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이야기

건강하게 오랫동안
일하는 보람

청구약국 강순분 약사*

올해 74세가 된 강순분 약사는 활기찬 목소리로 내리는 단호하고 명쾌한 건강 처방이 주특기다. 자신이 건강해야 오래도록 약국을 잘 운영할 수 있기에 적정체중을 유지하며 건강한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편집실 사진 송인호, 윤선우 영상 김수현

# 형상의학과 한방을 공부한 약사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 덕성여대 약학 대학에 진학한 강순분 약사는 졸업 후 부평연합병원 약사로 몇 년간 근무하다 결혼을 했고, 바로 지금의 자리에 약국을 차렸다. 1976년,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달동네로 불리던 삼양동에 약국을 차린 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임대료 때문이었단다.

“이런 동네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가진 돈이 없으니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펌프가 있던 우리 집에 주민들이 줄을 서서 물을 받아 가곤 했지요.”

맨손으로 시작한 강 약사는 다른 약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찾기 시작했다. 척박한 지역에 들어선 만큼 약국이 주민들에게 병원과 다름없었기에 책임감도 남달랐다. 어떻게 하면 약국을 찾는 사람들의 증상에 딱 맞는 약을 조제해 주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도울까 고민하다 한의학과 형상의학 등의 학문을 깊이 있게 공부했다.

“오랫동안 공부하다 보니 사람들의 얼굴과 체형을 보면 어디가 안 좋은지, 어떤 약을 먹으면 좋을지 보이기 시작했어요. 약국을 개업하고 바로 한의학을 같이 공부하면서 임상에 적용하고, 50년 가까이 약국을 하다 보니 그런 능력을 터득한 것 같아요.”

# 연중무휴 늘 문 여는 약국

청구약국은 일요일도 쉬지 않는다. 휴일에 문 여는 약국을 찾아 멀리 다른 동네까지 가지 않고 근처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길 바라는 강순분 약사의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진 지금, 약국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한창때는 지금처럼 환경이 좋지 못했어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그랬죠. 아이들도 키워야 했기에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어요. 세월이 흐를수록 약국에 있는 시간이 참 보람되고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젊은 날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절이었다. 자녀가 어렸을 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게 지금도 미안하다는 강 약사는 대신 74세의 나이에도 내 일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힘이 바로 약국이라는 그. 일요일에 일하러 나오는 것도 기쁜 마음이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연중무휴 근무하러 나오면서 매번 드는 생각은 정년퇴직해서 쉴 나이에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건강이 갖춰져 참으로 감사하다는 것이지요. 동네 사람들은 이제 그만 일하라고도 하는데 저는 앞으로 한 10년은 거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끊임없이 공부하는 약사

학창 시절, 주변에서 약사가 되면 좋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약대에 진학했다. 그러다 4학년 때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4년간 대학 등록금을 내주신 어머니께 6년 한의학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말을 쉽사리 드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살림을 꾸리는 형편이라 말씀드리기가 참 어렵더군요. 당시에는 여자가 대학까지 공부하는 것도 흔치 않았는데, 다시 대학을 다니며 공부하겠다고는 못 하겠더라고요. 망설이다가 포기했죠. 대신 약학에 대한 공부에 더 매진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약사가 된 후에도 강 약사는 약학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약을 지으러 온 사람들의 증상에 맞게 약을 조제하면서 나름의 조제 원칙을 만들고, 다양한 약을 사용하며 자신만의 약을 지어주었다.

청구약국을 찾는 사람들은 강 약사의 해박한 약학 지식에서 나오는 조언과 개개인에 맞는 건강관리법 등을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한다.

“5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 왔으니 단골도 많지요.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어도 건강 상담이 필요하면 우리 약국을 찾아오는 분들이 계세요. 멀리서도 저를 찾아오시는 건 그만큼 신뢰가 있다는 뜻이겠죠. 그동안 열심히 약국을 운영한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단골들을 만날 때 가장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 가족의 건강까지 챙기며

강순분 약사는 지금도 새벽 4시 반이면 기상해서 니시 운동과 요가로 아침을 연다. 그는 특정 신체 기능을 활성화하는 니시 운동을 오랜 기간 자신과 남편의 건강을 지켜 준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15~20분 정도 이 운동을 해 왔네요. 예전에는 골프도 쳤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고 오가는 것도 피곤하고 해서 짧은 시간에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발견했어요. 우리 부부에게 딱 맞는 운동법이다 싶어요.”

또 매일 부부가 서로 머리에서 꼬리뼈까지 마사지를 해 준다. 척추에는 온몸의 내장과 관련한 혈맥이 존재하므로 매일 척추를 마사지하면 온몸을 어루만지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강 약사의 남편은 척추관협착증이 있었는데 몇 년간 척추마사지로 관리했더니 지금은 증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외에도 강 약사는 소식하는 식습관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수면의 질을 확보하는 등 모두 알고 있지만 지키기는 어려운 건강 수칙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자신의 건강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만큼 저와 가족들의 건강도 잘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약을 개발해 보고 싶은 꿈도 있고요. 계속해서 건강하게 약국을 운영하다 보면 언젠가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