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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갈아 끼워
영원히 사는 게 가능할까

2007년 개봉한 영화 <더 게임>에서는 젊고 가난한 화가 민희도(신하균)가 거대 금융 기업의 회장 강노식(변희봉)과의 내기에 져 이식 수술을 통해 서로 뇌를 맞바꾼다. 노인 강노식의 뇌는 젊은 몸에 이식되었고, 청년 민희도는 순식간에 노인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일이 정말로 가능할까?

김진경 의과학 전문 칼럼니스트

작년 5월 뉴로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신경과학 및 생의학 공학 스타트업 브레인브리지(Brain Bridge)가 세계 최초로 ‘머리 이식 시스템(Head Transplant System)’을 개발하고 있다며 8년 안에 첫 이식 수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가 공개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여러 개의 로봇 팔이 기증자와 수혜자의 머리를 각각 떼어 내고, 기증자의 몸에 수혜자의 머리를 붙이는 수술을 진행한다. 우선 기증자와 수혜자의 신체(머리 포함)를 각각 섭씨 5도의 낮은 온도에서 냉각해 뇌 손상 위험을 줄인 후 로봇 수술을 통해 경동맥, 척추 동맥, 경정맥을 연결하는 식이다. 이때 혈액 응고를 막기 위해 머리에서 혈액을 완전히 빼낸 후 특정 농도의 인공 혈장 용액을 투여하여 뇌와 신체에 산소를 공급한다. 인공 지능(AI) 로봇 팔은 계속해서 근육과 신경을 모두 연결한다. 척추가 연결되는 부분에는 특수 임플란트와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사용해 절단된 뉴런을 다시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브레인브리지는 머리 이식이 “마비 및 척수 손상 등으로 삶이 바뀐 환자에게 ‘완전히 기능하는 신체’를 가질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기술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의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기술이 실현 가능하다면, ‘다발성 장기 부전’이나 ‘말기 암’, 말초 신경계의 손상을 입은 ‘길렝바레 증후군’ 등을 앓는 환자에게 생명 연장의 꿈이 현실화될 것이다. 또한 여러 요인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몸을 갈아 끼워’ 영화 <더 게임>의 강노식처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머리 이식의 역사

사실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의과학자들이 동물의 머리를 잘라 다른 개체의 몸에 연결하는 실험을 했다. 심지어 1884년 프랑스의 라보르드는 기요틴(단두대)에 잘린 사형수의 머리를 개의 몸에 연결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으나 당시 기술의 한계로 단 1초도 생존하지 못했다.

1908년 미국의 생리학자인 찰스 거스리는 작은 개의 머리를 더 큰 개의 목 아래에 접합하여 머리가 두 개인 개를 만드는 실험을 했다. 이식된 머리는 눈을 깜빡이고, 혀를 움직이며, 외부 반응에 약하게 반응했으나 이식받은 머리와 머리를 이식 받은 개 모두 7시간 후 사망했다. 1954년 러시아 과학자인 블라디미르 데미호프는 작은 개의 상체를 큰 개의 목 혈관에 이식하여, 목은 두 개이며 앞다리는 네 개 달린 개를 만들어 냈다. 이 개는 먹이를 먹고 물을 마시며 주변 자극에 반응했지만, 신경을 연결하지 않아 움직임을 제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29일이나 생존했다.

1970년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화이트는 머리가 제거된 몸에 새로운 머리를 이식하는 수술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한 원숭이의 머리를 다른 몸에 이식하였는데, 수술 후 원숭이는 눈을 깜빡이고 소리를 내며 주변 자극에 반응했다. 그러나 신경을 연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공호흡기로 연명했고 신체를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원숭이는 8일 후 면역 거부 반응으로 인해 사망했다. 그 밖에 다른 실험도 여럿 진행됐지만, 장기적으로 생존한 동물은 없다.

현재 기술로 머리 이식은 불가능

아직까지는 한 사람의 몸과 머리를 분리했다가 다시 연결하는 수술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이식받을 사람과 이식할 사람이 서로 다른 경우는 수술 난이도가 훨씬 올라간다. 사람마다 척추, 신경, 인대, 힘줄, 혈관의 크기와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연결하는 것은 현재 의술로는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우선 미세 혈관 기술을 통해 경동맥, 척추 동맥, 정맥을 정확히 이어야 한다. 흉쇄 유돌근이나 사각근 등도 연결하고, 경추와 목뼈도 티타늄 나사로 고정해야 한다. 림프관, 인대, 힘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과정은 신경의 연결이다.

척수는 척추골을 이루는 척추관 안에 들어 있다. 척수 신경은 척수에서 나와 신체의 말단까지 연결되며, 운동 신경, 감각 신경, 자율 신경(교감 및 부교감 신경)을 포함한다. 척수 신경은 척수에서 앞뿌리(ventral root)와 뒤뿌리(dorsal root)로 나온다. 또한 척추의 양쪽으로 교감 신경이, 척추의 천수에서 부교감 신경이 뻗어 나온다. 그런데 이 신경들은 신경 다발에 들어 있다. 사람마다 위치가 약간씩 다른 운동 신경, 감각 신경, 자율 신경을 정확히 식별하여 연결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이다.

혹자는 잘린 손가락도 이어 붙이는데, 목과 몸은 왜 이어 붙이지 못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 차이는 신경마다 다른 재생 능력에서 비롯된다. 손가락에서 잘린 신경은 말초 신경이라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신경 섬유의 절단 부위가 서로 연결되면 손상된 신경 끝에서 축삭(axon)이 다시 자라나 피부나 근육 같은 말단 조직에 붙는다. 그러나 척수 신경은 중추 신경계의 일부로서 축삭 재생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척수가 잘리고 나면 축삭의 재생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재생 억제 신호가 방출되며, 재생을 방해하는 억제 단백질도 생성된다.

신경 섬유가 정확히 연결되지 않으면 호흡이나 심박 같은 필수적인 생명 유지 기능이 복구되지 않고, 뇌와 신체의 신호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신경을 정확하게 잇는 기술이 있다면 현재 척추 골절로 인한 마비 환자도 없을 것이다. 천재일우로 신경 다발이 정확히 연결되었다 하더라도 서로 다른 몸끼리 연결되면 면역 거부 반응이 발생한다. 면역 억제제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 투여 시 면역 체계가 억제되어 다른 합병증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머리 이식의 대안

뇌사자의 몸을 머리와 연결하는 것보다 문제가 생긴 장기나 조직을 재생하거나 대체하는 방안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자가 세포 배양(Self-cell Cultivation)으로 환자 자신의 세포를 추출하여 실험실에서 배양한 후,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 심장, 간, 연골 및 뼈 등 다양한 조직을 배양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므로 면역 거부 반응이 없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3D 프린팅을 이용한 장기 이식(3D Bioprinting)도 훌륭한 대안이다. 생체 재료와 세포를 층층이 쌓아 실제 장기나 조직과 유사한 구조물을 제작하는 기술이다.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에 정확히 맞는 복잡한 장기나 조직을, 생체 배양보다 빠른 속도로 제작할 수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 등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도 대안이다. 병증 DNA 외의 손상은 없으면서도 보다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인공 지능 기반의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인 프라임 편집기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 외에도 인공 신경 섬유를 제작해 손상된 신경을 대체하는 기술 등이 개발되었다. 나노 입자를 활용하여 인체의 장기 내부에서 세포 재생을 촉진하는 기술이나 인간 장기의 복잡한 기능을 모방한 기계적 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분명 머리 이식은 여러 윤리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가령 머리와 몸이 분리된 후 각각의 생명 상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수혜자와 기증자의 몸이 결합된 상태의 정체성 문제도 있다. 뇌사자의 몸이 단순한 부품으로 여겨질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파급 효과도 엄청나게 클 것만은 확실하다. 기존의 사례를 살펴보면,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던 비아그라가 발기 부전 치료제로, 임산부의 입덧 완화제로 개발됐던 탈리도마이드가 혈액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머리와 몸을 잇는 과정에서 발전된 기술이 척수 마비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