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은 움직이는 ‘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형외과, 수부외과
박종웅 교수
손은 인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섬세한 운동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사람 뼈의 총 개수는 206개, 이 중 손은 각각 27개로 양손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만 무려 54개다. ‘손바닥만 한’ 기관에 우리 몸 전체 뼈의 25%가 들어 있는 셈. 대한수부외과학회의 회장을 역임한 박종웅 교수에게 평생 사용해야 할 우리 손의 건강을 지키는 예방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송인호
인체에서 손이 담당하는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알려 주세요.
인류는 직립 보행을 하고 손을 사용하면서 다른 동물들보다 우세하게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뇌는 유인원보다 네 배 정도 용량이 큰데, 이처럼 두드러지게 차이가 생긴 이유는 사람이 손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손의 10개 손가락 중에서도 엄지 손가락은 전체 손 기능의 40% 이상을 담당하고있기에 그 독특한 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지 손가락은 관절이나 근육 구조상 손바닥에서 90도 이상 회전하고 다른 손가락과의 대립 운동(opposition)이 가능해 정밀 동작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인간은 뇌가 발달하면서 놀라운 생존력과 작업 능력을 확보하게 된 거죠.
손은 우리 몸에서 굉장히 작은 부분이지만, 밀도 내 뼈의 개수가 제일 많은 부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많은 외재근과 내재근이 서로 조화로운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정밀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손의 움직임은 뇌의 지배를 받는 것 같지만,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뇌도 퇴화할 수 있습니다. 손을 쓰는 게 뇌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릴 때는 뇌가 발달하면서 손을 사용하게 되지만, 나이가 들면 손을 씀으로써 뇌의 퇴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 글씨 쓰기, 악기 연주, 목공 등 나이가 들수록 손을 많이 쓰는 취미를 가지실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손에 많이 발생하는 질병은 무엇인지,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표적인 외상으로 골다공증성 손목 골절을 들 수 있습니다. 60세가 되면 대부분 골다공증이 생기게 되는데요. 특히 여성의 경우, 겨울철 빙판길에 미끄러져 땅을 짚다가 손목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다공증성 손목 골절이 생기면 뼈가 조각조각 심하게 분쇄되어 수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겨울철 보행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외상은 전동 스쿠터 사고로 인한 손목 골절입니다. 이동 속도가 빠르다 보니 방어할 여유도 없이 넘어져 손목 골절 분쇄가 굉장히 심한 상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동 스쿠터를 타지 말라는 잔소리를 자주 하곤 합니다.
이 밖에도 가장 흔한 질환으로 각종 건염(힘줄의 염증), 건초염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손가락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질환인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을 구부릴 때 필요한 힘줄에 결절이 생겨서 힘줄이 움직일 때 두꺼워진 활차에 걸리는 것으로 과도한 손 사용이 원인입니다. 또한 손이나 손목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면서 생기는 드퀘르벵 건염도 있는데, 엄지손가락 바깥부터 손목까지 이어지는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며 주로 30~50대 여성에게서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삼각 섬유 연골 복합체 인대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X-ray상 뼈에 이상이 없으니 가벼운 염좌 정도로 여기고 방치하다가 손목을 돌리거나 젖힐 때 엄청난 통증을 느껴 내원하셨다가 MRI 촬영으로 삼각 섬유 연골 복합체 파열 진단을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인대를 다시 봉합하는 수술이 발달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해부학적 구조도 잘 알려지고 수술 방법도 발달되어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정형외과 수술을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갱년기 여성에서 손 저림 증상으로 나타나는 손목 터널 증후군의 진단과 치료 방법이 궁금합니다.
손에 생기는 질환은 대부분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과사용 증후군을 원인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손목 터널 증후군은 완경기 호르몬 변화로 인해 40대 후반~50대 초반 여성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손목 주위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며, 이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일종의 터널이 있습니다. 이곳으로 아홉 개의 힘줄과 하나의 정중신경이 들어가는데, 호르몬 변화의 영향으로 손목터널의 횡수근 인대가 두꺼워 지면 터널이 좁아지면서 그 안의 정중신경이 압박되면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정중신경의 지배를 받는 엄지, 인지, 중지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엄지를 움직이는 무지구의 근육이 마르게 됩니다. 타이핑이나 단추를 끼우기 어렵기도 하고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손이 저려서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손목 터널 증후군은 소염 진통제와 같은 약물 치료나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보조기나 부목을 이용한 고정 치료 등으로 초기에 치료를 잘하고, 정중 신경을 압박하는 횡수근 인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하면 대부분 증상이 나아지고 완치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혈액 순환 장애 등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생각하거나 유사 증상으로 인해 치료 시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 진단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특히 당뇨병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이나 목 디스크처럼 손목 터널 증후군과 증상이 유사한 경우에는 손목 터널 증후군 수술만으로는 저림 증상이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손목 터널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 주세요.
손 질환은 유전적으로 이른 나이에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어서 생깁니다. 여성에게서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호르몬의 영향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사 노동을 더 많이 하면서 손이 학대받는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인데요. 각 손에는 27개의 뼈가 있고 그만큼 많은 관절이 있으므로 가급적 한 관절에 집중된 힘이 가해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 손 건강을 지키는 예방법의 하나라 생각됩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반복적인 작업을 피하고 국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신경 써주십사 자주 당부드립니다. 예를 들어, 설거지할 때 고무장갑을 끼는 습관을 들여 손가락의 특정 관절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고, 병원 오실 비용으로 식기세척기를 사서 사용하실 것도 권해드립니다. 작은 실천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사람에게 과도한 가사 노동이 집중되지 않도록 가족 구성원 전원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기기의 일상화로 손 관련 질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손 건강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도 소개해 주세요.
어릴 때부터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며 성장한 세대들은 필연적으로 손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방아쇠 수지, 드퀘르벵 건염, 손목 터널 증후군 등의 질환은 휴대폰 같은 디지털 기기의 반복 사용도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손 질환을 예방하려면 특히 엄지손가락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손목 관절과 엄지손가락 중수골이 이어지는 관절의 움직임이 굉장히 크고, 대립 운동에도 제일 많이 관여하기 때문에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과사용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휴대폰을 15~20분 정도 사용하면 잠시 쉬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장시간 휴대폰 게임을 지양하고, 쉴 때는 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부외과 전문의로서 지론을 말씀드리자면, 휴대폰을 쓸 때 가로 모드로 자판을 넓게 시용하거나 장시간 게임을 하면 상대적으로 엄지 손가락의 운동 각도가 커지기 때문에 관절염이 더 쉽개 발생할 수도있습니다. 손가락 대신 AI를 활용해 말로하는 텍스팅도 앞으로는 많은 도움이 될것으로 보입니다.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의 루틴
걷기, 효과적인 손 사용을 위한 취미 활동
걷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입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평정심을 유지하기에 걷기만큼 좋은 운동도 없는 것 같아요. 또, 수술을 해야 하는 수부외과 전문의로서 손의 기능을 유지, 향상하기 위해 손을 사용하는 취미도 여러 개 가져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휴일이면 그림이나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조만간 잠시 중단했던 목공 수업도 들어보려고 합니다. 100세 시대이니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