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피할 수 없다면 인정하라!
삶의 동반자, 스트레스

김민후 연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아침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부터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업무, 복잡한 인간관계, 예측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까지. 현대인의 삶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로는 이 스트레스가 우리를 짓누르는 짐처럼 느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트레스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적절한 긴장감은 집중력을 높이고 위기 상황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도우며 목표 달성을 위한 추동력이 되기도 한다. 양날의 검과 같은 스트레스란 무엇이고,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에 압도당하지 않고 현명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스트레스(stress)란 본래 물리학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물체에 가해지는 압력이나 힘을 의미한다. 이것이 의학 및 심리학 분야로 넘어오면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에 직면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를 일컫는 말로 확장되었다.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Hans Selye)는 스트레스를 ‘유해한 자극에 대한 신체의 비특이적 반응’이라고 정의하며, 스트레스 요인(stressor)의 종류와 관계없이 우리 몸은 일정한 패턴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응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방어기제로,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싸우거나(fight) 도망갈(flight) 수 있도록 신체를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우리 몸에서는 복잡한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되고 두뇌에서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이고 단백질을 분해하여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하고, 도파민은 각성도와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우리가 상황에 몰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느끼는 긴장감은 코르티솔과 도파민의 작용으로 인해 발표 준비에 더욱 집중하게 하고, 실제 발표 시에도 평소보다 더 명료하게 생각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운동선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 또한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의 긍정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만성 스트레스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 상태가 적절한 해소 없이 만성적으로 지속될 때 발생한다. 스트레스 상태가 충분한 이완 상태의 개입 없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지속적인 코르티솔의 분비로 인해 면역기능 악화, 체중 증가, 혈압 상승, 위염, 위궤양 등이 생길 수 있다. 두뇌의 도파민 수용체 민감도가 떨어져서 무기력증, 동기부여 저하 등의 문제도 생긴다. 단기적으로는 생존과 문제 해결에 유용했던 생리적 반응들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우리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혈압이 높아지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소화기계 문제로 일상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끊임없는 긴장 상태는 수면의 질을 저하시켜 피로를 누적한다. 정신적으로는 불안, 우울,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을 경험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공황장애나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업무 중 ‘스트레스 상태’와 업무 후 ‘릴랙세이션(이완) 상태’를 교대로 반복하며 이완 상태를 통한 신체와 두뇌의 회복이 필요하다. 사자가 치열한 사냥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회복하듯, 우리에게도 스트레스와 이완의 건강한 리듬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삶에서는 이러한 균형을 찾기 어렵다. 업무 후에도 프로젝트 등에 대한 생각, 대인관계나 가족관계에서 오는 고민, 재정적 문제 등으로 신체와 두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업무와 연결될 수 있게 됐고,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강요하며 쉬는 것조차 불안하게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만성 스트레스의 늪에 빠져들기 쉽다.

의식적이고 규칙적으로 이완 상태 확보하기

이처럼 불가피해 보이는 스트레스의 굴레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가 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무조건 피하거나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은 앞서 언급된 ‘이완 상태’를 의식적으로 또 규칙적으로 확보하는 데 있다.

규칙적 운동이나 각종 취미 생활 등으로 하루 한두 시간 정도는 신체와 두뇌에 이완을 제공하는 것이 가정과 직장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방법이다.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기분을 좋게 하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한다. 걷기, 조깅, 수영, 요가 등 어떤 형태의 운동이든 꾸준히 실천하면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안정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취미 활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문제로부터 잠시 벗어나 즐거움과 몰입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정신적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정원 가꾸기, 요리, 독서 등 자신이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밖에 명상이나 심호흡과 같은 이완 기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러한 기법들은 특별한 도구나 장소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습관 또한 스트레스 관리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감정 조절 능력을 저하시킨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고,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등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균형 잡힌 식단은 신체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자신만의 이완 방법 찾기

사회적 지지망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 친구, 동료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자신의 감정이나 어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다 전문적인 대처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맞는 이완 방법을 찾으려는 주체적인 노력이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더러는 사교 활동이나 단체 운동으로부터 이완을 얻는가 하면, 더러는 혼자만의 독서나 개인운동, 음악이나 미술활동 등으로부터 이완을 얻는다. 즉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활동이 아니라 본인에게 잘 맞는 자신만의 이완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이에게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얻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자신에게 진정한 평온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활동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는 현대인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동반자다. 그것은 때로 우리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를 병들게 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이 우리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며, 스트레스와 이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갖는다면, 우리는 스트레스에 압도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디딤돌 삼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와의 현명한 동행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