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하이 테슬라 MRI
MRI 검사가 편리해질 전망이다. 검사의 정확도는 높이고 수검자의 불편함은 줄인
하이 테슬라(High Tesla) MRI 개발이 한창이기 때문. 조영제 없이 짧은 시간 안에 고해상도의
영상을 획득할 수 있으며 뇌신경 분야 검사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글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영상의학과 전문의
현미경 수준의 의료 영상
MRI는 자기장과 전파를 사용하여 인체 내부의 단면 영상을 보여 주는 첨단 의료 영상 장비다. 우리말로는 자기 공명 영상 촬영이라고 하며, 1970년대 후반 개발되어 세상에 나왔다. CT로 불리는 컴퓨터 단층 촬영은 엑스레이를 투사해 인체 내부 영상을 얻기에 방사선 피폭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MRI는 인체에 무해한 자기장을 활용하기에 방사선 피폭이 없어 임산부도 찍을 수 있다.
MRI는 칼을 대지 않으면서도 인체 내 구석구석을 찾아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부분을 촬영해 냄으로써 질병의 조기 발견과 진단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그 공로로 MRI 핵심 원리를 개발한 미국의 화학과 교수와 영국의 물리학과 교수는 2003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그런 MRI가 이제는 다른 판으로 진화 중이다. 자기장 세기 올리기 경쟁에 힘입어 이른바 자기강 강도가 높은 하이 테슬라 MRI 시대가 오고 있다.
MRI는 강력한 자기장과 고해상도 영상 기술을 사용하는데, 인체에 뿌리는 자기장 강도를 더 높이면 더 섬세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세포와 미세 조직이 오밀조밀한 뇌, 척추, 근골격계 진단이 더 용이해진다. 인체 의료 영상이 맨눈에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수준으로 바뀔 수 있다.
조영제 없이도 검사 가능
하이 테슬라 MRI는 강력한 자기장과 전자파를 이용, 인체 내 모든 세포가 가지고 있는 수소 원자핵의 공명 현상을 측정해 영상을 만든다. 인체가 강력한 자기장에 노출되면 인체 내 수소 원자핵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그러다 자기장이 사라지면 수소 원자핵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각 세포 특성마다 다른 이 신호를 측정하여 영상을 재구성한다.
그런데 기존 MRI보다 높은 자기장 강도(테슬라, Tesla)를 사용하면 수소 원자핵이 돌아가는 신호가 더 세분화돼서 더 정확한 영상을 얻을 수있다. 예를 들어 기존 방식이 10, 20, 30 등 10단위로 거리를 쟀다면, 하이 테슬라는 7, 14, 25 등 홑 단위로도 거리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빠른 데이터 수집 속도 덕분에 검사시간도 단축된다. MRI 촬영의 단점이 30분 정도의 오랜 촬영 시간이고, 촬영 시 나오는 따따따~ 식의 기계 소음이었다면, 하이 테슬라는 검사 시간과 소음이 줄어든다.
하이 테슬라 MRI는 3.0T(테슬라) 이상의 자기장 강도를 갖는 자기 공명 영상 장비를 칭한다. 당연히 기존 1.5T MRI에 비해 해상도가 좋아져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T MRI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기존 MRI는 대개 1.5T 장비였는데, 노후 장비를 교체하거나 신규 장비를 도입할 때는 자기장 강도를 높여 3.0T MRI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7T MRI가 임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10T 이상의 초고자기장 MRI 개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하이 테슬라 MRI는 고해상도 영상, 빠른 검사 시간, 향상된 진단 정확도가 장점이다. 하지만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한 안전성 해결이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강력한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심장 박동기, 인공 관절, 뇌동맥류 클립 등 인체 내에 금속 성분 장치가 있는 환자는 검사를 받을 수 없다.
한편, 하이 테슬라 MRI로 치매나 파킨슨병 등 신경 퇴행성 뇌 질환 발생 기전을 밝히기 위한 경쟁도 활발하다. 고자기장 MRI는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해 뇌졸중, 뇌종양, 척수 질환 등의 진단정확도를 높인다. 아울러 검사 시간이 단축되어 환자의 불편을 줄이고 검사 효율을 올릴 수도 있다. MRI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하는 뇌 신경계 질환자들은 30분의 검사 시간 동안 검사대에 누워 있기가 힘들었다. 하이 테슬라 MRI는 또한 조영제 없이도 고해상도 영상을 얻을 수 있어 환자 안전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뇌신경 검사에 획기적인 기술
국내에서도 하이 테슬라 MRI 개발이 한창이다.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은 극초고자기장으로 분류되는 11.74T MRI를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원숭이의 뇌 영상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7T MRI를 이용해 0.5㎜ 단위로 영상을 얻는 데서 해상도가 0.125㎜ 단위까지 내려갔다는 의미다.
획득한 영상을 보면 신경 세포체가 많이 모여있는 회백질과 유수 신경 섬유가 많이 존재하는 백질의 대조도가 3T나 7T MRI 영상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뇌 영상을 얻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치매의 원인 물질이 뇌에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치매, 파킨슨병 등의 원인물질로 밝혀진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루이소체 등 독성 단백질들은 그 크기가 0.05㎜ 이하 이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개발 중인 하이 테슬라 MRI(11.72T) 뉴로스핀도 영장류 촬영을 마치고 인체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도 하이 테슬라 MRI 개발에 뛰어들었다.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에 기여
이제 본격적으로 하이 테슬라 MRI시대다. 앞으로는 AI 기술을 활용한 영상 분석을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검사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더해 수검자의 편의를 위한 보다 넓은 MRI 터널 장비, 검사 시 나오는 시끄러운 소음감소, 조영제 사용 최소화 등도 장점으로 다가온다. 검사 시 느끼는 폐쇄 및 소음 공포가 MRI 검사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해 왔기 때문이다. 하이 테슬라 MRI 확산은 더욱 정확하고 빠른 진단을 통해 질병 진단과 치료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