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파스,
안전하고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나요?

어깨가 결리거나 허리가 아플 때 손쉽게 구입해 편하게 붙이는 파스. 아픈 부위에 붙였다 떼어내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파스도 정확한 사용법과 안전한 보관 방법을 지켜야 하는 ‘약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습니다. 겨우내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다 봄철 야외 활동을 시작하면 잘 쓰지 않았던 근육의 통증을 호소하거나 다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의약품 중 하나가 바로 파스입니다.

‘파스’ 하면 아픈 부위에 붙이는 사각형의 패치제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파스는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로 투여하지 않고, 피부에 부착해 약효를 나타내도록 만든 제재를 통칭하는 것입니다. 파스도 여러 종류가 있어 플라스타, 카타플라스마, 패치제로 나뉩니다. 약 이름에 ○○○○플라스타, ○○○패치, 하는 식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플라스타는 첩부제, 카타플라스마는 습포제, 패치제는 경피 흡수제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종류별로 다른 약효

플라스타와 카타플라스마가 바로 ‘파스’ 하면 우리가 먼저 떠올리는 종류입니다. 붙인 부분과 그 주위에 국소적으로만 약물이 작용하며 주로 근육통, 관절통, 타박상 등에 특정 부위의 통증을 낮추기 위해 쓰입니다. 플라스타는 얇고 부착력이 좋은 대신 피부에 다소 자극이 있습니다. 반면 카타플라스마는 플라스타에 비해 두껍고 축축해 피부에 자극은 덜하지만 접착력이 약해 추가로 부직포를 덧붙여야 합니다.

패치제는 약물이 피부를 통해 몸으로 흡수된 후 전신에 약효를 미치는 종류입니다. 부착 부위에 관계없이 전신에 작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고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쓰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니코틴 패치, 협심증 패치, 알츠하이머형 치매 패치, 호르몬 패치, 진통 패치 등이 있습니다. 플라스타와 카타플라스마보다 오랜 기간 사용하고 약 성분 자체도 전문가의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 장을 며칠 동안 붙이고 있어야 한다거나, 패치와 패치 사이에 간격을 띄우는 등 주의 사항이 많습니다. 병원에서 패치제를 처방받은 분에게 복약 지도를 하다보면 파스인데 왜 이렇게 신경 써야 하는 내용이 많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꼭 알아 두어야 할 사용법

플라스타, 카타플라스마, 패치제는 ‘피부에 붙인다’는 공통점에서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부에 붙어 약물을 몸속으로 방출하기 때문에 약이 위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혈관으로 흡수돼 위장 장애 부작용이 적습니다. 빈속에 약을 복용하면 속이 쓰리니 뭐라도 먹으라는 말은 들었어도, 파스 붙이기 전에 뭐라도 먹으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 이유입니다. 또한 약 성분이 일정한 속도로 몸속으로 퍼지기 때문에 일정 시간 동안 꾸준히 약효가 유지됩니다. 여러 이유로 입으로 약을 삼키거나 주사를 맞기 힘든 환자에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꼭 환자 본인이 아니라 보호자도 쉽게 붙일 수 있지요.

하지만 피부에 부착한다는 공통점에서 나타나는 주의 사항도 있습니다. 먼저 파스를 붙이기 전 부착 부위와 손을 깨끗이 씻고 말려야 합니다. 털이 있거나 많이 움직이는 부위에 붙이면 떨어지기 쉽고, 피부 온도가 높아지면 흡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털이 없고 움직임이 적은 곳에 붙여야 합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붙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피부 자극을 줄이기 위해 붙이는 장소를 매번 바꿔 줘야 합니다. 포장지에서 꺼낸 뒤 바로 피부에 붙이고, 땀이 나거나 움직여도 떨어지지 않도록 가장자리를 잘 눌러 줍니다. 피부에 붙이며 약 성분이 손에 묻었을 수 있으니 붙인 후에도 손을 깨끗이 씻어 줍니다.

피부에 붙이기 때문에 접착제로 인한 피부 관련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진통제 파스를 붙인 후 피부에 진통제 성분이 남아 있으면 햇빛에 노출됐을 때 발진이나 간지러움이 생길 수 있으니 2주 정도는 파스 붙인 부위를 옷으로 가리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파스는 각기 정해진 시간 동안 약물이 방출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잘라서 사용하는 것은 금기입니다. 며칠 동안 방출되어야 할 약물이 한꺼번에 몸속으로 방출되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 붙여 둔다고 그 시간 내내 약효가 계속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면 하루, 사흘이면 사흘 등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더 이상 약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날짜에 맞춰 새것으로 바꿔 붙여 주어야 합니다.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약품

파스도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올바른 보관이 중요합니다.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하고, 특히 반드시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흔히 쓰는 플라스타제나 카타플라스마제는 크기가 커서인지 그런 일이 드물지만, 패치제는 손톱만 한 크기도 있을 만큼 작아서인지 아이들이 스티커로 착각해 몸에 붙이고 노는 사고가 종종 일어납니다.

이는 성인이 먹는 약을 아이가 다량 먹은 것과 같은 상황으로 매우 위험합니다. 암 환자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청소년들이 잘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 좀 더 조심히 다룰 수 있도록 패치 외형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용법에도 주의를

파스는 증상과 목적에 따라 적절한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어떤 종류의 파스를 선택하든 올바른 사용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플라스타제와 카타플라스마제는 손쉽게 구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통증 관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사용법을 알고 있어야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약국에서 파스를 구매할 때 설명을 들어야 한다는 인식의 부족 등으로 인해 충분한 복약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사용 방법, 교체 시기 등을 제대로 몰라 부작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복용 중인 약 성분이 포함된 파스를 추가로 붙이는 바람에 몸속의 약 성분이 과다하게 많아져 부작용을 겪기도 합니다. 파스도 몸에 흡수되는 약이란 점을 잊지 말고 다른 약처럼 알맞게 선택하고 사용하고 관리해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