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위험해지는
만성 질환과 비만
글 정태흠 울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더는 외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각종 만성 질환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비만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만 1,441명으로, 2014년 대비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뇌졸중이나 심장병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들도 비만한 사람에게서 약 2배 더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살찌는 습관을 바꾸기
비만은 체내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로 판단한다. BMI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키 170cm인 사람이 체중이 72kg을 넘으면 비만이고, 허리둘레는 남자 35인치, 여자 33인치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본다.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찌는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간식과 야식을 자주 먹거나 활동량이 적은 생활 습관이 비만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최근 비만 치료제가 화제를 모으면서 약물에 의존하려는 경향도 보이나 이보다는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약물이나 수술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선택하는 보조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적정 체중 유지하는 생활 습관
※ 비만 관리의 핵심은 규칙적인 식사와 적절한 운동입니다.
※ 식사는 하루 세 끼 거르지 말고 챙겨 먹되, 간식은 자제합니다.
※ 식사량은 평소의 70~80% 수준으로 조절하고, 특히 저녁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외식이나 술자리에서는 과식에 주의하고, 음주는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운동은 하루 30분~1시간 정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 위험이 있으니 공복 운동은 피하고, 식후 소화가 된 다음에 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 햇볕 아래 걷는 산책도 훌륭한 운동입니다. 햇볕을 쬐면 비타민 D가 생성되고,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가 활성화되어
기분도 좋아집니다. 몸의 활력도 되찾고 칼로리도 소모하는 일석이조의 방법입니다.
노인 비만, 더 주의해야 하는 이유
노인 비만은 일반 성인 비만보다 더 위험하다. 65세 이상 남성의 약 30%, 여성의 40%가 비만에 해당하며, 이는 젊은 층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노인 비만은 심장병, 관절염, 치매뿐 아니라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과도 관련이 있다.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실금이나 성기능 저하 같은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키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BMI만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에는 내장 지방이 많아지고 근육량이 줄어들어, 배는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지는 ‘거미형 체형’이 되기 쉽다. 이를 근감소성 비만이라 부르며 노년기의 주요 건강 위협 요인 중 하나다. 근육이 줄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낙상 위험이 증가한다. 결국에는 사망률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단순히 체중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정 체중은 단순히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다. 건강한 체중은 개인의 신체 상태, 생활 습관, 정신적 건강까지 모두 고려한 개인 맞춤형 개념이어야 한다. 특히 노년기에는 체중뿐 아니라 근육량 유지와 균형 잡힌 식사가 건강을 좌우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면 자주 체중을 측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급격한 체중 증가는 물론, 이유없는 체중 감소도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부모님의 체중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도 노년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체중이 내려가면 혈압도 down
고혈압은 체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체중을 줄이면 혈압도 낮아진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표한 고혈압 진료 지침에 따르면 체중을 1kg 줄일 때마다 수축기 혈압 1.1mmHg, 이완기 혈압 0.9mmHg가 낮아진다. 고혈압 환자가 체중을 10kg 감량하면, 혈압은 대략 10mmHg 정도 낮아진다. 고혈압 환자가 표준 체중[키(m) x 키(m) x BMI(남자 22, 여자21)]을 10% 이상 초과하는 경우 5kg 정도만 감량해도 뚜렷한 혈압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고혈압 환자의 상당수는 고혈압 외에도 비만, 이상 지질 혈증, 고혈당증 등 대사 이상을 동반한다. 이렇듯 대사 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치료 목표는 혈압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당뇨병 발생의 위험을 낮추어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생활 요법에 따른 혈압 감소 효과
| 생활 요법 | 혈압 감소 (수축기/확장기 혈압, mmHg) |
권고 사항 |
|---|---|---|
| 소금 섭취 제한 | -5.1 / -2.7 | 하루 소금 6g 이하 |
| 체중 감량 | -1.1 / -0.9 | 체중 1kg 감소 |
| 절주 | -3.9 / -2.4 | 하루 2잔 이하 |
| 운동 | -4.9 / -3.7 | 하루 30~50분, 일주일에 5일 이상 |
| 식사 조절 | -11.4 / -5.5 | 균형 잡힌 건강한 식습관 |
당뇨병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만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진료 지침에서는 비만한 당뇨병 고위험군은 제2형 당뇨병 예방을 위해 초기 체중을 5% 이상 감량하고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등도 강도(호흡이 약간 가쁜 상태로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과 영양 요법이 필요하다.
미국의 ‘비만 환자의 제2형 당뇨병 진료 지침’에서도 비만 전단계 혹은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5% 이상의 체중 감량을 권유하며, 당화혈색소 감소를 위해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5~15%의 체중 감량을 권고한다.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체질량지수 25kg/㎡ 이상의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식이 조절에 의한 체중 감량은 당뇨병 개선 효과가 있었다.
한편, 비만 대사 수술을 통한 체중 감량은 약물 치료에 비하여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2018년 대한비만외과대사학회의 비만 대사 수술 진료 지침에 따르면 한국인이 속한 아시아인의 경우 체질량지수 27.5kg/㎡ 이상이며 혈당조절이 잘 안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지나친 열량 섭취는 이상 지질 혈증 초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 지질 혈증 진료지침에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열량 섭취를 강조한다. 체중 감량 시 저밀도 콜레스테롤 및 총콜레스테롤이 감소했고, 체중을 5~10% 감량하면 특히 혈액 내 중성 지방이 2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비만 또는 비만 전단계인 성인 대상으로 2년 이상 시행된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체중 10kg을 감량하면 총콜레스테롤이 8.9mg/dL 낮아졌다.
체중 증가와 뇌졸중 발생률은 비례
대한부정맥학회의 심방세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심방세동이 있는 비만 환자에서 10~15kg의 체중을 집중적으로 감량한 결과, 일반적인 관리에 비해 심방세동 재발이 감소하고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비만한 심방세동 환자는 심방세동 발생 정도와 증상 완화를 위해 체중 감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뇌졸중학회 역시 뇌졸중의 2차 예방을 위해 체중 조절을 권고한다. 체중 증가는 뇌졸중 발생률의 증가와 관련이 있으므로, 비만 전단계나 비만한 환자에게는 적극적인 체중 감량이 필수다.
비만 수술, 건강보험이 적용될까?
BMI가 35 이상이거나,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단순 미용 목적의 수술은 보험 적용에서 제외되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수술 필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