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근골격계에도 치명적인
의자병

박진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좌식 생활이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강조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자 중독이 하나의 질환이라는 의미에서 ‘의자병(Sitting Disease)’이라고 명명했다. 그만큼 오랜 좌식 생활이 우리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근골격계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오래 앉으면 죽는다 (Sitting too much kills)

2016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이 발표한 연구 논문은 위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현대인의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등은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생활 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내용이다. 오래 앉아 있는 생활 방식은 생활 습관병에도 치명적이지만 근골격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추간판(디스크, disc) 탈출증, 협착증, 거북목 증후군을 유발하는 등 척추 건강에 좋지 않다.

우리 몸에서 관절이 가장 많은 부위가 바로 척추다. 척추 한 마디마다 요추 및 경추는 세 개씩, 흉추는 다섯 개씩 관절을 가지는데, 이 관절은 체중이 부하될 때 근육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장기적으로 자세가 좋지 않으면 지렛대, 즉 관절에 가해지는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척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거북목 증후군

디지털 기기 사용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거북목 증후군은 익숙한 질환이다. 영어로 ‘테크 넥(Tech neck)’으로 부를 만큼 디지털 기기 사용과 많은 관련이 있다. 정상적인 목뼈는 C자형의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데, 모니터나 휴대폰 등의 화면을 더 가까이 보려고 목을 길게 빼면서 이 곡선이 사라져 거북 목처럼 변형되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역C자형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올바른 자세에서 머리의 무게는 5kg 정도인데 15도 고개를 숙인 자세에서는 머리의 하중이 12kg으로 증가한다. 고개를 숙인 각도가 30도, 45도, 60도로 증가하면 머리의 하중도 18kg, 22kg, 27kg으로 증가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는 대개 고개가 37도에서 47도 정도로 숙여지며 평상시의 3~4배 정도의 하중이 목을 지지하는 근육, 인대, 관절에 부하된다. 이로 인해 목 뒤쪽 근육 및 앞쪽 가슴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해 근육 피로, 연축,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목 뒤쪽 인대가 약화되어 불안정해지면서 목 디스크 및 후관절의 미세 손상과 통증이 생긴다. 가장 흔한 증상은 목 주변과 어깻죽지의 통증이다. 허리나 팔에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눈이 뻑뻑하거나 건조한 느낌, 두통도 생길 수 있다. 또 피로감, 압박감, 불안 등 심리적 이상과 드물지만 불면증이 동반될 수도 있다.

거북목 증후군은 꾸준한 치료와 더불어 자세 교정이 중요하다. 당겨진 목 근육과 그로 인해 발생한 라운드 숄더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을 통한 등 근육, 어깨 후반부, 그리고 특히 견갑골 주변 근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곡선이 사라진 목은 근육들이 당겨지고 뭉칠 뿐 아니라, 형태 자체가 달라진 탓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지므로 운동 재활 치료로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 기기나 책 등을 오래 볼 때는 눈높이보다 위에 두고, 주기적인 스트레칭이나 근력 강화 운동 등으로 자세를 바로잡도록 한다. 단,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동작을 크게 하거나 무리하게 운동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요추·경추 협착증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 줄기가 지나가는 척추 중앙의 척추강 또는 신경 가지가 지나가는 추간공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며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등의 신경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장시간 잘못된 자세 유지, 운동 부족, 나이가 들며 척추의 구조가 변형되고 척추관이 좁아지는 퇴행성 변화와 척추에 가해진 손상이나 종양으로 인한 압박, 신경관이 좁게 태어난 선천적 요인 등이 있다.

척추관 협착증은 요추부에 주로 많이 발생하는데, 요추 척추관 협착증(요추관 협착증)이 정확한 표현이다. 협착증이 경추 부위에 발생하면 경추 척추관 협착증(경추관 협착증)이라고 한다. 요추관 협착증의 주요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허리에서 시작해 엉덩이, 허벅지, 다리로 퍼지는 통증이 나타나며 타는 듯하거나 쥐어짜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또 걷거나 서 있을 때 엉덩이와 다리에 통증, 저림, 시린 증상이 나타나며, 허리를 굽히거나 앉으면 완화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거나 무거운 느낌이 들며, 오래 걷거나 서 있기 어려워지게 된다. 이런 증상은 주로 나이가 들면서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발생하며, 초기에는 간과 되기 쉽다. 특히 보행에 제한이 생겨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들게 되면 다리가 가늘어지는데,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폐 기능도 저하된다. 실제로 증상이 있으나 수술을 미뤄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잘되어도 숨이 차서 걷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수술적 치료는 마지막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근력과 심폐 기능이 남아 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경추관 협착증은 목 부위의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며 주로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나 반복적인 사용으로 발생한다. 증상은 목이 뻣뻣함, 통증, 두통 등으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목을 앞으로 굽히면 통증이 완화되고 뒤로 젖히면 악화된다. 목에서 어깨와 팔까지 퍼지는 방사통과 저림이 발생하며 손과 팔의 감각이 둔해지고 근력이 떨어질 수 있다. 증상과 함께 팔이나 손의 근력 약화, 감각 저하를 확인하고, 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다.

경추관 협착증으로 인해 척수의 압박이 있는 경우, 다음 세 가지 증상이 있는지 자가 진단을 해보길 권한다. 첫째, 걸을 때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술 드셨냐고 물어본다. 둘째, 걸어 다니다가 다리를 보았을 때 내 다리 같지 않은 기분이 둔다. 셋째, 의식은 있는데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넘어진 적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적 치료가 급한 경우도 있다.

추간판 탈출증

‘디스크’라고 하는 추간판 탈출증은 내부에 있는 수핵이 추간판의 섬유륜을 뚫고 탈출해 척추신경을 압박하고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사람의 척추는 경추, 흉추, 요추, 천추 등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흉추는 갈비뼈가 둘러싸고 있어 움직임이 적고, 천추는 추간판이 없이 하나로 붙어 있기 때문에 추간판 탈출증은 비교적 움직임이 많은 경추와 요추에서 주로 발생한다.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요추에서 가장 흔하고, 경추가 그 다음이며, 흉추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디스크 또는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하면 보통 요추 추간판 탈출증을 의미한다. 제4번과 제5번 요추사이, 제5번 요추와 제1번 천추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며, 제5번과 제6번 경추 사이에서도 많이발생한다.

각각의 척추 신경은 고유한 영역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기 때문에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통증의 위치와 양상에 차이가 있다. 탈출된 추간판이 다섯 번째 요추 신경을 압박하면 종아리 바깥쪽이나 발등, 발바닥 등에 통증이나 저린 감각을 느끼고, 여섯 번째 경추신경을 압박하면 팔 바깥쪽과 엄지손가락의 통증이나 저린 감각을 느끼게 된다.

추간판 탈출증의 노화가 주된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추간판의 수분 함량이 감소하여 탄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쁜 자세나 사고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이 디스크를 밀어낼 수도 있고 체중 과다나 장기간 구부정한 자세로 인해 척추에 무리가 가해져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장시간 앉아서 머리와 목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 눈을 찡그리며 목을 빼고 앞으로 보는 습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행위, 높은 베개 사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계속 신으면 팔 바깥쪽과 엄지손가락의 통증이나 저린 감각을 느끼기도 한다.

추간판 탈출증은 정도에 따라 치료가 무척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추간판 탈출증 환자 중에서 수술 등의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약 5% 이하이고, 대부분은 보존적 치료에 잘 반응한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후유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니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척추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

바른 자세 유지

앉을 때는 등받이에 등을 밀착시키고 척추를 펴세요. 서 있을 때는 발바닥 전체에 체중을 고르게 분산하고, 머리가 앞으로 돌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규칙적인 운동

걷기 운동을 통해 척추의 S자 굴곡을 유지하세요. 코어 근육 강화를 위해 플랭크, 사이드 플랭크, 브릿지 등의 운동을 하세요.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줄이기

장시간 사용 시 목과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사용 시간을 제한하세요. 사용할 때는 고개를 바로 세워 이용하세요.

수시로 스트레칭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지 말고 주기적으로 스트레칭을 해 주세요.

올바른 수면 자세

옆으로 누울 때는 무릎 사이에 베개를 끼워 골반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세요. 바로 누울 때는 무릎 아래에 베개를 받쳐 주세요.

무거운 물건 들 때 주의

허리를 굽히지 말고 무릎을 굽혀 다리 근육을 이용하세요.

체중 관리

과도한 체중은 척추에 부담을 주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세요.

금연

흡연은 척추뼈의 칼슘을 감소시키고 디스크 변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금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