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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과 함께 증가한
일광 화상,
다시 떠오르는 화상 치료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 경칩을 지나며 봄이 성큼 다가왔다. 다들 봄을 오래오래 만끽하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기후 변화로 봄은 갈수록 짧아지고 태양이 작열하는 긴 여름이 예보되고 있다. 따라서 여름철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는데, 특히 엔데믹 이후 야외 활동과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일광 화상(질병분류기호 L55)이 함께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오존층이 파괴됨에 따라 태양 광선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똑똑한 화상 치료제에 대해 알아보자.

김효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약제팀장

엔데믹 이후 야외 활동 및
해외여행 증가로 햇빛에 의한
화상 환자가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약 43% 증가하였다.

일광 화상(햇빛 화상, Sunburn)은 피부가 자외선(Ultraviolet radiation)에 과도하게 노출될 때 발생하며, 특히 자외선 B(UVB)에 의해 잘 생긴다. 자외선은 크게 긴 파장의 자외선 A(UVA, 315~400nm), 중간 파장 자외선 B(UVB, 280~315nm), 짧은 파장의 자외선 C(UVC, 100~280nm)로 분류된다. 이 중 자외선 C는 오존층에 의해 차단되고, 자외선 B는 10% 미만이 지표에 도달하나 에너지가 강해 자외선 A보다 홍반을 일으키는 능력이 1,000배 더 강하다. 자외선 A는 홍반을 만드는 능력은 적으나, 지표면에 도달하는 양이 자외선 B의 10~100배에 이르고 피부 깊숙이 침투해 건조함, 면역 억제, 주름, 피부가 검게 변하는 현상 등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태양을 무작정 피할 수만은 없다. 자외선 B(UVB)는 프로비타민 D를 활성화해 뼈 성장과 건강에 필요한 칼슘, 인의 흡수를 돕고 다양한 화학 반응을 유도하며 인체에 꼭 필요한 비타민 D로 전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멜라닌과 같은 자외선 보호 장치를 만들기도 하며 여러 가지 신경 조절 물질의 분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햇볕에의 적정 노출은 건강에 유익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주일에 2~3회 5~15분 동안 햇볕을 쐴 것을 권장한다. 이때 자외선의 유해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간단하고 효과적인 예방 조치가 가능한데, 자외선 지수가 3 이상일 때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권장한다.

1도와 경증 2도 화상은 습윤 드레싱과
비감염성 화상 치료제로 치료

피부가 태양 광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노출된 부위가 화끈거리고 붉게 변하며 부어오르고, 심한 경우 통증과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일광 화상은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홍반이 생기는 1도 화상(표피층만 손상)과 물집이 생기는 2도 화상(표피 아래에 있는 진피층의 일부 손상)으로 나뉜다. 일상적인 햇볕 노출로는 3도 화상까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2도 이상 화상부터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진정, 항염증, 피부 재생, 보습 작용이 있는 일반 의약품인 화상 치료 외용제와 함께 항생 물질이 포함된 외용제 또는 피부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화상 치료제는 크게 습윤 드레싱, 비감염성 화상 치료제, 감염성 화상 치료제, 피부 이식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살균 소독제, 항균제 등 감염성 화상 치료제와 중증 화상 환자에서 적용되는 피부 이식제도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자외선에 의한 일광 화상 등의 1도 화상과 경증의 2도 화상에서는 습윤 드레싱과 비감염성 화상 치료제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습윤 드레싱은 상처 부위를 촉촉하게 유지하여 치유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본 드레싱으로 바셀린 거즈를 사용하고,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국소 마취제인 리도카인이 함유된 드레싱제 또는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살균제인 아크리놀, 클로르헥시딘 등이 복합된 드레싱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상처의 습윤 환경을 유지하는 동시에 과도한 삼출물을 흡수하는 습윤 밴드를 쓸 수도 있다. 비감염성 화상 치료제는 보습과 피부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이며 구아야줄렌, 트롤아민, 베타시토스테롤, 덱스판테놀이 대표적 성분이다.

• 구아야줄렌(guaiazulene)

캐모마일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으로, 소염, 진통, 진정 효과가 있어 화상이나 궤양의 치료에 사용된다.

• 트롤아민(trolamine)

면역 세포를 자극하여 세균 감염을 억제할 뿐 아니라 습윤 환경을 유지하여 통증을 경감한다. 비감염성 화상뿐 아니라 방사선 요법에 의한 홍반 치료에도 사용된다.

• 베타시토스테롤(beta-sitosterol)

식물성 스테롤로 항염증 작용과 항산화, 보습 작용을 하며 세포 보호 및 재생을 촉진한다.

• 덱스판테놀(dexpanthenol)

일광 화상의 보조 치료제로, 피부에 흡수되어 세포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인 코엔자임 A의 구성 성분인 판토텐산으로 전환된다. 코엔자임 A는 손상된 피부 조직을 재생하는 성분들을 합성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각종 염증성 질환이나 위장 질환,
피부 질환, 수면 장애 등에 전통적인
민간요법으로 사용해 온 구아야줄렌

구아야줄렌은 국화과 식물인 캐모마일(Chamomile, Matricaria chamomilla L.)에서 추출한 아줄렌(Azulene) 유도체로 진한 파란색 결정질 탄화수소다. 캐모마일은 기원전 20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부터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로마 제국의 팽창과 함께 유럽 전역에 퍼졌다 한다. 유럽에서는 가정상비약이라 하면 캐모마일차를 연상할 만큼 감기, 몸살, 두통을 비롯한 각종 염증성 질환이나 위장 질환, 피부 질환, 수면 장애 등에 전통적인 민간요법으로 사용해 왔다.

Emilia Slon 등은 아줄렌 유도체와 관련하여 2003~2024년에 발표된 최신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2024년 4월 과학 저널 「Molecules」에 게재한 리뷰 논문에 따르면, 최근 다양한 피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아줄렌과 그 유도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괄목할 만한 내용은 아줄렌 유도체의 항염증 효과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로 염증 과정의 핵심 매개체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사이클로옥시게나제-2(COX-2)의 억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s)와 동일한 기전이다. 논문에서는 아줄렌 유도체와 관련하여 항산화 및 항염증, 세포보호 및 회복, 가려움증 완화 등 관련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자외선 복사에 따른 광분해 안전성과 장기 사용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함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