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talks 2

간암·담도암·췌장암
면역항암치료로 희망을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간암과 담도암, 췌장암은 발견과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면역 항암제가 표준 항암 치료로 적용되면서 치료 성적과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다. 간담췌암 분야 권위자로 생존율을 높이고 암의 완치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를 이어 가고 있는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에게 간담췌암의 희망을 들어 보았다.

편집실 사진 송인호 영상 홍경택

암 사망률이 감소하는 데 비해 간담췌암 사망률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발표된 암 환자 생존율 향상은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주로 치료하는 췌장암·담도암·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향상되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거에 비해 치료 약제가 좋아지면서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있지만, 췌장암·담도암은 장기 생존율이 아직 많이 낮은 편입니다.

교수님은 간담췌암 분야 권위자로 항암 연구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그간의 성과 중 최근 주목받은 연구에 대해 알려 주세요.

간암·담도암·췌장암 중 최근 생존율 향상이 가장 두드러진 암종은 간암입니다. 이유는 간암에서 면역 항암 치료가 더 좋은 효과를 보였고, 또 면역 항암 치료에 표적 치료를 더한다든지, 면역 항암 치료와 또 다른 면역 항암 치료를 더한 병행 면역 항암 치료가 새로운 표준 치료가 됐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4기 암 환자도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면역 항암 치료가 새로운 치료 약제로 간암 치료에 도입됐던 당시 우리 병원에서 빠르게 적용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면역 항암 치료로 많은 환자를 치료했고, 덕분에 400~500명의 환자분들이 면역 항암 치료를 받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데이터로 남게 되면서 각국의 연구자와 기관에서 공동 연구를 많이 제안해 왔고, 함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면역 항암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고 없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 연구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습니다.

담도암은 기존 1세대 항암제인 세포 독성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 병합 치료가 새로운 표준 치료로 정립되어 치료 성적이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더 의미 있는 부분은, 췌장암과 담도암 환자는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병원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도 선항암 후 수술을 시행해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다양한 항암제가 개발, 적용되고 있는데요. 암종별 표준 항암 치료법은 무엇이고 또 최근 치료 성적이 좋은 항암제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간암·담도암·췌장암은 경우가 조금씩 다른데요. 간암은 면역 항암 치료의 병합 치료가 새로운 표준 1차 항암 치료가 되면서 치료 성적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담도암은 최근 10년 동안 1세대 항암제인 세포 독성 항암제를 사용했는데, 최근에 여기에 면역항암제를 더한 치료법이 새로운 표준 치료가 되면서 장기 생존에 이르는 환자분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췌장암은 면역 항암제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암이다 보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다행히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를 나노 기술을 통해 개량한 물질들이 개발되면서 치료 성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면역 항암제의 원리와 치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기존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 1·2세대 항암 치료는 모두 암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인 데 반해 면역 항암제는 암이 아닌 우리 몸의 면역계가 타깃입니다. 즉 면역 항암 치료는 잠들어 있는 면역계를 깨워서 다시 암을 제거하는 기전으로 작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은 것이 큰 장점입니다. 면역 항암 치료는 고령의 암 환자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고, 또 보편적인 기전을 이용하다 보니 하나의 암종에서만 효과를 발휘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암종에서 약제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내성 또한 적어 4기암 환자에서 효과가 나타나면 3~5년, 나아가 완치에 가까운 효과가 나타나는 케이스가 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환자 중에서 기억에 크게 남은 케이스를 소개해 주세요.

제가 치료한 면역 항암 치료 환자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분은 91세의 남성 간암 환자입니다. 4기에 접어들어 오른쪽 간을 거의 다 차지할 정도로 암이 심했고 복장뼈와 어깨뼈까지 뼈 전이도 있었습니다. 과거 90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항암 치료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면역 항암 치료가 표준 치료가 되면서 환자분에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부작용 없이 2년 동안의 치료를 무사히 잘 마쳤고, 마지막에는 암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종료했습니다. 지금은 3~4개월에 한 번씩 추적 관찰만 하고 있는데 재발 없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이 환자분의 사례를 통해 암치료에도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항암 치료에 있어서 교수님께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항암 치료는 수술과는 달리 장기전입니다. 4기 암의 경우 항암 치료를 시작할 때 기간을 미리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항암은 지속 가능한 치료가 중요한데요. 무리하게 항암을 시도하다가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면 오히려 예후가 더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최대한 편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노력합니다.

또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섭취입니다. 환자와 보호자분께서 항암 치료동안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에 대해 많이 질문하시는데 저는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항암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간이 안되어 있는 맛 없는 음식을 드시려고 하다가 식사를 잘 못하시는 것 보다는 라면이나 아이스크림이라도 드시는 게 낫다고 말씀드립니다.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환자분들이 ‘웰빙’할 수 있을 때, 예후가 가장 좋습니다. 통증이 있으면 약을 드셔야 합니다. 그래야 웰빙이 되고, 식사도 하고 가벼운 운동도 할 수 있고, 삶에 대한 의욕도 더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암 예방을 위한 방법도 알려 주세요.

암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면 교과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하면서 술, 담배는 절대 하지 말고, 나쁜 음식을 되도록 피하시라는 거죠. 그러나 이렇게 말씀드리는 저조차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한 지키기가 참 어렵습니다. 나쁜 것들은 최대한 피해야겠지만, 자연스럽게 생활하시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지나치게 절제된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술·담배는 최대한 피하시길 꼭 당부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음주에 무척 관대한 편이나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적은 양의 음주도 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암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발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제가 수련의일 때만 하더라도 위암과 대장암 환자분들이 늦게 발견되어 완치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많고, 70~80% 환자가 완치에 이르고 있습니다. 건강검진을 열심히 해서 되도록 암을 초기에 발견하고 완치 확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의 루틴

꾸준한 신체 활동

건강을 위해서 아무리 바빠도 운동은 꼭 하려고 합니다. 운동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5년째 꾸준히 PT를 받고 있습니다. 또, 하루에 1만 보 이상은 꼭 걸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곳은 가급적 걸어서 이동하고, 하루 걸음 수를 채우지 못했을 때는 퇴근 후 집 주변을 산책합니다. 담배는 원래 안 피웠고, 최근 회식을 줄이면서 음주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