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결정적인 열쇠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영상의학과
이기열 교수
질환이 의심되면 전문의와의 상담, 그리고 정확한 검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영상의학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 치료 과정에 있어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AI, 3D 영상, 디지털 영상 처리 기술 등과 결합하여 더욱 정밀하고 빠른 진단이 가능해져 의료 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영상의학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의료의 질을 향상하는 핵심 분야라고 강조하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기열 교수로부터 오늘날 더욱 중요해진 영상의학의 역할에 대해 들어 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영상의학 분야가 진료와 치료에 기여하는 부분과 중요성에 대해 알려 주세요.
의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영상의학은 현대 의학에서 필수적인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상의학은 X-ray, CT(컴퓨터 단층 촬영), MRI(자기 공명 영상), 초음파 등 다양한 의료 영상 기법을 활용해 인체 내부를 시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내부 장기와 조직의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 분석해 암·심혈관 질환·신경계 질환 등을 조기 진단하여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또한 비침습적 검사를 통해 조직을 절개하지 않고도 내부를 검사할 수 있어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합병증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도 기여합니다.
영상의학은 진단을 넘어 치료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초음파, CT, MRI 등을 이용해 정확한 부위에 시술을 시행할 수 있으며,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과, 외과, 신경과, 정형외과, 병리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협력해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최적의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영상의학 분야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세요.
영상의학은 과거에는 진단을 위한 도구로만 쓰였지만, 최신 기술 발전에 따라 이제는 치료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상 유도 치료(IGT, Image-Guided Therapy)가 발전하면서 침습적 수술 없이도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의 가능성이 더 열리고 있으며, 특히 AI를 활용한 영상 분석이 보편화되면서 영상 판독의 정확성과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영상 기술이 치료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영상 기술이 치료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인터벤션 영상의학(IR, Interventional Radiology)’으로, 혈관이나 조직을 직접 절개하지 않고 영상 유도하에 카테터, 바늘 같은 미세한 기구를 삽입하여 치료하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으로 뇌동맥류 코일 색전술, 경피적 관상 동맥 성형술과 같은 혈관 중재술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종양 치료에 필요한 색전술, 고주파 열 치료, 냉동 치료를 시행하며 척추 신경 차단술과 같은 통증 관리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상 기술을 통한 또 하나의 치료법은 초음파를 고강도로 집속해 체내 종양을 열로 소작하는 ‘하이푸(HIFU, 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입니다. 이 방식은 절개 없이 치료가 가능해 자궁 근종이나 전립선암, 간암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상의학 치료 기술의 적용 범위가 점차 확장되면서 향후 AI 및 빅 데이터 활용을 통해 진단과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정밀 의료와 융합해 환자와 유전자 및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흉부 CT와 MRI 검사 및 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AI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었는데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흉부 CT와 MRI 검사는 감염 여부뿐만 아니라 폐 손상 정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AI 판독 시스템도 이 시기에 빠르게 도입돼 흉부 CT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폐렴 패턴을 신속하게 감지하고, 의사가 빠르게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조했습니다. 특히 환자가 급증했던 시기에 AI 판독이 초기 스크리닝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단시간에 많은 영상을 판독해야 하는 상황에서 AI가 사전 분석을 제공한 덕분에 판독 속도를 높이고 업무피로도를 낮추는 등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초기 AI 모델들은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데 집중했지만, 점차 폐 손상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기능이 추가됐고, AI가 학습을 거듭하면서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져 코로나 후유증을 추적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AI가 보조 도구로는 유용하지만 데이터의 질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거나, 병원마다 AI 판독 시스템 도입 속도나 활용 방식이 달라 모든 곳에서 동일한 수준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문제점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I 판독 시스템은 팬데믹을 계기로 빠르게 발전하면서 현재 영상 판독을 보조하는 중 요한 도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앞으로 기술이 개선되면 의료 현장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교수님은 왜 흉부 영상의학을 전문 분야로 선택하셨나요?
흉부 영상의학 분야에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훌륭한 의료진이 많이 계셨고,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내용도 다양하고 깊이가 있어 매력을 느꼈습니다. 또한 다른 전문 분야를 전공하는 영상의학과 의사와 임상의도 흉부 X-ray 사진이나 흉부 CT 소견은 판독을 어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요. 이 점이 학문에 대한 도전 의식과 흥미를 불러일으켜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관련 연구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제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폐색전입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은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를 하시는 호흡기내과 교수님과 연구를 같이 하면서 시작하게 된 연구입니다. 코호트 연구란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해 질병 발생률을 비교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폐암과 같은 질환은 다른 의료 기관에서도 많이 하는 연구라서 남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연구를 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요. 하다 보니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고 성과도 나오고 해서 지속 중에 있습니다.
7~8년 전부터는 폐색전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임상의들이 응급으로 폐색전이 있는지 CT 판독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아서 AI로 폐색전을 진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생겼는데, 당시에는 폐색전에 대한 AI연구가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8년 전 국내 회사와 함께 국책 연구 과제에 착수해 현재 진행 중이며, 추후 결과물이 임상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의 루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통한
‘질병 관리’
평소 건강 관리를 지속하는 것만큼 질병 관리 또한 중요합니다. 건강을 자신하던 제가 5년 전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깜짝 놀라 당장 식단 조절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1시간씩 두 번 운동하기, 육류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기, 밤늦게까지 일하지 않기,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내면 훈련하기 등 저만의 루틴을 지켰더니 2년 후에는 고지혈증이 없어졌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특히 어려웠지만, 혈액 내 콜레스테롤과 지방 성분 농도가 정상 수치로 내려가는 것을 식단을 계속 유지하는 동기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