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질병관리본부 주관으로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인식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84.7%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제품 섭취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줄어든 반면 매일 커피 섭취는 가임기, 갱년기, 노년기 모두 높은 수치로 나타났어요.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골밀도 검사를 꼭 받아 보실 것, 칼슘과 비타민 D를 섭취할 것, 유제품을 비롯한 건강 식단을 유지할 것 등을 당부드립니다.
내분비내과 중에서도 골 대사학, 골세포
연구에 집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흔히 뼈는 정적이고 딱딱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당 대사, 지질 대사, 호르몬 못지않게 굉장히 다이내믹한 기관입니다. 여러 가지 호르몬이 뼈에 주는 영향이 굉장히 직접적이고, 또 뼈는 이를 수동적으로 받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몇 시간 만에 변화하는 급격한 변화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애 주기별로 연구하는 학문이어서 제 성격에도 잘 맞았고, 보이지 않는 몇몇 정보를 가지고 추정해서 치료와 진단을 해야 하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잘 해결이 되지 않거나 진단이 나오지 않아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내분비내과인 경우가 많아서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통틀어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의 루틴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하기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빼놓지 않고 필라테스와 PT 등 운동하는 습관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하루 7~8잔씩 마시던 커피도 디카페인으로 바꿨고, 좋아하던 콜라도 탄산수로 대체했어요. 단백질, 칼슘, 유산균이 다 들어 있는 그릭요거트를 즐겨 먹고, 먹는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건강을 위해 루틴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