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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올리는
약이 있을까?

요즘처럼 감기와 독감이 유행하는 때에는 ‘면역력’이 많이 거론됩니다. 실제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나 전염성이 있는 질병에 걸리고들 하는데요.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 보조 식품도 참 많습니다. 면역력을 올려 주는 약이 정말 있을까요?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이번 겨울엔 전 국민의 몸과 마음이 힘든 일이 유독 많은 것 같습니다. 연이어 전해지는 가슴 아픈 뉴스에 이어 이젠 독감 환자 수가 역대 최고라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다들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철저히 해서인지 독감 등 감염병 환자가 확 줄었는데, 올해는 응급실을 찾는 독감 환자가 참 많습니다.

이렇게 감염 질환이 유행하는 시기에도 건강하게 생활한다면 ‘면역력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면역은 내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가 아닌 다른 모든 것들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자국민 외에는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경과 같습니다. ‘나’가 아니라면 먼지도, 꽃가루도, 각종 바이러스와 다른 사람의 세포 등 모두 내 몸에 못들어오도록 막는 것이죠.

면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보호 역할을 잘 해낼 수 없고,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표현합니다. 이렇게 되면 외부 물질들이 내 몸 안에 들어올 수 있고, 이미 내 몸 안에 들어와 있던 물질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영양이나 잠이 부족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환절기에 온도가 급격하게 변할 때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면역력을 지키려면

그럼 어떻게 하면 면역력을 지킬 수 있을까요?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고, 나와 주위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특히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감염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운동과 햇빛 쬐기, 시기에 맞게 예방 접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면역체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등을 적절히 섭취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식생활을 잘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영양제를 복용할까 고민하게 되는데요. 영양제는 여러 영양소를 먹기 쉽고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영양제를 몸에 좋은 ‘음식’이라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전문가에게 영양제 복용 여부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약도 사람마다 필요한 성분을 필요한 만큼만 써야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영양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양제 포장에는 포함된 영양 성분과 함량이 적혀 있습니다. 함량 옆에 ‘○○%’라고 비율도 함께 표기된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하루 영양 섭취 기준 대비 비율을 뜻합니다. 영양 섭취 기준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건강한 사람이 질환을 예방하고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산정된 양입니다. 여러 가지 영양제를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는 특정 영양소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이 기준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합성도 중요

면역 증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로는 비타민 D, 셀레늄, 아연 등이 있습니다. 비타민 D는 칼슘 농도를 유지하며,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말초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켜 대사 조절에 관여합니다. 비타민 D는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 1일 12~64세는 10mcg(400IU)을, 65세 이상은 15mcg(600IU)을 섭취하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합니다(충분 섭취량).

65세 이상의 분들은 야외 활동으로는 충분한 비타민 D 합성이 어려울 거라는 전제하에 추천 섭취량을 조금 높였습니다. 비타민 D는 햇빛을 쐬면 피부에서 합성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20~40분 정도 햇볕에 팔다리를 노출하면 비타민 D를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영양제나 달걀노른자, 유제품 등 식품으로도 보충할 수 있지만, 야외 활동으로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확보해 비타민 D가 많이 합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충분한 셀레늄 섭취는 필수

셀레늄은 항산화 효소의 구성 요소 중 하나입니다. 셀레늄 포함 효소는 산화적 손상과 감염으로부터 보호, 근육 발달과 기능, 갑상선 호르몬 대사, 면역 반응에 이르는 다양한 대사와 생리 기능에 관여합니다. 그런데 셀레늄은 우리 몸 안에서 단백질과 결합하여 운반되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경우 복용을 해도 결핍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꼭 셀레늄뿐 아니라, 단백질이 부족하면 면역 과정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셀레늄은 육류, 생선류, 난류 등에 많이 들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셀레늄의 주 공급원은 곡류입니다. 19세 이상의 1일 권장 섭취량은 60mcg이며, 하루 최대 섭취량은 400mcg입니다.

아연은 연령별 권장 섭취량에 맞게

아연은 우리 몸 안의 다양한 효소를 도와주는 물질로 많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항산화뿐 아니라 면역 세포의 생성과 활성에도 관여하지요. 주로 해산물, 붉은 살코기, 전곡류, 콩류 등에 함유되어 있고, 식물성보다는 동물성 식품으로 섭취했을 때 흡수율이 높습니다.

아연은 성장과 함께 권장 섭취량이 점점 늘어나 19~64세 남자의 권장 섭취량은 10mg/일, 여자는 8mg/일이고, 65세 이상 남자는 9mg/일, 여자는 7mg/일입니다. 임신 기간에는 9.5mg/일, 수유 기간에는 12mg/일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과량 복용하면 구토, 설사 같은 위장 장애가 생기거나 오히려 면역 기능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임신, 수유부를 포함한 19세 이상의 상한 섭취량은 35mg/일이니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영양제마다 복용하는 방법과 양이 각기 다른 만큼 표시된 정보를 잘 보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복용법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영양제는 몇 달간 복용할 수 있는 양이 한꺼번에 포장된 경우가 많으므로 유통 기한이 언제인지 확인하고, 온도 25℃ 이하, 습도 70% 미만의 서늘하고 건조하며 어두운 장소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각자의 몸 상태가 어떤지, 복용 중인 약과의 상호작용은 없는지 전문가에게 확인한 다음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