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고령화와
밀접한 질환
심부전과 심방세동
글 박형욱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순환기내과 교수
최근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러 질환의 유병률과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 발생 빈도와 사망률은 계속해서 증가해 암에 이어 우리나라 주요 사망 원인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심혈관 질환이 장기간 지속되면 종국에는 심장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심부전은 호흡 곤란, 운동 능력 저하, 전신 부종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심장이 매우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심방세동은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지속성 부정맥이며 뇌졸중과 심부전의 중요한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심부전은 심방세동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며 서로 작용하여 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
심방세동은 선진국에서는 전체 인구 1.5~2%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고, 60세 이후부터 크게 증가하여 80세 이상에서는 10% 정도에 이른다. 심방세동은 초기에는 발작성 형태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발 빈도,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지속성으로 변화되는 경우가 많다. 심장에 심한 전기적, 구조적 변형이 오면 동율동으로 변환이 되지 않는 영속성 심방세동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영속성 심방세동이 되면 심부전동반 위험도는 크게 증가한다. 두 질환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 꾸준히 증가
2022년 대한심부전학회가 발행한 심부전 팩트시트에 따르면 유병률 2.58%,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 609명,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 10.4명, 입원 환자 수 74명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최근 10년간 심부전 발생률,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은 치료제가 도입되어 개선되는 추세이지만, 입원 환자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망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심부전환자의 생존율은 외래 통원 치료가 가능한 환자의 경우 1년 91%, 5년 79%, 10년 66%인 반면, 한 번이라도 입원이 필요했던 환자의 경우 1년 84%, 5년 66%, 10년 48%로서 입원을 요할 정도의 심한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이 훨씬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부전과 연관된 동반 질환으로는 고혈압 78.7%, 당뇨병 58.8%, 허혈성 심질환 50.6%, 심방세동 20.3%이다. 그 외에도 뇌혈관 질환, 악성 종양, 만성 신장 질환 등이 높은 빈도의 동반 질환으로 나타난다.
10년간 2배 증가한 심방세동
2024년 대한부정맥학회가 발행한 심방세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심방세동은 2013년 1.1%이었으나 2022년 2.2%로 10년간 2배 증가하였다.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2013년 7.4%이었으나 2022년에 12.9%로 증가하여 매우 빠르게 상승함을 볼 수 있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2013년 184명에서 2022년 275명으로 증가하였고 남녀 모두 1.5배 증가하였다. 심방세동과 연관된 동반 질환은 고혈압 80.5%, 당뇨병 31.5%, 심부전 27.6%, 뇌졸중 20.9%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심방세동 환자의 사망률, 심부전 입원, 심근경색 발생 등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치매 발생률은 변동이 없으며 허혈성 뇌졸중, 주요 출혈 등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심방세동이 없는 인구와 비교해 보면 전체 사망률은 1.8배, 허혈성 뇌졸중 2.4배, 주요 출혈 2.1배, 심근경색 1.4배, 심부전 입원율은 2.4배 더 높다.


위험인자 및 두 질환의 상호 작용
심부전과 심방세동 발병 위험 인자는 매우 유사하며 나이, 구조적 심질환 비만,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당뇨, 고혈압 등이 그것이다. 심방세동은 심방 수축 감소로 박출량이 감소하고, 심박수 증가, 이완기 충만 시간 감소 역시 박출량 감소를 초래한다. 불규칙한 맥박은 심박수를 25%가량 감소한다. 또 심방세동에서 빠르고 불규칙한 심장 박동은 빠른맥 연관 심근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심부전은 심방 충만압을 상승시키고 심방을 확장한다. 이에 따라 심방에 반흔, 섬유화, 전기적재형성을 일으켜 심방세동이 발생하거나 지속될 환경을 조장한다. 또한 심방 확장은 심방에서 촉발성 활동을 증가시켜 조기 박동, 빠른맥이 더 잘 생길 수 있다.
심방세동의 발생 원인은 선천적, 후천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인 경우는 선천성 심장병, 각종 이온 채널의 구조적·기능적 이상, 심장내 전도로 이상 등에 의한 경우다. 후천적인 경우로는 심장이 자극되거나 흥분되는 상황과 음주, 카페인 섭취, 스트레스, 불면, 과로 등이 있다. 약제가 부정맥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심장 관련 약제를 복용하는 중에 어지럼증이나 느린맥이 나타난다면 심방세동 원인으로 의심해봐야 한다. 심장 이외의 다른 장기 질병으로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갑상선 기능 항진증, 염증이나 감염, 수술 후 등이 해당한다.
심방세동 상태에서는 심방 수축 소실, 불규칙한 심장 박동으로 인하여 좌심실 이완기 시간이 불충분해지며, 심방-심실 부조화 등이 발생한다. 심방 수축이 소실되면 심박출량은 20%가량 감소한다. 좌심실 이완기 시간 단축으로 전부하도 15% 정도 감소한다.

심방세동과 심부전의 치료
심방세동과 심부전은 현재까지 알려진 진료 지침을 준수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 전기적 치료(전기 충격 및 도자 절제술, 심장 재동기화 치료)를 병행한다. 심부전과 심방세동은 증상이 매우 유사하므로 심방세동이 기여하는 정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약물, 전기 충격 등을 하여 동율동 전환을 시도해 보고 증상 개선 여부에 따라 심방세동에 대한 적극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방세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성이 강해지고 동율동 전환 후에도 재발률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나이, 동반 질환의 중증도, 신장 기능, 좌심방 크기, 심방세동 유병 기간, 증상의 경중, 심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환자와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한 치료 방향 결정이 필요하다. 최근의 여러 연구에서 심부전 환자에서 도자 절제술이 삶의 질과 심기능 개선,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