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항상성의 바다를
항해하는 법

오승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 몸은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서도 내부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부르는데, 이 능력은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에 대처하며 회복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항상성은 체온, 혈압, 혈당, 체액의 농도와 같은 중요한 생리적 상태를 일정한 범위 내로 유지하려는 몸의 자동 조절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은 신경계, 내분비계, 순환계, 면역계를 비롯한 다양한 시스템의 협력을 통해 기능한다. 예를 들어 체온이 높아지면 땀이 나고 피부 혈관이 확장되어 열을 방출하고, 반대로 체온이 낮아지면 근육이 떨며 열을 생성한다.

또 다른 예로 자율 신경계를 들 수 있다. 교감 신경은 활동 시에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며, 소화관의 운동을 감소시킨다. 부교감 신경은 주로 휴식 시에 활성화되며,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고 혈관을 확장하며 혈류를 늘려 심신을 이완 상태로 유도한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와 같이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선 교감 신경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평상시에도 계속 지속된다면 몸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협력으로 혈압과 심박이 일정 범위 이내로 적절하게 유지되듯, 우리는 항상성을 통해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신체 기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항상성은 건강 유지의 기본

항상성이 깨지면 우리 몸은 본래의 기능을 잃게 되고, 이러한 변화는 질병으로 발현된다. 건강한 사람의 혈당 수치는 공복 시 70~100mg/dL 사이에 있고, 식후 2시간 기준 140mg/dL를 넘지 않는다. 하루쯤 금식을 하거나 반대로 설탕 범벅인 음식을 먹는다 해도, 혈액 내 포도당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항상성에 따라 혈당 수치는 이 좁은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다. 그러나 혈당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이 깨지면 공복이 길어질 때 저혈당 증상이 생기고 식후에는 혈당이 치솟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우리는 당뇨병이라 부른다. 혈압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사람은 휴식 시에 수축기 120mmHg, 이완기 80mmHg 미만의 혈압을 유지하지만, 고혈압 환자는 이 범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축기 140mmHg 또는 이완기 90mmHg 이상으로 높아진다.

항상성과 질병의 관계는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비할 수도 있다. 소설의 주무대인 잠수함 노틸러스호는 항해 도중 폭풍우에 휘말리기도 하고 암초를 만나기도 한다. 중반부에는 잠수함이 호주 근처의 좁은 해협을 지나다 산호초에 좌초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해협은 수심이 얕고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고 위험한 지형으로 묘사된다. 위기에 빠진 승무원들은 동요하지만 선장인 네모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수면이 높아지는 때를 기다리면 산호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달의 공전 주기에 따라 인력이 변하면서 조수 간만의 차도 커지기 때문인데, 선장의 말처럼 며칠이 지나 바다 수위가 높아지면서 노틸러스호는 산호초를 벗어나 항해를 계속하게 된다.

인체를 항상성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라고 생각해 보자. 적당한 날씨와 평온한 바다라면 우리는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항해 중 배가 크고 작은 파도나 암초에 맞닥뜨리듯 우리도 살면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스트레스는 항상성이라는 바다의 평온을 깨뜨리는 바람과도 같다. 거센 바람으로 파도가 사나워지면 순조로운 항해를 하기 어려운 것처럼, 외부의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커지면 건강의 필요 조건인 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항상성 유지의 핵심! 호르몬

호르몬은 몸 안의 뇌하수체, 갑상선, 췌장, 부신, 생식선 등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이다. 주변의 혈액이나 간질액으로 분비되어 호르몬마다 특정하게 작용하는 표적 기관에서 인체의 변화를 조절하고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생식, 성장 발달, 스트레스에 대항한 신체 방어, 혈중 수분, 전해질과 영양소 간의 균형 유지, 세포 대사, 에너지 균형 등에 작용한다.

기초 체력과 건강한 생활 습관

항해 중 필연적으로 폭풍우나 암초를 마주치듯 우리도 살면서 항상성이 깨지는 순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무사히 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다음의 두 가지를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튼튼한 배와 숙련된 항해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준비됐다면 웬만한 파도에도 끄떡없이 헤쳐 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항로를 잃고 헤매거나 선체가 파손되기도 할 것이다.

배와 항해 실력은 우리 몸으로 치면 기초 체력이다. 건강한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을 통해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항상성이 흔들리는 순간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된다.

둘째, 항상성이라는 바다의 수위를 잘 유지해야 한다. 자연에서 바다의 수위는 시시각각 달라지고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란 불가능하다. 암초에 걸린 노틸러스호 역시 항해를 재개하기 위해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인체의 항상성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위가 낮아질 수도, 높아질 수도 있다.

습관적인 과로와 만성 스트레스는 항상성의 수위를 낮추는 주범이다. 바닷물이 빠지듯 항상성의 수위가 낮아지면 숨겨져 있던 암초가 모습을 드러내고 항해 중인 배를 위협한다. 이때 눈에 드러난 암초는 우리가 뒤늦게 느끼는 증상과도 같다. 당장 느껴지는 증상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닷물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기초 체력을 키우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항상성을 고갈시키는 흡연, 과음을 피하며 과로와 지나친 스트레스를 줄여 나가야 한다.

물론 중요 부품의 고장으로 인해 배의 작동이 멈추거나 선체가 파손되어 물이 차오르는 상황이라면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당장 수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돛을 올리고 수위가 높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언가 이상이 느껴질 때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의 점검을 받고 수리가 필요한 문제가 발견되었다면 그에 맞는 처방과 도움을 받자.

항상성 유지에는 시간과 끈기 필요

항상성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선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과 같은 기본적인 건강 관리법은 꾸준히 지키기 힘들기도 하고 효과도 금방 나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항상성 능력을 키우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썰물 때 드러났던 암초가 밀물이 되면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것과 같이, 항상성의 수위가 충분히 높아진다면 우리를 괴롭히던 증상도 자연스레 가라앉게 된다.

항상성은 우리 몸이 가진 가장 강력한 치유 도구 중 하나다. 항상성이라는 바다의 수위를 잘 유지하여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항해해 나가도록 하자.

호르몬 분비 기관

뇌하수체

각각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전체 호르몬을 관장

갑상선

몸 전체의 세포를 활성화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며 체온조절과 심장, 소화 기관의 성장에 관여

부신

혈액 내 포도당을 조절하고 체액의 균형을 조정

췌장

내분비선인 췌도(膵島)에서 포도당을 받아들이고 분해하는 기능을 담당

난소와 정소

각각 여성 호르몬과 남성 호르몬 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