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과 적정 체중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비만 환자가 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좀 더 편하게 살기를 원하면서 신체 활동은 줄고 영양은 과잉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비만은 자체로도 질병으로 분류되지만 나이가 들면서 모든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 예방을 위해 적정 체중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에게 비만의 위험성과 적정 체중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송인호 영상 홍경택
적정 체중이란 건강한 상태의 체중을 말한다고 들었는데요. 기준은 무엇인가요?
비만 여부는 체지방이 얼마나 과도하게 축적돼 있느냐를 따지는 것입니다. 쉽게 평가하는 방법으로 현재 BM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키와 몸무게를 따져서 어느 정도의 비만도에 해당하면 아마도 이만큼의 과도한 체지방이 있을 것이라고 정해서 평가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고령자 중 체중은 얼마 안 나가는데 배가 많이 나와 있고, 그래서 근육이 별로 없고 체지방은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젊은 층에서는 체중만 보면 비만 같지만 사실은 운동선수들처럼 근육량이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비만으로 봐야 하느냐 또는 정상으로 봐야 하느냐에 대한 갈등이 좀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만을 진단하는 데도 약간 변화가 생긴 걸로 알고 있는데요.
최근 경향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오랜 기간 동안 비만의 기준은 BMI, 즉 키와 몸무게를 통해 산정한 숫자로 정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BMI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진단하는데, 한국을 포함한 동양인들은 BMI 25부터 비만으로 진단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남성, 175cm가량에 80kg이 넘으면 비만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기준이 다른 이유는 서양에서는 BMI 30 이상이면 심혈관 질환 발생과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커트라인을 30으로 잡은 것이고, 동양인들은 25가 넘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25 이상을 비만으로 진단하자고 약속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2000년대 초반에 정한 것입니다. 20년 넘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인의 체격이 커지고 근육량도 같이 늘어나 한국인의 비만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심혈관계 질환이나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커트라인을 25에서 27로 조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비만 여부를 BMI로만 판단하기보다 다른 지표들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복부 지방보다 허벅지 근육이 굵은 쪽에 가까운 사람을 좀 더 양호하게 판단하는 등 허리와 엉덩이 둘레의 비율을 고려해서 비만 진단 기준에 넣자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고요. 이처럼 여러 가지 요소를 비만 평가에 넣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비만은 어떤 질병의 원인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비만은 자체로도 질병이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콩팥 기능을 떨어지게 한다거나, 고령이 되었을 때 인지 기능 저하,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비만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질병은 무엇인가요?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질병은 당뇨병입니다. 우리나라의 당뇨병 환자 수가 20년 전과 비교해서 굉장히 큰 폭으로 증가했고, 지금도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비만 인구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슐린 분비 능력을 떨어뜨리는 체지방이 증가하면서 인슐린의 작동이 방해를 받고, 그로 인해서 혈당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당뇨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입니다.
‘비만하면 당뇨병이 생긴다’라고 단순하게 얘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사증후군으로 풀어서 말씀드릴게요. 대사증후군은 체지방 또는 체중의 증가에서 시작되어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사실은 질병으로 가기 직전 단계죠. 대사증후군은 비만과 관련이 있고 실제로 대사증후군이 있다면 빠른 속도로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비만을 예방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은 잘 알지만 실천이 참 어렵습니다.
교수님만의 비법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지금보다 체중을 줄이고 싶으면 현재보다 덜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바입니다. 우선 자신의 현 상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므로 저는 종이를 한 장 드리고 다음 진료 전 마지막 3일 동안 뭘 먹었는지를 다 적어 오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상당수가 굉장히 놀란 상태로 옵니다. 본인이 이렇게 많이 먹는 줄 몰랐다는 거죠. 체중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다거나 과당이 많이 첨가된 단것과 음주를 즐기는 등의 나쁜 식습관도 발견하게 되고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만 살찌는 음식을 즐겨 먹어도 살이 찝니다.
최근 비만 치료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기존의 비만 치료 약제들이 평균적으로 처음 체중과 비교했을 때 약 10% 정도의 체중 감소 효과가 있었다면 최근에 나온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제는 약 15%까지 체중 감소율을 더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됩니다. 효과는 당뇨병이 있는 비만인보다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인에서 더 좋습니다. 살이 좀 쪘는데 지금보다 10~15% 정도 체중을 보다 쉽게 감량하고 싶다면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고 복용할 때 주의해야 될 점을 알려 주세요.
현재 시장에 나온 비만 치료제들은 어느 정도의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한다고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특정 종류의 약제는 녹내장이 있다거나 심한 정신과적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 해당 질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약은 효과와 안전성 두 가지를 다 따져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선택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비만 치료제도 본인이 그런 위험성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 처방받고 복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만이 아닌 사람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해도 괜찮나요?
BMI가 27이 넘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이 있어서 수치를 아래로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학적인 진단이 있을 때 약을 사용하라고 권합니다. 단순히 수치로 얼마 이상은 약을 써야 한다기보다 체중을 감량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질환에 노출되고 위험도가 높아질 것 같은 사람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의 루틴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
운동을 많이 할수록 좋지만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좀 어렵다면 신체 활동량이 줄지 않도록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이 식사인 만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양질의 지방이나 단백질로 섭취하고자 노력합니다. 또 액상 과당이 포함된 음료와 음주를 자제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