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양제
똑똑하게 구입하기
‘인터넷만 열면 뭔가를 사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에 좋은 영양제라고 광고하는 영상을 보다 나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입 가능한 영양제, 어떤 점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을까요?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최근 직장 동료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약사인 지인이 할머니께 영양제를 드리고 싶어 어디가 불편하신지 여쭤보았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어떤 성분을 챙겨 드릴까 고민하는 와중에 할머니가 ‘○○○가 광고하는 걸로 가져와라!’고 하셨답니다. 약사 손녀보다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이 추천하는 게 더 좋으셨나 보다, 우리도 부모님 말씀보다는 좋아하는 가수 말을 더 열심히 들었던 것 같다며 웃었죠.
건강 기능 식품 vs 일반 의약품
자유롭게 구입 가능한 ‘영양제’에는 건강 기능 식품과 일반 의약품이 있습니다. 둘 다 아닌 것은 일반 식품입니다. 우선 건강 기능 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인증을 받은 것으로,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 또는 가공한 식품’을 말합니다. 식약처에서는 과학적인 근거로 인체에 유용한 기능이 있는지 평가합니다. 특정 재료가 어디에 좋다 하더라도 인증을 안 받았다면 일반 식품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식품으로 분류되는 비타민 음료와 건강 기능 식품으로 분류되는 비타민에 똑같이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약처에서 비타민 C 자체는 건강 유지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비타민 음료에 비타민 C가 건강에 도움이 될 만큼 포함됐다고 식약처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일반 식품으로 분류된 것입니다. 반면 건강 기능 식품으로 분류된 비타민은 비타민 함유량과 효과 등에 대해 식약처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죠.
건강 기능 식품도 어디까지나 식품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용한 성분을 이용해 건강 증진을 도울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와 달리 일반 의약품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효과를 인정받았습니다. 겉보기엔 둘 다 알약 형태라 구분하기 힘들 때도 많은데 뭐가 다른 걸까요?
약 10년 전 어느 회사에서 비타민 C 1,000mg을 일반 의약품과 건강 기능 식품, 두 형태로 생산하다가 건강 기능 식품만 계속 생산하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건강 기능 식품과 일반 의약품은 원료와 제품의 품질 관리 기준 및 규격, 시설, 규정, 절차의 차이가 크며, 의약품에 적용하는 기준이 훨씬 엄격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건강 기능 식품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완성된 제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 포장지에 표시된 양의 80~120% 범위 안이면 되지만,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99~101%를 만족해야 합니다. 의약품으로 허가받기가 훨씬 어렵겠죠. 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각종 기준이 의약품에 더 까다롭게 적용됩니다.
의약 전문가가 광고에 등장하는지 체크
의약품과 건강 기능 식품은 광고에서도 차이가 크게 나는데요. 그중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의약 전문가의 등장 여부입니다. 의약품은 의약 전문가 추천은 물론, 의약 전문가 추천으로 오인될 수 있는 문구도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반면 건강 기능 식품은 의약 전문가가 연구 개발자 및 성분 배합자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제품과 건강 정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 가능하나, 건강 기능 식품은 약국뿐 아니라 마트,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등 어디에서나 판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성분을 활용한다면 일반 의약품보다는 허가부터 광고, 판매까지 제약이 덜한 건강 기능 식품을 만드는 편이 더 수월하겠죠.
최근 한 공영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체적으로 건강 기능 식품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건강 기능 식품 생산 공장에 연락하고, 영양제의 성분 설명은 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기존 제품의 설명서를 그대로 복사하고, 보도 자료를 작성해 각종 언론사에 광고 기사를 띄웠습니다. 생산 공장에서는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고 이름을 올릴 의약 전문가 목록도 이미 가지고 있었죠. 의약 전문가가 제품 개발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소비자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영양제가 이런 방법으로 생산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의약 전문가가 광고에 나왔거나 개발에 참여했다거나 사람들이 많이 샀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물론 많이 팔리는 제품이 원료의 질이나 함량 대비 저렴한 경우도 있으나, 무작정 유명한 사람이 나오거나 이름을 들어 봤거나 싸다고 구매하기에 앞서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종합정보 서비스’에서 확인
일반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반면, 일반 식품과 건강 기능 식품은 인터넷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제품 유형에 ‘건강기능식품’이라고 적혀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또 건강 기능 식품 포장지에는 중앙에 ‘건강 기능 식품’이라고 적힌 동그란 마크가 찍혀 있고, 효과는 ‘○○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또는 ‘○○에 도움을 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일반식품 중 ‘기능성 표시 식품’와 헷갈릴 수 있는데, 건강 기능 식품 마크가 없으며 ‘○○ 기능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이 들어 있음’이라고 적혀 있으니 건강 기능 식품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건강 기능 식품인지 확인한 후에는 각자에게 필요한 성분과 함량이 맞게 들어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 됩니다. 식약처에서 ‘건강기능식품 종합정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웹 사이트에는 신체 부위나 증상별로 효과가 있는 성분과 제품이 정리돼 있어 나라에서 내 상황에 무슨 성분이 알맞다고 인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건강 기능 식품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시행된 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은 한 번 이상 건강 기능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건강관리에 몰입하는 ‘헬스 디깅(Health Digging)’ 현상이 젊은 소비자 사이에 퍼지면서 건강 기능 식품의 소비층이 50대 이상에서 점점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사업성이 뛰어나 관련 업체와 제품이 수없이 생기는 만큼 소비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