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이상
건강을 지켜 온 약재
황기(Astragali Radix)는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 황기(黃芪/黃耆·학명 Astragalus membranaceus Bunge)의 뿌리를
햇볕에 말린 약재입니다. 황기는 한국, 중국, 몽골 등 아시아 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한국에서는 충북 제천, 강원도 정선, 영월, 경북 봉화 등지에서 재배합니다. 인삼에 버금가는 약효에
맛이 달아 ‘단너삼’으로 불려 온 황기는 역사가 무려 2천 년이 넘는 약용 식물 중 하나입니다.
독성이 없는 황기는 약재로서도 대표적이고 중요한 위상을 차지할 뿐 아니라,
황기 하면 여름철 보양식 삼계탕을 떠올릴 만큼 친숙한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글 김효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약제팀장
한약학의 가장 오래된 의서로 전해져 오는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
황기를 상품(上品)의 약으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상품이란 독성과 부작용이 전혀 없어 장기간 걸쳐 복용해도 좋으며, 몸을 가볍게 하고 기운을 보강하며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원하는 사람이 먹는 약재입니다. 이후 명나라 때 출간된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황기를 ‘黃耆’라고 적었는데, ‘황(黃)’은 황기의 누런색을, ‘기(耆)’는 어른 또는 스승을 뜻하므로 황기를 ‘보약(補藥)의 우두머리’라고 표현한 셈입니다. 이렇듯 황기는 예로부터 인삼과 더불어 기를 북돋우고 건강을 회복하는 약으로 즐겨 사용해 왔습니다.
약대에서 활용하는 약용 식물학 책에서 황기의 기원과 산지, 유효 성분, 약리 작용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맛은 달고(甘) 약성이 따뜻하며(溫) 氣(기)를 도와 陽(양)을 보조하는 약물로, 陽虛證(양허증)의 사람에서 表(표)가 虛(허)해서 自汗(자한)하는 사람, 氣血(기혈)이 부족하고 心身(심신)이 피로한 사람, 脾胃(비위) 허약으로 식욕 부진을 겪거나 泄瀉(설사)하는 사람, 水腫(수종), 中風(중풍)으로 수족이 부자유한 사람, 崩漏脫肛(붕루탈항) 등에 광범위하게 약효가 있어 止汗(지한), 利尿(이뇨), 强壯藥(강장약), 肌表(기표)의 水毒(수독)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하였습니다.
황기는 예로부터 면역력을 높이고
허약 상태를 개선하는 데 활용된
약재입니다.
황기는 단맛과 따뜻한 성질을 지니며 강장 효과(强壯效果·몸을 건강하게 하고 혈기를 왕성하게 하는 효능)를 보이는데, 황기의 뿌리가 곧게 뻗어 나가 1m에 이르고, 여러 해를 살면서 땅의 기운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황기(黃芪)의 기(芪, 단너삼 기)는 ‘바닥(底)’, 즉 원기(元氣)를 보한다는 의미라 하니, 이름에서도 허약한 몸을 보강하는 효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황기는 폐와 비장에 작용합니다. 한의학적으로 폐는 기(氣)를 주관하는 장기로, 황기가 폐에 작용하는 것은 기력을 강화하는 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이고, 면역력이 강화되고 기력이 보충되면 더불어 소화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비장에 작용하는 약초로도 분류되었습니다. 여름철 보양식인 삼계탕에 황기를 넣는 것도 허약한 몸을 보하면서 땀을 덜 흘리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기운이 없으며 입맛이 떨어지는 사람, 숨이 잘 차는 사람, 종종 식은땀도 흘리며 땀을 흘리면 잘 어지럽고 기운이 빠지는 사람, 즉 땀을 흘리는 이유가 원기(元氣)가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에는 황기를 차처럼 달여서 끓여 마시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황기 섭취가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생약학, 약품분석학 등의 발전과 함께
황기의 유효 성분과 약리 작용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1983년 일본의 기타카와 등의 연구로부터 시작되어 우리나라, 중국 등에서도 황기의 생리 활성 성분 분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사포닌(saponins),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페닐프로파노이드(phenylpropanoids), 알칼로이드(alkaloids) 등 400개 이상의 성분이 분리 및 확인되었습니다.
2024년 3월, 대한약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Archives of Pharmacal Research』(Vol.47 No.3 p.165-218)에 중국 연구자들의 황기에 관한 흥미로운 리뷰 논문이 보고되어 소개합니다. 산시 중의학 대학의 리우 야샤오 등이 연구한 ‘Astragali Radix: comprehensive review of its botany, phytochemistry, pharmacology and clinical application(황기: 식물학, 식물화학, 약리학 및 임상 적용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에 따르면, 현재까지 117개의 사포닌, 160개 플라보노이드, 페닐프로파노이드, 26개 알칼로이드, 페놀 19종, 스테로이드 10종, 18개 테르페노이드 및 기타 31개 구성 요소 총 404개의 성분이 분리되었고, 중국에서 황기에 대한 약리학적 연구는 항종양, 항염증, 항동맥경화증, 항심부전, 항고혈압, 면역 조절, 노화 방지, 간 보호, 신장 보호, 당뇨병 치료 등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황기의 화학적 조성은 생산 지역, 재배 방법, 지리, 계절 등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다당류 등 다양한 활성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작용 및 상호작용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보다 정확한 활성 성분을 찾기 위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 하였습니다.
MSD 매뉴얼의 최신 개정(2024년 3월) 검토 자료에서도 황기에 대한 약리학적 연구 대부분이 연구 규모가 작고 근거 기반이 약해 황기의 혜택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고차원의 연구들이 필요함을 꼬집고 있으나,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 세기에 걸쳐 황기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함께 소개하였습니다.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추고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약용 식물 황기를 이용한
기능성 식품 개발 및 천연물신약 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는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2천 년 이상 인류의 건강을 책임져 온 ‘보약(補藥)의 우두머리’ 황기(Astragali Radix)는 현대에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사용되는 약재 중 하나입니다. 일례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정 건강 기능 식품 기능성 원료 중 2014년도 신규 기능성으로 황기추출물등복합물(HT042)이 ‘12. 어린이 성장발육’ -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기능성과 안전성을 개별 인정받아 어린이 키 성장 영양제와 음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일일 섭취량은 황기추출물등복합물(HT042)로서 1.5g이고, 섭취 시 주의 사항으로 ‘① 임산부 및 수유 여성은 섭취에 주의 ② 특정 원료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질병 치료나 약물 투여 중인 분들은 전문가와 상의 후 섭취 ③ 장기간 섭취 시 전문가와 상의’가 고시되어 있습니다.
인류와 2천여 년을 함께해 온 약용 식물. 400여 개의 성분이 확인됐으며 현재에도 광범위한 약리학적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너무나 친숙한 약재. 황기의 앞으로의 임상적 활용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